넷플릭스 구독료 기습 인상에 계정 공유 플랫폼까지 인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이하 디즈니코리아)는 12일 디즈니+ 론칭쇼를 온라인으로 열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디즈니+의 한국 공식 출시를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OTT의 난’ 국내 시장을 둘러싼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OTT) 전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넷플릭스가 부동의 1위다. 빅데이터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점유율 47%로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토종 OTT인 웨이브(19%), 티빙(14%), 시즌(8%), 왓챠(6%) 등 총 4개 업체를 합치면 넷플릭스 점유율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애플TV·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해외 OTT는 물론 기존 토종 4개사 외에 쿠팡플레이까지 총 10여개 OTT서비스가 각축전을 벌이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OTT의 성장을 더욱 촉진시켰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1100억달러(약 130조3500억원)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올해도 15% 성장이 예상돼 1260억달러(약 149조31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OTT 이용률은 2018년 42.7%에서 2019년 52%, 2020년에는 66.3%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다. 국민 10명중 7명 가까이 OTT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규모도 이에 발맞춰 꾸준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7801억원으로 2019년 대비 23% 성장했다.

늘어난 시장 규모만큼 이용자 부담도 커질까 우려

늘어난 시장 규모만큼 실상 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용할 수 있는 OTT가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의 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만 해도 애플이 운영하는 애플TV와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워너브러더스를 소유한 워너미디어가 운영하는 HBO맥스도 곧 한국 상륙을 준비 중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선택권이 제한되고 콘텐츠 비용이 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글로벌 제작사들이 자체 OTT를 론칭할 경우 기존에 다른 OTT에 서비스하던 콘텐츠 제휴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OTT업체에 서비스 중이던 디즈니의 주요 콘텐츠 제휴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지상파가 연합한 국내 OTT인 웨이브에서는 기존에 제공되던 ‘어벤져스’ ‘스타워즈’ ‘겨울왕국’ 등 100편에 달하는 디즈니 월정액 콘텐츠가 지난 4월부터 제외됐다. 앞서 디즈니는 2019년 디즈니플러스 론칭 전 넷플릭스에도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국내 이용자 절반 이상은 2개 이상의 OTT 구독

현재 한국 OTT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은 2개 이상의 OTT를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의 'OTT 소비자 만족도 및 이용실태'에 따르면 소비자 54.6%가 OTT를 2개 이상 이용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글로벌 OTT 대어’인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가 론칭하기 이전에 진행된 설문조사이기 때문에 현재 2개 이상 OTT이용률은 훨씬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여러 OTT를 구독하면 이용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2019 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절반(42.2%)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서비스 이용료 부담’ 때문에 OTT 이용 중단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통신 요금이 부담돼 OTT 이용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도 19.7%에 달했다.

문제는 OTT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미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OTT서비스들이 자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올해 한국시장에 55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이 늘어나면 드라마·영화 제작사들은 OTT 서비스로 몰릴 수밖에 없다. 방송시장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처럼 제작비 100%가 지원되고 글로벌 진출까지 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제작사로서는 OTT서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지옥’, ‘D.P’ 등 최근 화제작 드라마가 모두 넷플릭스 제작물이라는 점은 이를 잘 반영한다. 문제는 OTT 서비스들이 경쟁구도로 독점 콘텐츠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여러 개의 OTT를 찾아서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운 현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계정 공유 중개 플랫폼 유행…원칙적으로는 ‘약관 위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계정을 타인과 공유해 구독료를 낮추는 관행이 널리 퍼지고 있다. 모르는 사람과도 계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계정 공유 중개 플랫폼’ 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OTT 서비스는 다인용 요금제를 제공 중이다. 4명이 한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요금제가 넷플릭스는 월 1만 7000원, 디즈니플러스는 9900원에 제공되는 식이다. 이에 하나의 구독 계정을 4인이 공유하도록 중개하는 플랫폼이 인기다.

한 구독 공유 중개 서비스 앱은 아예 1만 7000원인 넷플릭스 프리미엄은 5500원에, 1만 3900원인 웨이브는 4750원에 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애플TV 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를 개시한 11월 이후 계정 공유 중개 플랫폼 이용자는 증가하고 있다. 중개 플랫폼을 이용중인 A씨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콘텐츠가 궁금하긴 한데 한 달에 1만5000원 이상을 더 부담하면서까지 이용하고 싶진 않았다”며 “앞으로 서로 다른 OTT만의 독점 콘텐츠들이 늘어날 것 같은데 그때마다 구독할 수는 없으니 중개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이런 타인과의 계정 공유는 재판매를 금지한 약관을 위반하는 사안이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약관에는 가족, 지인 외의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거나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계정 공유에 대해 OTT 서비스사들은 아직 직접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에게 제동을 걸면 확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약관 위반을 이유로 이용자들에게 제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한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저작권이나 소유권 등에 대해 민감한 글로벌 기업이 아직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시장 확장의 의도로 보인다”며 “어느 시점이 되면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3월경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금지’를 테스트했다는 소식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갑작스러운 구독 요금 인상은 망 사용료 대비?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구독 요금을 인상을 결정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18일 국내 신규가입자 대상으로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2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4명이 동시 이용하는 프리미엄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렸다. 각각 12.5%, 17.2%에 달하는 인상폭이다. 다만 베이직 요금제만 기존대로 월 9500원을 유지한다.

인상된 요금제는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된다. 기존 이용자들도 구독료 청구일 이후 새로운 요금제로 바뀌게 된다. 기존 가입자가 요금제를 변경하지 않는 경우 인상된 요금제 적용 30일 전에 이메일로 알림을 받는다. 넷플릭스가 구독 요금을 인상한 것은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5년여 만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양적, 질적 수준을 올리고 ‘오징어 게임’ ‘지옥'’등 뛰어난 한국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투자할 수 있도록 구독료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망사용료 미지급 논란으로 넷플릭스의 가필드 부사장이 방한했다 출국한 직후에 단행된 요금 인상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국내에서 망사용료 지급을 두고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망사용료 부담 비용을 감안해 미리 대비한 요금 인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오역 논란’으로 이례적으로 이용자 급감

반면 큰 기대감을 갖고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는 론칭하자마자 ‘오역 논란’에 휘말리며 실제 이용자 수 하락을 겪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에서 올라프가 ‘함께 성에 가지 않을래?(You're welcome to join us in the castle)’라고 물었지만, 자막에는 ‘가랑이를 함께해요?’라고 번역됐다”는 글이 게재되며 논란이 됐다. 또 ‘13 days later’가 ‘13년 후’로 번역되는 등 오역이나 틀린 한국어 문법과 단어 등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자막 크기와 위치 등을 설정할 수 없다는 점 등 불편한 사용 환경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3일 현재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디즈니플러스의 일일활성이용자수(DAU)는 39만9426명으로 국내 출시일인 12일 59만3966명 대비 약 20만명이 줄어들었다. 이용자 수가 3뷴의 1가량이나 감소한 것이다. 론칭을 기점으로 ‘반짝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 같은 빠른 이용자수 감소는 이례적이다.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한 이용자 김모(33)씨는 “자막이나 디바이스 환경 등에 세심함이 없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론칭한 것이 아닌가 싶어 실망스러웠다”라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