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SK, 그룹 내 요직 담당 인사 중심 조직개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팽창에 맞춰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K배터리’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는 한국 배터리기업들은 급박하게 변하는 환경 변화에 발맞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국내 배터리기업과 미국 완성차기업의 합작 투자도 연이어 발표됐다.

K배터리 선봉장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SK이노베이션 자회사)은 연말에 거물급 사내 인사를 전면배치하면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위한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공장 신·증설 투자에 나선 이들 3사는 각 그룹 요직을 담당하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육성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LG, 권영수 부회장 선임…구광모 회장 의지 반영

중국 중심으로 흘러가던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 등으로 본격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지난해 310만대에서 2030년 5180만대로 17배,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139GWh에서 3254GWh로 23배 급증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월 기준 약 34%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3대 중 1대는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고 국내 배터리 3사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LG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지난달 1일자로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 권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높고 고객과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줄 수 있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중요한 핵심사업인 배터리 사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면서 “글로벌 선도 사업자로서 중국 등 경쟁기업과 격차를 벌리며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해 나가기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영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와 믿음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과 4개의 연이은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과 공장을 설립했다. 이에 수주물량 200조원 규모를 순조롭게 공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또 최근 일단락된 리콜을 마무리하고 성장기반을 탄탄히 해야 하는 등 중차대한 경영 현안들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2012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아우디, 다임러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로부터 수주를 이끌어 낸 주역이다.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개에서 20여개로 두 배 확대했고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를 시장 1위 지위에 올려놓은 바 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사진=삼성SDI 제공)
삼성은 전자 출신 최윤호, SK는 배터리사업 대표 지동섭 내세워

삼성SDI는 지난 7일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삼성전자 최윤호 사장을 내정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을 크게 성장시키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성과를 감안해 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특히 이사회 의장으로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및 경영 노하우 전수 등 후진 양성에 기여토록 했다.

신임 최 사장은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사업지원TF 담당임원, 전사 경영지원실장을 거치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SDI에 따르면 글로벌 사업 경험과 재무 전문가로서 사업운영 역량을 갖춘 최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함으로써 삼성SDI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10월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에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양사가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합작법인은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최초 연산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키로 했고 향후 40GWh까지 확장할 수 있다.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배터리사업을 SK온으로 분할하며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를 SK온의 신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로 부임한 지 사장은 누적 수주잔량 기준 1TB가 넘어서는 등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한 이후 SK텔레콤 미래경영실장, 전략기획부문장 등을 역임해 SK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6년 SK루브리컨츠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지난해부터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로 선임돼 SK그룹 배터리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생산능력 확대 및 수주량 확대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 10월 출범한 SK온이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조기에 흑자를 달성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또 2025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기업 ‘Top3’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발표한 바 있다.

SK온은 지난 17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SK온은 최 수석부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영역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있음에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배터리기업들의 글로벌 투자 확대 추세에 따라 향후 배터리 시장은 물론 전기차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며 “더 뜨거워질 내년 배터리 시장 상황에서 한국 대표 배터리 3사의 거물급 인사 전면배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 및 육성에 대한 의지를 세계 시장에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