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o카카오o오스템 임플란트 등 투자자들 ‘망연자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SNS상에서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연초부터 신세계그룹과 카카오그룹, 오스템임플란트 등 대형 상장사가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잇따라 불거진 오너 관련 이슈가 곧바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계열사들은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주가가 급락했고 카카오페이는 상장 한 달만에 경영진의 ‘먹튀’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오스템임플란트는 1980억원 규모 횡령 사태에 이어 과거 최대주주의 횡령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부실 경영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이 같은 오너 리스크에 개미 투자자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오너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멸공’ 발언에 주가 급락 신세계그룹과 계열사들은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주가가 급락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공산당이 싫다’는 내용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그러다 1월 초 ‘난 공산주의가 싫다’고 쓴 글이 인스타그램에 의해 삭제되자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의 ‘#멸공’과 ‘#반공방첩’ 등의 태그를 게재했다.

이에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나온 뒤 하루 만에 6.8%포인트 급락하기도 했다. 계열사인 신세계 I&C,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등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마트, 스타벅스 등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사에 대한 불매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공유되면서 ‘정용진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지난13일부터 가격 인상이 단행된 스타벅스에 대해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스타벅스 기프티콘 환불 인증 등이 공유되고 있다. 신세계 그룹 계열사 이마트는 스타벅스의 최대 주주로 스타벅스는 이마트 전체 영업이익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멸공’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전국 이마트 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성명을 발표, 정 부회장을 향해 “멸공도 좋지만 본인이 해온 사업을 먼저 돌아보라”며 그의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이마트 노조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여파가 수만 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말 ‘자유인’이며 ‘핵인싸’(인기가 많고 유행을 빠르게 좇는 사람)이고자 한다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될 것이나, 본인 스스로 기업인 이라 한다면 이제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진 “나로 인해 고객이 발길을 돌린다면 정당성 잃어” 사과 정 부회장은 즉각 노조의 반발에 사과했다.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노조의 성명 발표 기사 사진을 게재하며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며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제 부족함입니다”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을 둘러싼 오너 리스크는 그와 같은 인플루언서 CEO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SNS활동을 통해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려왔다. 격의없는 소통과 재치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77만명을 거느리는 등 팬덤을 형성해왔다. 정 부회장이 인기 요식업 최고경영자(CEO)인 백종원과 함께 농가 살리기 차원에서 진행한 고구마, 감자 판매도 그의 인스타그램을 타고 재미의 의미를 함께 잡으며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트렌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이 같은 정 부회장의 행보가 큰 몫을 했다. 대중도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한 정 부회장의 행보에 열광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중의 인식을 고려하지 않은 그의 지나친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평가다.

신세계 안팎에서도 이번 사건이 큰 이슈로 확대되자 표현이 너무 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이 ‘멸공’ 관련 게시물에 중국 시진핑 관련 기사를 링크했다가 삭제한 것을 두고 그룹 차원의 중국 사업에 큰 타격이 올 수도 있는 행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행사로 '먹튀' 논란에 휩싸인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카카오페이 제공.
대표 및 임원 ‘먹튀’ 논란에 개미 투자자 원성 높아진 카카오 카카오는 새 CEO 선임을 앞두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빠졌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해 11월25일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이후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한 것이 발단이었다. 류 대표가 보유 주식 23만주를 매각해 469억원을 챙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인 작년 12월 10일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류 대표 측은 카카오 공동대표로 옮기면 스톡옵션 권리가 사라지게 돼 부득이하게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여 만에 이뤄진 경영진의 주식 매각을 두고 ‘먹튀’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시장에서 류 대표의 주식 매각 이후 매도세가 커졌다. 지난 11월25일 이후 카카오 주가는 약 30%, 카카오페이는 40%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중반기 목표주가 20만원 대를 기록했던 카카오는 지난 10일 10만원 선도 무너졌다. 카카오 시가총액은 현재 43조745억원대로 전고점(75조2461억원) 대비 32조1716억원이나 증발한 것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지난해 11월 말 23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경영진 주식 매도 논란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 1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결국 류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직을 자진사퇴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그동안 도전과 혁신을 내세웠던 카카오그룹은 기업 이미지가 추락과 함께 도덕성도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대장주로 자리매김해왔던 카카오의 폭락에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 전 계열사 대표 상장 후 2년간 주식 매도 금지 조항 신설 카카오는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제2 카카오페이’ 사태를 막기 위해 전 계열사 대표는 상장 후 2년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올 초 카카오 공동체의 컨트롤타워 격인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oCAC) 출범 후 첫 행보다.

카카오는 CAC가 전 계열사 대상 임원 주식 매도 규정을 마련하고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카카오 계열 회사의 임원은 상장 후 1년 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에도 예외 없이 매도 제한을 적용한다. 적용 시점은 증권신고서 제출일로부터 상장 후 1년까지다. CEO의 경우 매도 제한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다. 임원들의 공동 주식 매도 행위도 금지된다.

상장사 임원 주식 매도에 대한 사전 리스크 점검 프로세스도 신설했다. 앞으로 임원이 주식을 매도할 경우 1개월 전 매도 수량과 기간을 미리 CAC와 소속 회사 IR팀 등에 공유해야 한다. 주식 매도 규정은 계열사를 이동해 기존 회사의 임원에서 퇴임하더라도 적용된다. 카카오는 임원이 규정을 위반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센터장을 맡은 CAC는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카카오 전 계열회사의 전략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는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윤리 의식 강화와 리스크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2천215억원을 빼돌린 이모씨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역대급 횡령사건의 오스템 임플란트, 과거 오너 횡령 사실 재부각 ‘희대의 횡령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이슈도 주식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약 20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오스템 임플란트의 재무팀장이 구속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대규모 횡령사태의 여파로 최대주주의 과거 횡령 사건까지 재조명되며 오너의 부실경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스템 임플란트의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은 지난해 주식을 담보로 1100억원을 대출 받아 다른 상장사 주식을 매입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최 회장이 배임o횡령 혐의로 2014년 주식 거래가 정지된 사실도 다시금 주목을 끌었다. 당시 최 회장은 치과의사에게 불법 리베이트 제공과 배임o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역대 최대 규모 횡령사건이 불거지자 대주주의 ‘흑역사’가 소환되면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주주대표 소송 등 보완책 강화해야 기업들의 오너 리스크는 생소한 이슈는 아니다. 그러나 카카오와 신세계를 비롯해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 중견기업인 오스템 임플란트까지 오너 리스크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패닉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오너리스크를 막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나 주주대표 소송이 자리잡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자의 돈을 운용하면서 수탁자의 권익을 최우선하는 자율규범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기관투자가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부터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 소액주주를 대변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대주주 및 경영진의 독단을 막고 투명한 경영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아직 한번도 행사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인 기업은 132곳에 달한다.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경영진에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상법상 소 제기가 가능한 청구 대상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다. 이에 따라 상장회사 전체 주식의 0.01% 이상을 6개월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주주대표소송이 가능하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스튜어드십 코드나 주주대표소송이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기업에 대한 견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