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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고령층 생계 위협하는 건보료 폭탄

주택가격 상승으로 피부양자 자격 박탈 사례 지속
  • (사진=유투이미지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최근 몇 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주택가격의 유탄이 소득 없는 노령층 세대를 직격하고 있다. 보유 부동산의 가격이 오른 탓에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자격에서 박탈당하면서 수백만원을 건보료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하락 신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더욱 까다롭게 바뀌면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집값 오름세에 등 떠밀려 건보료 내는 노령층

#2주택자인 A씨(69세)는 올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면서 의료보험료 납부액이 증가했다. 6년 전 남편을 잃은 A씨는 1년 수입이 약 1400만원이지만 올해 건강보험료 260만원, 재산세 270만원, 소득세 30만원, 종합부동산세 385만원 등 조세(준조세 포함)로 1000만원을 납부했다. A씨는 2001년 매입한 서울 주택은 월세를 주고 2015년 매입한 세종시 집에서 살고 있다. 세부담에 몰려 집 한 채를 팔려고 해도 고정 수입이 50만원의 유족연금밖에 남지 않아 주저하고 있다. A씨는 “나름대로 노후를 준비했던 내가 왜 투기꾼으로 몰려서 징벌적 세금까지 내야 하는가? 고령에 취업도 불가능한데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는 것 같아 처절한 심정이 든다”고 했다.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상실 조건은 소득요건과 재산요건에 따른다. 소득은 연 소득이 3400만원을 초과하거나 사업소득이 발생할 경우, 재산은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원을 초과하거나 과세표준이 5억4000만원~9억원이면서 연소득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피부양 자격을 잃게 된다.

A씨는 소득은 피부양자 자격상실 요건에 들지 않지만 올 들어 보유 중인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하게 됐다. 건보료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의 6.86% 금액을 본인과 직장이 절반씩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차량의 가격을 점수화해 산출한 금액을 본인이 전부 부담하게 된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집값 상승 여파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고 건보료 부담을 지게 된 노령층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1월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 근로소득, 이자 등 소득증가율과 올해 주택과 토지 등 재산과표 증가율을 적용한 결과, 전체 피부양자 1846만 명 중 49만4000여 명(2.7%)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탓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사람은 약 2만4000여명이었다. 재산과표 변동으로 1만741명이 피부양자에서 탈락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39.4%(6715명) 증가한 것이다. 재산 기준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사람들이 보유한 재산은 실거래가로 19억 원 안팎이었다.

올해 가파르게 올랐던 주택가격이 내년 안정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0.63%로 여전히 오름세를 보였지만 지난달(0.88%)에 비하면 상승폭이 다소 둔화했다.

지역별로 수도권(1.13%→0.76%), 서울(0.71%→0.55%), 지방(0.67%→0.51%), 5대 광역시(0.69%→0.49%), 8개도(0.67%→0.55%) 모두 상승폭이 축소됐으며, 세종은 마이너스 0.11%에서 ­0.67%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가계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유동성을 제한하는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집값 오름세가 꺾이는 모양새지만 지속 중인 거래절벽 현상이 해소된 이후에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한편 내년부터는 피부양자 자격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내년 7월부터 소득 요건은 연소득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내리고 재산세 과표는 5억4000만 원~9억 원에서 3억6000만 원~9억 원으로 하한 기준이 낮아진다.

정부 부동산 책임론의 연장...정치권 뜨거운 감자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집값 상승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건강보험료를 12월분부터 내년 11월분까지 12개월간 50% 경감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료 경감 대상자 고시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발령했다.

여당에서도 건보료 인하를 시사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1가구·서민주택의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재산세나 건보료 상승률이 (지나치게) 되지 않게 제대로 정책적 보완을 할 것”이라며 “고가 주택은 금액별로 5억~10억 원, 11억 원 이상 등 세부적인 추계를 만들어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 충격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럼에도 구간별로 세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정책 방안을 검토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주택 가격과 건보료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돌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부세 폭탄’을 주장한 데 이어 ‘건보료 폭탄’ 주장을 꺼내들었다. 윤 후보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들의 11월 평균 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부가 저질러 놓고 가만히 있던 국민이 세금 폭탄과 건보료 폭탄을 맞아야 하는 것이냐”고 썼다.

윤 후보는 이어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11월분 보험료가 평균 6754원이 인상된다고 한다. 국민 힘 빠지게 하는 또 한 번의 폭등 소식”이라며 “물론 새로운 부과 기준이 적용되면서 부담이 늘어나는 지역가입자도 있고, 오히려 혜택을 보는 지역가입자도 있다. 재산공제액을 확대한 것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부담해야 할 절대 액수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국민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허리만 휜다. 민원실을 찾아도, 항의 전화를 해봐도 힘만 빠진다”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내년 1월에는 모든 국민의 건보료가 1.89% 정기 인상된다. 지속 불가능한 보건 포퓰리즘 ‘문 케어’가 결국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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