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서울 아파트 11만5000세대 시세변동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금 강화 일변도로 달려오던 여당은 최근 잇달아 부동산 완화정책으로 돌아섬으로써 사람들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면세 기준을 공시가격 11억원으로 인상하더니,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세 기준을 실거래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주면서 역주행을 시작한 것이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의 운을 띄우면서 여론의 간을 보기에 이르자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정책 오류를 수정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대선 국면이라는 시점이 너무나 공교로운 것이다. 예로부터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나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적하자면 일이 벌어진 다음에 부랴부랴 하는 늦장 대책, 그것도 풍선효과를 가져올 것이 뻔한 핀셋 대책이 그것이다.

마치 두더지가 고개를 내밀면 망치로 내리치는 게임을 보는 듯한데, 그 과정이 끝이 없이 이어졌다. 거기에다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매물이 잠기게 하는 결정적인 패착까지 두면서 사람들의 혀를 차게 만들었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 부동산과 관련되는 조세제도는 너무나 복잡해져서 세무사나 회계사조차 골치를 앓고 있다.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균형과 합리성을 가지는지도 의심스럽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증적으로 조정하다 보니 체계가 무너진 탓이다. 따라서 부동산 관련 세금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첫째,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를 철폐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정책의 방향성을 얘기하자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주택자에 대해서도 종부세와 양도세를 부과함으로써 이러한 원칙을 훼손시키고 있다. 1주택자는 기본적으로 실수요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올랐으므로 세금도 더 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가격이 오르는데 정부의 정책이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올랐다고 소득이 더 느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이미 재산세를 통해 그러한 가격 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다.

1주택자의 경우 집값이 올랐다고 기분이 좋을지는 몰라도 세금으로 뒤통수를 맞고 있는 격이다. 양도세도 마찬가지다. 집을 팔아 양도차익을 얻었다고 좋아해봐야 소용없다. 비싼 가격으로 다시 집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둘째 고가주택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과세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기왕 1주택자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고 고가 주택에 대해서만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일관성은 있어야 할 것이다. 종부세에 대해서는 11억원을, 양도세에 대해서는 12억원을 고가주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러한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다.

더구나 종부세는 공시가격을, 양도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럽다. 또한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해 최고세율을 부과하는 기준은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랐다. 재산세 감면 기준(공시가격), 아파트 특별공급 기준(분양가), 주택담보대출규제비율(실거래가)은 9억원이 기준이다. 도대체 얼마 이상을 고가주택으로 간주하는지 알기 어렵다.

납세자는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내지만 이러한 조세체계를 이해할 수 없다. 조세체계가 너무 복잡하고 투명하지 않으며 일관성이 없다는 뜻이다. 납세자 납부 능력에 따라 세율을 조정한다는 원칙을 생각하면 전면적인 조세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셋째, 장기적으로 보유세(재산세ㆍ종부세) 인상, 거래세(취득세ㆍ양도세) 인하의 추세를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집중도가 높고 투기적인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유세 인상을 통해 주택을 과다하게 보유하려는 인센티브를 줄여야 한다. 동시에 거래세 인하를 통해 매물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될 수 있게 함으로써 주택의 소유를 분산시켜야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8개 회원국 평균인 0.54%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민간 부동산 자산 시가 총액에서 보유세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실제 세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반면 2019년 기준 국민총생산(GDP) 대비 거래세수 비중은 1.8%로 OECD 37개국 평균치 0.4%를 크게 초과한다. 우리나라의 보유세ㆍ거래세 구조가 선진국과 반대로 돼 있다는 뜻이다. 다만 경제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이러한 세율조정은 단계적으로, 장기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에는 시가가 아니라 취득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데, 이를 원용해 취득가 기준 세율을 연간 5%씩 인상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이렇게 되면 다른 집의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가만히 있다가 세금폭탄을 맞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정한 조세제도는 그 효과를 거둘 때까지 일관성 있게 시행돼야 한다. 정부는 잦은 정책 시행으로 혼란을 줬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갑자기 제도를 철폐하거나 뒤로 물러남으로써 부동산 거래자를 낭패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정부는 아파트 민간임대와 단기 민간임대를 폐지해 등록임대사업 지위를 강제 말소한 바 있다. 지위를 박탈당한 임대사업자들은 합산 배제 혜택이 취소되면서 종부세 폭탄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동안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가 갑자기 폐지하면서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합산 과세한 것은 누구의 눈에도 과해 보인다.

이번에 종부세와 양도세의 면세 기준을 올려준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그동안의 정책 기조와 상반되는 조치가 나온다면 정부 말을 믿고 이미 집을 판 사람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정부 말을 믿지 말라고 암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법에는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법이 반드시 집행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사람들은 그 법을 무서워하고 따를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 이는 고대 로마 법률 격언인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가장 먼저 이 말을 귀에 새겨야 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