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와 가스·휘발유차 ‘저공해차 보급목표제’서 제외

신형 니로 외장. (사진=기아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내년부터 자동차 제작·수입사들에 적용되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에서 하이브리드차(HEV)와 가스·휘발유차가 제외된다. 환경부가 무공해차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 전기차·수소차만을 대상으로 하도록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를 개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HEV가 전기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을 작동해야 하는 것이 제외되는 이유다.

현행 조세특례법은 HEV의 개별소비세액이 100만원 이하면 전액을, 100만원을 초과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감면해 준다. 정부는 그동안 HEV를 친환경차로 보고 구매를 장려키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HEV가 주행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내연기관의 74% 수준인 만큼 탄소중립정책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HEV 개별소비세액 인하 혜택도 사라질까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는 자동차기업들이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저공해차로 채우지 못하면 기여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여금은 내년부터 부과된다. 제도상 저공해차에는 전기·수소차 외에도 HEV와 저공해차 배출허용기준을 만족하는 가스·휘발유 자동차가 모두 포함된다. 무공해차로는 저공해차 1종인 전기·수소차만 해당된다.

저공해차 보급실적을 계산할 때는 1∼3종별로 점수에 차등을 둔다. 문제는 HEV와 가스·휘발유차 등을 저공해차로 분류해 보급 목표를 부여하는 것이 저공해차 확산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저공해차 범위 조정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내용을 관계 부처, 업계 등과 협의해왔다.

환경부는 2019년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2020∼2024년)에서 HEV를 내년부터 저공해차 범위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한 바 있다. 하지만 친환경차 산업을 관장하는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로 이 시기가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올해 저공해차 보급목표는 20%로, 20% 중 8∼12%는 전기·수소차인 무공해차로 채워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HEV 등을 제외하는 결정은 저공해차 보급목표제에 한정된 것으로 HEV를 대상으로 한 세제 혜택 등 친환경차 정책 전반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친환경차 범위 조정과 관련해 산업부 및 업계 등과 계속해서 논의 중으로 현재 환경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보급목표제에 관한 것만 확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내년 또는 내후년 중에 HEV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하고 개별소비세액 인하 혜택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산업부와 꾸준히 갈등을 빚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0)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측면에서 본다면 HEV는 무공해차가 아니라는 것이 환경부와 환경단체 등의 입장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HEV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하면 오히려 내연기관차를 늘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HEV가 탄소중립을 위한 중간 단계 기술로 육성을 해야 하는 게 맞고 HEV를 친환경 정책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너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HEV 글로벌 인기는 여전…韓 HEV 차량 인기도 동반 상승

국내 친환경차 정책에서 HEV가 배제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HEV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특히 한국 HEV가 해외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발표한 ‘2022년 최고의 고객가치상’ 차종별 총 11개 부문에서 6개 부문을 수상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중 2개 상이 HEV 부문에서 나왔다.

최고의 HEV·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투싼 HEV가 경쟁 차종들을 제치고 이름을 올리면서 2관왕에 오른 것이다. 또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HEV가 최고의 HEV·전기 승용차 상을 받는 등 최고의 고객가치상 부문 중 전동화 관련 2개 상을 모두 현대차가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HEV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가 지난 25일 출시한 친환경 전용 SUV ‘디 올 뉴 기아 니로’(The all-new Kia Niro, 이하 신형 니로)가 대표적이다. 기아에 따르면 신형 니로는 사전계약 첫 날인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영업일 4일) 사전계약 누적 대수 총 1만7600대로 친환경 SUV 시장을 대표하는 모델임을 입증했다.

특히 사전계약자 중 2030세대 비중은 약 46%로 기존 니로 대비 16%포인트 증가하는 등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기아는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신형 니로의 사전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사전계약자 연령은 30대가 26.7%로 가장 많았고 50대 20.9%, 40대 20.7%, 20대 19.0%, 60대 이상 12.7% 순으로 나타났다.

페라리도 지난 20일 V6 엔진과 고용량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 ‘296 GTB’를 국내에 출시했다. 296 GTB는 2019년에 출시한 ‘SF90 스트라달레’와 2020년 선보인 컨버터블 모델 ‘SF90 스파이더’에 이은 페라리의 세 번째 PHEV 모델이다. 296 GTB는 순수 전기 ‘e드라이브’ 모드에서 25㎞를 주행할 수 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동시에 지닌 PHEV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완성차업계와 소비자의 공감대가 높게 형성된 덕분이다. 특히 PHEV SUV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이에 현대차 역시 준중형 SUV 투싼에 PHEV 모델을 추가해 친환경 SUV 라인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현재 유럽 PHEV SUV 시장에서는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런 유럽에서 현대차의 존재감도 절대 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독일 전통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빌트’(Auto Bild)가 진행한 PHEV SUV 비교 평가에서 투싼 PHEV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에서는 싼타페·니로·쏘렌토 등 주요 SUV 차량의 PHEV 모델이 인기를 끌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차 가격이 비싼데다 보조금 폐지 등의 이유로 PHEV 판매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국내 PHEV의 환경부 보조금 500만원이 지난해부터 폐지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