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종부세가 조세저항 심리 자극…종부세 위헌 소송까지 줄이어

충북 청주시 내수읍에 위치한 소다마을. (사진=소소다향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지난달 22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날아든 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서울 지역 다주택자’가 세 부담의 타깃이라고 했지만 지방의 마을 공동체가 수천만 원의 세금 폭탄을 맞는 등 생각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공동체 존속을 위해 대안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종부세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조세저항 분위기에 불씨가 퍼지면서 급기야 종부세가 위헌임을 주장하는 소송이 줄을 잇는 등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종부세가 덮친 6개 마을 공동체 ‘패닉’…대출로 세금 내야 할 처지

충북 청주시 내수읍에 위치한 소다마을은 올해 크게 늘어난 종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마을 공동체를 해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소다마을은 지난 2018년 청주 시민들이 주식회사 ‘소소다향’을 설립하고 이곳 2400여 평 토지에 주택 7채를 건립해 9가구가 모여 살면서 조성됐다. 소소다향이 법인으로서 부동산을 소유하고 각 가구는 주주인 체제였다.

소다마을의 위기는 법인에 대한 종부세 부담이 커지면서 불거졌다. 소소다향에 부과된 종부세는 2019년 387만 원에서 2020년 512만 원, 올해는 8463만 원으로 인상됐다. 소소다향이 보유한 부동산의 공시가격 15억4800만 원에 종부세 최고세율 6%를 적용한 결과다. 이전까지는 납부액을 가구 수로 나눠 부담해왔지만 올해는 가구당 1000만 원 안팎으로 액수가 커지면서 상황이 난처해졌다. 납부유예 신청이 통과돼 시간은 벌었지만 각자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실정이다.

소다마을의 사례가 알려진 후 경남 산청군의 예술가공동체인 ‘큰들’을 비롯해 충남 공유주거협동조합 ‘지음’, 보은군 영농조합 ‘보나콤’. 경기 용인시 ‘짖지않는집협동조합’. 인천 ‘우리동네사람들’. 서울 ‘한국주택도시협동조합’ 등 전국 곳곳의 5개 마을 공동체도 고액의 종부세 고지에 따른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도 세 부담이 불어날 것을 우려하며 앞으로 한 번 더 고액의 종부세가 부과되면 공동체 해체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올해 급등했던 사례를 비춰 앞으로도 종부세 부담은 가중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가 전국 14.2%, 서울 17.3% 오르자 올해 공시가격은 전국 19.91%, 서울 19.91%로 널뛰는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역시 주택 시세가 고점에 형성된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반영비율)이 상향 조정된 것을 고려하면 내년 공시가격은 평균 20% 이상 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는 23일 정부가 발표하는 표준 단독주택 23만여 가구의 공시가격 예정가(내년 1월 1일부터 적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행법 상 임대주택사업자, 공동등기 등 수단도 여의치 않아

문제는 실거주 목적으로 모인 마을 공동체가 종부세를 피해갈 대안이 없다는 거다.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로 전환할 경우 종부세는 적용되지 않으나 10년 동안 임대주택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데다 기존 마을 주민들이 주주의 지위와 소유권을 포기해야 한다. 임대사업자가 자신에게 다시 임대를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다마을의 경우 주민은 자기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나 매각해 맡긴 후 다시 임대로 들어와야 자기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실정이다.

공동등기로 전환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명의에 이름을 올린 9명 중 한 사람이라도 파산 등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등기물에 대해 압류처분이 가능해 공동체 재산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소소다향 등 법인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참여 창구인 광화문1번가에 청원을 넣는 등 정부와 국회 등에 마을공동체의 피해를 구제할 종부세 보완 대책을 촉구하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공동등기 등 현존하는 방식으로는 과중한 종부세 부담을 벗어나면서 공유 재산을 형성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서명석 소소다향 대표는 “소다마을은 우리 주민들이 살기 위해 직접 설계하고 지은 터전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같은 크기의 집들이 빙 둘러있는 구조로 집 밖에 공간은 모두 공유공간이다”라며 “투기가 목적이었다면 토지를 잘게 쪼개서 수익성을 높이려고 하지 이렇게 설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 대표는 “우리 같은 마을공동체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과세체계를 마련하고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꾸려 종부세 위헌 소송까지…조세 불복 ‘아우성’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송된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 종부세 반대 단체인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가 꽂아놓은 홍보물이 눈에 띈다. 이 단체는 이날 서초구 내 시세 30억원 이상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위헌법률 심판 청구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올해 종부세는 수도권을 필두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과세 대상이 되는 고가 주택이 급증한 데다 세액 계산 시 적용되는 주택 공시가격, 세율, 공정시장가액이 한꺼번에 인상되면서 ‘역대급’ 종부세로 손꼽힌다.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7000명이며, 세액 규모는 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고지 인원은 28만명, 고지 세액은 3조9000억원이 각각 늘어난 수치다. 이중 다주택자의 고지 세액은 2조7000억원, 법인 2조3000억원으로, 두 집단을 합하면 전체 세수의 88.9%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정부는 세수의 상당부분을 다주택자와 법인이 부담한 점을 증세 정당화의 논거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월 고지 내역을 발표하면서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로 세 부담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증가한 세 부담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 완화를 위해 분납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홈택스 신청 화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6개 마을처럼 실거주 목적의 공동체가 종부세의 유탄을 맞은 사례가 드러나면서 다주택자·법인 과세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정부의 정책 기조에 적지 않은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

서울 지역은 종부세를 부담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부자증세’라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종부세 납세자는 전체 인구의 채 2% 수준이지만 서울의 주택 소유자 중에서는 5명 중 1명 꼴로 종부세를 부담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 주택 소유자 253만7466명 중 법인을 제외한 주택분 종부세 개인 납부자 수는 47만745명으로 추산했다. 유 의원이 통계청 주택소유통계를 바탕으로 2017∼2020년 주택 수 평균 증가율과 주택 수 대비 주택 소유자 수 비중을 고려해 추산한 것이다. 이 수치에 근거하면 서울의 주택 소유자 중 종부세를 납부하는 사람의 비중은 18.6%에 달했다.

종부세 위헌 소송 등 조세 저항 운동도 거세다. 법무법인 수오재와 이재만 세무사(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이끄는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시민연대)는 ▲조세불복에 따른 조세심판청구 ▲행정소송 및 위헌법률 심판제청 요청 ▲헌재 위헌 판결 시 행정법원판결에 따른 종부세 환급의 3단계 절차의 위헌청구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은 올해 종부세가 임대사업을 영위하기 못하게 만들며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착한법만드는사람들 상임대표도 지난 7일 “종합부동산세는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종부세 단체 위헌소송을 위한 소송인단 모집에 나섰다. 지난 10일까지 위헌 소송에 동참한 사람은 2350명에 달한다. 김 대표는 “종부세나 재산세는 소득(소득세)이나 생산요소(수익세)가 아닌 재산의 소유를 과세물건으로 하는 것이다. 누진세율 제도는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에 적합한 것으로 본질적으로 재산세에 적합하지 않다”며 종부세가 조세평등주의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위헌청구 신청해야 환급” vs 유경준 “해당되는 국민 모두 환급”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이 종부세 납세자들의 분노 여론에 편승해 소송 마케팅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시민연대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송을 독려하면서 “종부세가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위헌청구를 신청해야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는 이유다. 유경준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단체들이 종부세 위헌결정이 나더라도 위헌청구를 신청하지 않으면 납부한 세금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며 20만~350만 원의 위헌청구 착수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종부세 일부 위헌판결 당시 환급된 내용을 살펴보면, 소송참여자 이외에도 해당되는 모든 국민에게 종부세가 환급됐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8년 종부세 세대합산 조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세대별 합산으로 피해를 본 모든 납세자에게 2006년, 2007년 납부액까지 포함해 환급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이 사례를 들어 위헌소송에 참여해야만 위헌 판결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유 의원은 “현행 종부세 제도는 이중과세 논란을 비롯하여, 조세법률주의, 포괄위임 금지원칙 위반 등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며 “금전적 비용을 들여서 소송에 참여한 행위가 문제해결의 유일한 답인 것처럼 호도하는 행위는 분명히 경계돼야 하며 과세 당국은 국민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위헌결정 이후 환급 시행에 대한 명확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연대 측은 올해 납세액과 법률적 쟁점이 다른 점을 들어 모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47조(위헌결정의 효력) 조문과 대다수 경우 위헌 판결이 나와도 청구인에게만 환급을 해줬던 그동안 판례를 감안하면 모든 피해자에게 보상해줄 가능성은 낮다는 거다.

이재만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 공동대표는 “2008년 종부세 환급 당시에는 환급해야 하는 액수가 적었던 데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양당이 합의해 모든 피해를 환급해주는 특례를 만들었기에 가능했다”라며 “올해는 세수가 5조원에 달하는 데다 정치 역학상 여야 양당이 이 문제로 타협을 이끌어낼 여지도 적어 모든 납세자에게 환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