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형 M&A’ 예고…현대차 ‘메타모빌리티’ 공개

CES 2022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제품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가 3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개최됐던 CES가 지난 5일부터 7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대면행사로 개최된 것이다. 개막을 앞두고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행사 기간이 4일에서 3일로 짧아지고 참가기업도 예년 대비 절반 수준(2200여개)으로 줄어들긴 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400여개 기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만큼 국내를 대표하는 가전·IT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참가했다. 그동안 CES 조연이었던 자동차 기업들도 최근 들어서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제품을 공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CES에서는 그 기세가 더 커졌다.

삼성 ‘지속 가능한 미래’ vs LG ‘모두가 누리는 더 좋은 일상’

가전·IT 전시회답게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은 지난 4일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에 나섰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CES 2022 개막식 기조연설을 한 것이다.

한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팔라조 볼룸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기조연설을 통해 ‘기술’이 지향해야할 가치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규정하고 ▲고도화된 연결성과 맞춤화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 등을 통해 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한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팬데믹 위기는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의 가치를 일깨웠다”며 “전자업계와 고객사, 소비자 모두가 작은 변화를 만드는데 동참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이 반도체·모바일·가전 등 전 사업 부문에서 M&A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CES 2022에서 주력인 QLED TV와 라이프스타일 가전, 갤럭시 S21 팬에디션(FE) 등의 신제품을 주로 공개했다. 하지만 한 부회장의 이번 발언을 통해 삼성전자가 향후 메모리 반도체, 모바일, 가전 부문 외에도 신(新)성장동력을 본격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전·IT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LG전자는 이번 달 4일부터 31일까지 4주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더 좋은 일상’(The Better Life You Deserve)을 주제로 CES 2022 온라인 전시관을 열고 고객경험 혁신을 위한 제품과 솔루션을 대거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은 LG전자 글로벌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전시관에 입장해 다양한 테마로 꾸며진 공간을 누비며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체험하는 등 입체감 있는 전시를 즐길 수 있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온라인 전시관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까지 활용해 전시 관람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 LG전자 오프라인 부스공간에서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활용한 제품 체험과 볼거리가 마련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로보틱스 앞세워 미래 모빌리티 기술 대거 공개

이번 CES에는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케어 ▲모빌리티 ▲우주 등이 주요 키워드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뜨거운 기술 이슈는 이 전시회에서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이번 CES에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다수 참가했기 때문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완성차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CES에 ‘로보틱스’를 주제로 미래 비전과 신개념 로봇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16일 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집약된 신개념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Mobile Eccentric Droid)를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이번 CES 전시관에 모베드의 안내용 애플리케이션 버전 등 모베드 실물을 전시했다.

현대차는 지난 6일 CES 2022에서 글로벌 메타버스 환경 구축 및 실시간 3D(3차원) 콘텐츠 개발·운영 플랫폼 기업인 유니티와 ‘미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및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현대차와 유니티는 실시간 3D 메타버스 플랫폼에 현실의 ‘스마트팩토리’ 공장을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 가상공장 ‘메타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 4일에는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 등을 통해 인간의 이동 경험 영역을 확장하고 궁극적인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한 바 있다. 로보틱스를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로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탄소 중립’을 주제로 한 전략회의를 마치고 (왼쪽부터)SK이노베이션 노재석 SKIET 사장, 김철중 Portfolio부문장, 김준 부회장이 CES 2022 SK 전시장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 “환경 빠지면 서운”…친환경 혁신 기술도 공개

이번 CES 2022의 화두는 역시 친환경이다. 참가하는 기업들은 친환경 요소를 부각시킨 신기술과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CES 2022에서 2030년부터 매년 탄소 1100만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친환경 혁신 기술을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CES 2022에서 탄소 감축 효과에 집중해 ‘탄소 없는 삶, 그 길을 당신과 함께 걸어갈 동반자, SK’를 슬로건으로 회사가 추구하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달성할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SK이노베이션의 감축 기여 목표 탄소량은 2030년 기준으로 매년 1100만톤에 달한다. ▲배터리/분리막사업 417만톤 ▲배터리재활용/BaaS(Battery as a Service)사업 136만톤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500만톤 ▲이산화탄소 저장(CCS, Carbon Capture & Storage)사업 50만톤 ▲전기차용 윤활유 사업 1만톤 등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2020년 한 해 동안 배출한 탄소가 약 12.5톤이고 해당 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기술을 통해 2030년에는 국민 88만명이 매년 배출하는 탄소를 ‘0’으로 만들 수 있는 셈”이라며 “대한민국 전체 국민(5000만명)의 2%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