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패션으로 특수 누린 백화점…매출 증가세는 이커머스도 추월

롯데백화점 동탄점 외부 전경. (사진=롯데쇼핑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해외 소비 지출이 크게 감소한 대신 국내 명품, 의류 등의 소비가 급증했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소비 형태는 백화점으로 쏠리게 됐다.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은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기저효과와 잠재된 소비심리 표출에 따라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백화점(24.1%)이 이커머스(15.7%)도 뛰어넘을 정도로 큰 폭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백화점의 강세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업계는 글로벌 여행 재개에 따른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올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백화점 역대급 특수…전체 매출 36.5%↑

백화점의 강세는 연말연시에도 여전하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백화점 매출에 이 추세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번달 12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같은 기간(2020년 12월 28일∼2021년 1월 23일)보다 3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58.6%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도 9.1%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 백화점은 역대급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은 고가의 설 선물세트를 비롯해 아동스포츠(55.3%), 해외유명브랜드(42.8%), 패션 관련 상품군(여성정장 36.1%, 남성의류 40.5% 등)의 매출 호조 등으로 전체 매출이 3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증가했던 지난해 4분기 백화점의 기존점 성장률은 10~11월 평균 10% 초반을 기록하다가 12월에 25~30%까지 치솟았다”며 “12월의 경우 기존 명품의 고성장뿐만 아니라 일반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명품 못지않게 20% 이상 크게 증가했던 이유는 팬데믹 상황에서 소득 상위 계층의 백화점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패션 기업들의 제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영향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는 고가 소비재를 유통하는 백화점 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일반 생필품, 식음료와 같은 카테고리를 주로 유통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은 141억6500만달러(16조8988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7위를 기록한 규모다. 이러한 국내 명품 시장의 호황은 백화점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백화점의 지난해 1~11월 해외패션·명품 매출은 롯데백화점의 경우 35.0%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43.7%, 현대백화점은 40.8% 증가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의 강세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대폭 축소된 것이 원인”이라며 “올해 글로벌 여행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축된 해외여행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여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백화점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면 소비 위해 쇼핑 공간 이상의 가치 만든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이커머스 중심의 유통업 재편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온라인과 연계하는 등 비대면 소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프라인 판매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백화점들은 최근 한번 방문하면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26일 현대백화점의 16번째 점포인 ‘더현대서울’이 여의도 대형복합시설 ‘파크원’에 오픈한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백화점이 상품만 쇼핑하는 공간을 뛰어넘어 공원처럼 거닐고 휴식을 위해 머물 수 있는 지역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소비자들은 쇼핑만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는다”며 “백화점 등이 쇼핑을 할 수 있는 고유의 기능을 완벽히 갖추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공원, 복합 문화·예술 공간 등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온라인 유통업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유통업계의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미 롯데백화점은 다양한 강좌들로 올해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6일 ‘봄 학기 문화센터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봄 학기 문화센터는 오는 3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선착순 마감된다. 먼저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코티지 코어’(Cottagecore, 복잡한 도시를 떠나 소박한 자연의 삶을 추구) 트렌드에 맞춘 강좌를 준비했다.

또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등장한 소비 트렌드 ‘팸잼’(Fam-Zam, 가족과 재미를 결합한 단어)에 맞춰 ‘반려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강좌를 기획했다. 최근의 술 트렌드, 특히 일상 속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소비 흐름에 맞춘 와인이나 위스키, 전통주와 관련된 강좌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미술품 투자(아트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봄 학기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관련 강좌를 대폭 늘렸다. ‘아트테크의 시작과 명작을 찾는 안목’, ‘실전 미술품 투자’, ‘미술품 투자를 위한 명작 화가 파워랭킹’ 등의 강좌가 마련됐다. 유명 작가 작품을 통해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강좌와 미술품 감상법 강좌를 선보이는 것이다.

또 신세계백화점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를 반영해 온라인 아카데미에도 인테리어 강좌를 별도로 개설했다. 신세계 아카데미는 지난 26일부터 온·오프라인으로 봄 학기 수강 신청을 받고 있다. 봄 학기 강좌는 오는 3월 1일까지 12개 점포의 아카데미 접수 데스크와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