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 규모를 줄이는 양적 축소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주식시장이 요동을 쳤다. 불안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연준이 방침을 바꿔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양적 축소도 금리를 몇 번 인상한 후에 시작하겠다고 후퇴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줄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7년에 똑같은 일이 있었다. 그 해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유동성 축소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뒤 10월에 실제로 양적 감축에 나섰다. 2018년에는 긴축 강도가 더 강해졌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주가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유동성 축소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난 2018년 9월까지 미국시장이 상승을 이어갈 정도였다. 우리시장도 비슷했다. 2017년 4월 2,200선을 통과한 코스피가 다음해 1월 2,600까지 상승했다. 긴축이 시행됐지만 경기가 괜찮아 금리 상승의 영향이 줄어든 것이다.

2018년 10월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금리가 적정수준을 넘은 후에도 금리 인상 우려가 계속된 데다, 미o중 무역분쟁 격화 등 불안요인이 새로 발생한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가 된 것은 경기 둔화다.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2018년부터 경기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 그 영향으로 우리 기업의 이익도 줄었다. 2018년에 150조원이었던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다음 해에는 40% 가까이 하락했다. 긴축이 상황 변화의 시작점이었다면, 본격적인 영향은 경기 둔화에 의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

긴축의 영향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을 줄여도 2017년같이 경제가 좋으면 주가에 일시적인 영향을 주는데 그치지만, 경제가 나쁘면 큰 충격으로 발전하게 된다. 앞으로 미국의 가계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진한 실질소득 증가와 재정 혜택 소진으로 소비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에 미국의 소비자 신용이 예상 외로 크게 증가했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지원 덕분에 높아졌던 소득 중하위 계층의 저축이 소진돼 빚을 내 소비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소비가 줄면 문제되고 있는 공급 압력이 완화된다. 그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악영향은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작년 하반기에 수출이 정점을 지난 게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7,8월부터 우리 수출과 연관성이 큰 글로벌 경제 지표들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 지표가 다시 올라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수출 둔화가 전체 경기 둔화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 수출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인데, 당분간 수출 둔화의 영향을 피하긴 힘들다.

그래서 기대를 걸어보는 곳이 내수소비다. 작년에 수출이 30% 넘게 증가하는 동안 소비는 극심한 충격에서 벗어나는 정도에 그쳤다. 인구 구조 변화 등 구조적으로 내수가 약해지는 점을 감안해도 소비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수출 증가 둔화와 내수 확대만큼 관심이 가는 부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이다. 미국에서 연일 80만명, 유럽 주요국에서도 30만명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작년 최고 확산 때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알 수 있다.

온라인 소비 확대, 재택 근무 인프라 구축 영향으로 코로나19에 의한 경제 민감도가 낮아졌지만 그렇다고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격리가 늘어나고 생산 참여 인원이 줄어 경제 위축이 올 수 있다. 중국이 대표적인데, 이동제한 강도가 높아져 악영향이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19 영향권내에 다시 들어가는 게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유동성 축소에 영향 덜 받는 은행주 관심 가져야

주식을 선택하는 기준은 둘이다. 확실하게 트랜드를 타고 있거나 가격이 싸거나. 주가가 오르는 대세 상승 국면에는 굳이 두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고점이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종목을 가격에 상관없이 사들이기만 해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지금처럼 주가가 일정 폭 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다.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종목은 상승 기회를 얻을 수 없고, 중심에 있다 해도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은 가격의 한계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트랜드는 긴축이다.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는 시장에 부정적인 재료여서 수혜주를 찾기 힘들다. 그래도 영향을 덜 받는 주식을 고른다면 은행이 그에 해당할 것이다. 올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순이자마진이 1.85% 정도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보다 0.05%p 정도 높아진 수치다. 작년 8월과 11월 금리 인상 영향을 반영한 결과로 올해 금리 인상까지 감안하면 순이자마진 확대 폭이 0.08~0.09%로 높아진다.

은행 이익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이 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주가가 낮은 경우에 해당된다. 상장 직후 지나치게 높은 평가와 카카오그룹 내부 문제로 주가가 고점 대비 40% 이상 떨어졌지만 금융 플랫폼이란 기대가 남아있어 추가 하락이 크지 않을 것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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