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명절과 선물세트 가액 범위 상향조정이 원인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정육 선물세트 행사장 방문객이 설 한우 선물세트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설 연휴 고향 방문이 줄어들면서 설 선물세트가 역대급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설 명절을 맞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가액 범위가 20만원으로 상향조정돼 10만~20만원 사이 금액대를 형성하고 있는 선물세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선물가액이 높아지자 가격에 대한 심리적 요인이 여유로워졌다는 평가다. 게다가 가족과 친지를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명절 선물에 대한 지출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지하고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유통업계가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주문 예약 개시일을 경쟁적으로 앞당긴 것도 원인이다.

설 연휴 전주에 구매하는 것이 묘수

일단 설 연휴를 앞두고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서 설을 앞두고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이 약 24만5000원, 대형마트는 약 35만3000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이지만 평년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품목이 많고 재배면적과 기온 등으로 인한 생산량 변화로 가격 변동이 있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과자류, 주류, 축산물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고 과일류와 채소류는 가격이 내렸으나 견과류, 나물류, 수산물류, 그리고 기타 품목의 가격은 올랐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의 설 차례상 품목은 단기간 내 가격 변동이 이뤄지지 않지만 한파가 계속됨에 따라 채소류 등 신선식품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정부의 설 물가 안정 대책으로 공급량이 많아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설 연휴 전주에 구매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역시 정부는 설 민생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설 물가 안정 대책으로 지난해보다 일주일 빠른 설 3주 전부터 16대 성수품을 평시 대비 평균 1.3배로 확대해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 명절맞이 농·축·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할인쿠폰 지원 한도와 온누리 상품권 구매 한도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매년 설 연휴 기간 때 시행했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고속철도(KTX) 할인 등의 혜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코로나19 특별 방역대책으로 인해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정육·과일세트가 백화점 매출 견인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설 물가도 소비자에게 유리하지 않다. 그럼에도 비대면 명절이라는 특수성과 각종 정부 정책 완화·혜택으로 설 선물세트는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이번 설 연휴에도 청탁금지법을 지난 8일부터 30일간 한시적으로 완화해 설 선물 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위축돼 있던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상당히 반가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설 연휴는 1월 말부터 시작해 유통업계는 지난해 12월부터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백화점 매출에 이 상황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번달 12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같은 기간(2020년 12월 28일∼2021년 1월 23일)보다 3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58.6%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도 9.1%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 역대급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설 명절 선물세트를 준비하면서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3번의 명절 선물세트 판매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명절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상향과 코로나19 이전보다 고가의 선물을 찾는 수요 증가로 인해 전통의 명절 선물 상품이 눈에 띄는 강세를 보였다.

특히 정육 선물세트는 지난 3번의 명절 기간 동안 평균 20%대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인당 명절 선물 구매 금액이 전년 대비 25% 증가하며 프리미엄 선물에 대한 소비자의 높아진 관심이 정육 선물세트의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에도 한우 등 정육 선물세트에 힘을 실었다. 롯데백화점은 10만원대 알뜰세트부터 300만원 초고가세트까지 약 1000여종의 정육 선물세트 총 20만 세트 물량을 준비했다. ▲한우의 최고급 부위로만 구성된 ‘프리미엄 명품 한우 세트’ ▲국내에서 0.05% 정도만 사육되는 귀한 한우로 만든 ‘희소 한우 세트’ ▲지난해 설 선물세트에서 준비물량 3000세트가 완판됐던 ‘간편 소포장 세트’ 등을 다양하게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번 설을 앞두고 한우 공판장 거래인으로 직접 참석해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선택한 한우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대표 상품으로는 ▲한우 암소의 등심, 안심, 채끝 스테이크 부위로 구성한 ‘직경매 한우 스테이크’ ▲등심로스와 양지 국거리로 구성한 ‘직경매 한우 만복’ 등이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대표 산지에서 엄격하게 선별해 선정한 과일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홍수와 태풍 피해가 적고 깊은 토심을 자랑하는 천안시 성환읍 송덕리의 ‘성환 배’ ▲온난하고 강수량이 풍부해 짙은 향과 우수한 당도를 보장하는 ‘제주 감귤’ ▲퇴적토가 많고 배수가 원활해 맛과 향이 진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충주 사과’ 등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독 빠르게 다가오는 설 명절로 인해 유통업계는 지난해 연말부터 설 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이번 설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건강과 면역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비롯해 비대면 명절 분위기에 걸맞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선물세트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