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 신념 담는 분위기 확산…‘셀프 선물’도 인기

롯데백화점의 12월 주얼리 전체 구매 고객 중 여성 고객의 구성비가 80%로 스스로를 위해 구매하는 여성 고객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보통 12월부터 시작되는 ‘선물의 계절’은 새해 초반까지 이어진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신정, 구정까지 연말연시에는 가족, 친지, 지인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기회가 유독 많다. 유통업계도 기분 좋은 비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걸림돌이 있지만 그럼에도 유통기업들은 다양한 선물 아이템을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유통업계의 연말연시 마케팅은 매년 진화하고 있고 사회적인 소비 트렌드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는 개인화 추세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부상한 비대면 문화로 인해 유통가 풍경이 사뭇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의 선물을 대하는 태도 변화가 상당히 흥미롭다.

‘미닝아웃’ 트렌드 담은 제품 매출 급성장

일단 유통업계의 마케팅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직접적인 홍보 효과를 내는 기존 방식이 아닌 연말연시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소비자의 호감을 사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외벽에 크리스마스 서커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2014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미디어 파사드’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에 LED 조명으로 영상을 띄우는 기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기법을 활용해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물론 서커스 장면까지 연출하면서 시민들에게 연말연시 분위기를 선물하고 있다. 내년 1월 21일까지 이어질 이 외벽 전시는 현재 시민들의 새로운 ‘인증샷’ 명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136화에 출연한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비주얼 머천다이저) 부장은 “원래 백화점 건물을 보면 한 면마다 광고가 붙어 있었는데 올해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로 했다”며 “정말 어려운 시기니까 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외벽 광고물을 없애고 과감하게 영상을 채워봤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기업의 이런 마케팅 방식은 큰 호응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out)을 결합한 신조어다. 소비자가 사회와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가치소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친환경기업 브랜드부터 기존 기업의 업사이클 아이템, 포장 최소화 실천 브랜드까지 미닝아웃 트렌드를 담은 다양한 선물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가치소비 온라인몰 ‘달리살다’의 경우 미닝아웃 문화 확산에 힘입어 론칭 1년 만에 7배 이상의 매출 규모로 성장하는 등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기업과 소비자 인식이 상호적으로 크게 바뀌고 있어 판매량과 구매율에 매몰되지 않는 선물 트렌드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물 아이템을 고민하는 분위기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여 미닝아웃 트렌드를 담은 제품의 매출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동안 고생 많았던 나”…일상화되는 ‘셀프 선물’

최근에는 개인화·비대면 추세로 ‘셀프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1년 동안 고생한 스스로에게 직접 선물을 챙겨주는 것이다. 연말연시에는 가족과 연인 등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는 것도 중요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셀프 선물도 일상이 되는 분위기다.

특히 모임이 많고 새로운 새해를 준비하는 12월에 여성들의 주얼리 구매율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3년간(2018~2020년) 월별 주얼리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2월에 여성들의 주얼리 구매 매출이 가장 높았고 1인당 평균 주얼리 구매 금액도 연평균 대비 약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12월 주얼리 전체 구매 고객 중 여성 고객의 구성비가 80%로 스스로를 위해 구매하는 여성 고객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롯데백화점은 연말을 맞아 다양한 주얼리 행사를 준비해 여성들의 셀프 선물 수요를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롯데백화점은 인기 주얼리 브랜드와 함께 단독 상품을 기획하고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골든듀는 ‘별’을 테마로 한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이며 최대 3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롯데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독 상품을 기획해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 다양한 주얼리 브랜드가 ‘홀리데이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스톤헨지는 오는 31일까지 12월 탄생석인 ‘터키석’을 활용한 목걸이와 팔찌를 포함해 연말연시 준비를 위한 특별 행사를 진행한다. 이 외에 프린세스, 루첸리, 로제도르 등에서도 다양한 ‘홀리데이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중에는 ‘혼파티’(혼자 하는 파티)도 큰 인기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혼자 즐기기 좋은 1인용 식기와 조리 도구, 혼술족을 위한 와인 관련 용품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74%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1인용 혼밥에 특화된 미니 화로 시리즈는 동기간 매출이 전월 대비 35%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미니 화로는 그을음이나 탄내가 나지 않는 에탄올 고체 연료를 사용해 식탁이나 작은 테이블 위에서도 혼자 고기를 구워먹거나 전골을 끓여먹을 수 있어 나홀로 혼밥족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제품”이라며 “다양한 디자인의 데일리플레이트 접시 시리즈와 세련된 양식기 세트도 인증샷을 즐겨 찍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