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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선박·기차도 이제 전기로 간다

ESG 여파로 급속히 확산되는 전기 운송수단의 혁명
  • 노르웨이 야라 인터내셔널의 전기 추진 자율운항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 (사진=야라 인터내셔널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운송수단을 전기로 대체하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하는 데 이어 전기를 연료로 하는 선박이나 비행기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 정책을 위한 정부 규제 강화, 소비자 선호도의 변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 강화로 운송수단의 ‘전기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운송수단의 전기화는 친환경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향후 유지비 등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 자율운항 선박 ‘야라 버클랜드’ 첫 운항

세계적인 운송수단 전기화 기조에 발맞춰 서울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지역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9.2%(201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우선 전기차를 2025년까지 27만대 보급하고 충전기도 20만기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에 2025년까지 추진할 전기차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차종별로는 ▲승용 17만5000대 ▲화물 1만9000대 ▲택시 1만대 ▲버스 3500대(마을버스 490대 포함) ▲이륜차 6만2000대다. 승용차 외에 대중교통, 배달용 이륜차, 택배용 화물차 보급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이러한 보급 계획에 전기 승용차 외에도 대중교통, 배달용 이륜차, 택배용 화물차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과 충전인프라에 집중됐었던 운송수단 전기화가 이제 전 부문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인 운송수단을 어떻게 전기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된 것이다.

캐나다 컨설팅 업체인 비전 모빌리티의 제임스 카터 수석 컨설턴트는 최근 ‘빠르게 전동화하는 모빌리티의 트렌드’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전기 운송수단은 운행 중 배기가스 배출이 없고 매우 낮은 유지비 등으로 인해 매우 매력적인 미래 운송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신규 배터리 기술 확산과 전력 밀도 향상, 그리고 비용 절감은 이러한 전기 운송수단의 새로운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의 비료 기업 야라 인터내셔널은 지난달 19일 전기 추진 자율운항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의 첫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야라에 따르면 전기를 충전해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이 자율 운항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선박은 앞으로 연간 4만회의 디젤 트럭 운송을 대체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00톤 가량 줄일 것으로 보인다.

중·대형 트럭부터 기차·비행기까지 전기화에 박차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서둘러 전기차 개발에 달려들면서 전기차는 우리 생활 속에 밀접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판매 신차 중 전기차 비율은 5.5%에 달하며, 이는 유럽을 제외한 국가 중 중국(9.4%) 다음으로 높고 미국(2.3%)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이제 한국 시장도 세계 전기차의 격전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 승용차 외에도 중·대형 트럭, 오토바이, 레저용 운송수단, 셔틀·미니버스, 기차, 항공, 광산용 차량 등의 전기화도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재 무게와 이동 거리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중·대형 트럭의 전기화는 배터리 기술의 혁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최근 생산을 개시한 아슈하이머의 ‘볼타 제로’가 대표적인 전기 트럭이다. 도심 운송을 위해 처음부터 전기 트럭으로 설계된 볼타 제로는 높은 가시성과 안정성 향상을 위해 낮은 운전석 대부분을 유리로 덮은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 세미’도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의 이 전기 트럭은 약 800㎞의 주행이 가능하며 차량의 총 무게는 약 36톤으로 디젤 트럭보다 가볍다. 또 MW급 충전기를 사용하면 30분 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이는 일반 운전자의 휴식 시간과 같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짧은 주행거리를 가질 수밖에 없던 전기 트럭의 운송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대부분의 전기 트럭이 도심 운송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미 테슬라 세미의 경우 약 800㎞의 주행이 가능해지는 등 점차 장거리 운송용 전기 트럭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량의 화물을 운송하거나 다수의 인원을 이동시킬 수 있는 기차와 비행기의 전기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전기 기차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멘스 ‘전기 여객 열차’의 경우 전력을 이용해 열차를 작동시키고 배터리를 충전한다. 전기동력을 전달하는 전선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자체 배터리 전력을 동력원으로 이용한다.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의 최근 화물 운송경로 분석 자료에 따르면 14MW에 달하는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배터리 전용 유개차(Box car)를 도입할 경우 수많은 대형 장거리 화물수송 열차를 전기화할 수 있다. 이는 240㎞를 운행하는 동안 엔진 4개, 화물 열차 100개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일반적인 기차 노선의 주행거리 돌파가 가능하다.

이 밖에 전기 비행기의 경우 롤스로이스가 ‘스피릿 오브 이노베이션’이라는 시험용 전기 항공기를 선보여 최첨단 청정 항공 사업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전기 항공기는 롤스로이스의 동력 엔진을 탑재한 유사한 크기의 군용 전투기인 ‘스핏파이어’ 및 ‘P51 머스탱’과 비슷한 수치의 속도와 성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로 각광받고 있는 도심항공교통(UAM)과 마찬가지로 항공기는 가장 가볍고 전력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사용한다”면서 “전기 항공기의 경우 현재 리튬이온 NCM 배터리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운송수단 전기화의 본격화를 위해 배터리 기술의 진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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