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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미래다] ESG 관점에서 본 노동이사제의 문제점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칼럼
  • 경제계는 지난 8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의결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중에서 어떤 것이 제일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환경·사회 문제를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ESG의 목적이지만, E와 S를 잘 해결하려면 우선 기업지배구조(G)가 잘 갖춰져야 한다.

그럼 좋은 기업지배구조란 어떤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적 논의가 필요하고 국가마다 사정도 다르지만 ①주주 이익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 이익을 잘 배려하고, ②지배주주를 위해 소액주주 이익을 희생하지 않으며, ③회사 경영진이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구조를 가리킨다고 정의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공공기관에 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 제도는 기업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도입을 결정하기 전에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노동이사제는 2016년 서울시가 투자·출연기관에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몇몇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됐다. 여당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한 바 있고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한편 제1야당 대통령 후보도 최근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이 제도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노동이사제는 1947년 독일에서 처음 도입됐다. 그런데 독일의 기업환경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다. 먼저, 이사회는 실제 기업 경영을 담당하는 경영이사회와 이를 견제·감시하는 감독이사회로 나뉘어져 있고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에 참여한다. 기업 형태는 주식회사가 1%에 불과하고 유한회사가 약 95%를 차지하고 있어 주주이익 보호라는 개념 자체가 약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은 약 95%가 주식회사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노조는 산별노조로서 단체교섭도 주로 산별노조와 사용자 단체 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달리 기업 수준에서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독일 기업의 노조가 노동이사제를 통해 경영자와 대화 창구를 확보할 필요성을 더 많이 느낀다는 뜻이다.

독일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기업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특히 노동이사제를 운영하는 주식회사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이는 주주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주식회사와 노동이사제는 양립하기 힘들다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권은 공공기관에 대해서만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방침을 밝혔지만, 경영자 단체들은 이것이 결국 민간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제도 도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기업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됐을 때 어떤 문제가 있을까.

기업이론에서는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을 ‘자발적인 계약의 집합체’(nexus of contracts)로 정의하고 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생산활동에 참여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사전에 약속한 금액(임금, 지대, 이자, 물품 대금)을 받고, 주주들은 매출액에서 이들 이해관계자들에게 지불할 금액을 다 지불하고 남는 금액, 즉 잔여재산(residual)을 이윤으로 가져간다.

이처럼 주주는 다른 구성원들과는 달리 회사 경영성과에 따라 자신의 몫이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을 모니터링하고 성과를 내도록 독려할 인센티브가 있다. 그리고 주주가 갖는 이런 특수한 성격과 지위 때문에 주주는 이사 및 최고경영자에 대한 임면권과 주요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오늘날 기업이론에서는 주주를 기업의 소유주로 보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목표가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는 견해는 잘못이다. 임명권자인 주주 입장에서 최고경영자가 이윤 극대화를 위해 행동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런데 회사에 자신의 인적자본을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노동자들은 회사 성과에 따라 인적자본 가치가 변화한다. 이처럼 기업 결정이나 성과에 따라 어떤 이해관계자의 가치가 변동된다면 이들에게 고정급여만 지급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성과급을 받기도 하고 임금협상을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가 이사회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이사회와 최고경영자는 다른 생산 참여자들의 몫을 지급한 후에 남는 잉여재산, 즉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노동자는 노사합의를 통해 자신의 몫을 최대한 확보하면 되는 것이지, 이윤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근거는 없다. 그들이 참여함으로써 조직 목표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혼선이 생겨 이윤 극대화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윤이 줄어들면 그 다음 해 성과급이나 임금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관점에서 봐도 결론은 같다. 기업에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데,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면 납품기업, 소비자, 환경 단체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은 누가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 하는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이사회는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서로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기는 경연장이 될 형편이다.

기업이 ‘자발적인’ 계약의 집합체일진대, 의사결정 권한도 빼앗기고 자신의 몫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계약을 주주에게 받아들이라고 하면, 그는 결국 그런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그 기업은 깨지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지배주주 견제를 위해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는 좀 더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므로 노동이사제를 통해 이런 것을 해결하겠다면 이는 정책 목표와 수단의 전형적인 미스 매치다. 또한 노동이사가 다른 사외이사보다 지배주주 견제나 소액주주 보호를 더 잘하리라고 믿을 근거도 없다.

한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민간기업에 비해 더욱 더 근거가 약하다. 공공기관은 원래 주주이익이 아닌 공익 추구를 목표로 한 조직이다. 따라서 노동자 이익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추구할 주주이익이 애당초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대표를 이사회에 보내야 할 근거가 빈약하다.

공공기관의 공공성 제고를 위해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공공기관은 설립 목적 자체가 공익 추구에 있기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감독장치를 통해 그들이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감독할 수 있다.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지배구조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일반적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많은 참여자들이 아직까지는 이 계약에 동의하고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런데 노사협상의 장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함으로써 노사갈등이 기업의 다른 의사결정 과정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기업의 의사결정구조가 정치적 프로세스화한다는 뜻이고, 이렇게 되면 주식회사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장점은 사라질 것이다.

조신 연세대 교수

●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프로필

대통령 비서실 미래전략수석, SK브로드밴드 대표,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MD,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역임했다. 파리협정(2015) 체결 시 정책결정에 참여한 인연을 계기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기업 지배구조 관련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는 <넥스트 자본주의, ESG>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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