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소유 위장계열사가 낀 수백억 손실 회계처리 여부가 관건

(사진=대우산업개발 홍보영상 캡쳐)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시공능력평가 80위권의 중견건설사 대우산업개발에 대해 최근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경찰에 대우산업개발을 고발해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개발사업의 대가로 확보한 채권 수백억원이 채무기업의 부실로 인해 회수 불가능한 불량 채권으로 전락한데다, 손실을 가리려다 분식회계로 이어졌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것이다.

손실을 초래한 채무기업은 한재준 대우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실질적으로 보유한 ‘위장계열사’라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우산업개발의 이상영 회장과 한 대표에 대한 배임, 횡령, 탈세 의혹도 제기하고 나섰다.

위장계열사 의혹 부실기업들 경영진 실소유 정황 드러나

<주간한국>은 앞서 지난 17일 ‘대우산업개발, 미분양 손실 회계누락 의혹’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고 대우산업개발이 고의로 ‘대손충당금’을 누락해 분식회계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손충당금이란 기업이 보유한 채권 중 채무자의 파산 등 이유로 회수할 수 없게 된 금액을 손실로 처리하는 계정을 말한다. 대손충당금을 적게 계상할수록 기업은 장부상 자산은 부풀리고 손실은 축소해 실적을 좋게 보이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해당 기사는 대우산업개발 기획팀에서 작성한 내부문건인 '2020년도 부서별사업계획'(2019년 12월 작성)을 바탕으로, 당시 회사가 4개 사업장에서 총 6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했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쌓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사업장 별 요구되는 대손충당금은 ▲원주태장 42억원 ▲큐브 197억원 ▲더서산 168억원 ▲광양중마 192억원이었다. 시행사인 위성도시건설이 대우산업개발에 공사비 등 명목으로 지불해야 하나 분양수입이 없어 못 주게 된 돈이다.

하지만 문건이 작성될 당시인 2019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우산업개발은 188억원만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채무자인 위성도시건설이 600억원을 지불하지 못할 것으로 문건에 보고가 됐는데 채권자인 대우산업개발은 412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처리한 셈이다. 이 괴리가 분식회계 의혹의 단초가 된 것이다.

물론 예상보다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은 사실만으로 ‘분식회계’ 또는 ‘회계부정’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국제회계기준(IFRS) 회계 규정 등에서 채권 금액의 몇 % 이상 쌓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가령 미수채권 1000억원 중 999억원은 채무자의 경영상황이 양호해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회사는 1억원만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간한국>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대우산업개발과 계열사들이 해온 거래가 일반적인 회계 기준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정황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대손충당금을 쌓은 시점이 이상하다. 대우산업개발은 2012년 준공한 ‘광양중마’ 사업장의 미수채권 367억원에 대해 2019년에 와서야 대손충당금 150억원을 쌓았다. 217억원은 이 사업장에서 추가로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해당 사업장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803세대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 2019년 당시에는 전 세대가 팔려 더 이상 기대할 수익이 없었다. 진즉 분양이 끝난 사업장을 한참 뒤에 대손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위반사항이다. 실제로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 2015년 대손충당금을 늦게 쌓아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을 처분한 바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위성도시건설이 당시 또다른 주택 개발 사업인 '감삼동' 프로젝트를 맡은 점을 감안, 여기서 나올 추정 수익 180억원은 제외하고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회사는 '광양 중마' 사업장의 장기 미수채권 367억원 중 '감삼동'에서 받을 180억원은 빼고, 남은 187억원 중 모종의 이유로 37억원을 더 빼 150억원만 손실로 처리한 것이다.

둘째는 대우산업개발과 거래한 복수의 시행사들이 심각한 부실기업이라는 점이다. 우선 앞서 언급한 위성도시건설은 2019년 기준 자본금이 3억5000만원인데 미처리결손금을 무려 305억원까지 누적해 자본잠식상태에 빠져있었다.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는 회계법인이 “위성도시건설의 존속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공시된 내용이 분명하지 않다”며 ‘한정의견’을 냈다.

‘더서산’을 분양한 풍화자산개발(현 디큐브개발) 역시 2020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결손금이 112억원까지 쌓여 자본금(3억원)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이 기업 역시 회계법인이 당해 감사의견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회사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따라서 정상적인 사업과정을 통하여 자산을 회수 할 수 없고 부채를 상환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산업개발이 이처럼 부실 기업들과 5년, 10년씩 사업을 지속했다는 점이 분식회계 의구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이들 부실기업과 대우산업개발 경영진 사이의 밀접한 관계다. 위성도시건설과 디큐브개발은 대우산업개발과 지분관계가 없어 얼핏 별개의 시행사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우산업개발 경영진이 직접 소유한 위장계열사에 가깝다.

위성도시건설은 대우산업개발 전임 사장 때 채무인수한 곳이며 디큐브개발은 한재준 대표가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위성도시건설은 2013년부터 줄곧 대우산업개발 임직원과 특수관계인들이 주주로 있었고 2015년 설립된 디큐브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디큐브개발 지분 32%를 보유한 중국인 A씨는 한 대표의 특수관계인이라는 내부 임직원들의 증언도 나오는 실정이다. A씨는 2014년부터 서초구 롯데캐슬클래식아파트의 한 세대에서 거주 중이다. 문제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한 대표가 2016년에 해당 주택에 근저당을 설정하고 은행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관계가 없는 남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을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A씨와 한 대표가 특수한 관계임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대우산업개발 측 “경영진 부당 수익 가져간 것 없어 떳떳하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대우산업개발 고위관계자는 “건설업 업황에 따라 실적은 언제든 나빠질 수 있는 만큼, 당장 부실하다고 시행사, 분양사와 관계를 정리하지는 않는다”며 “아울러 이상영 회장이나 한재준 대표가 부당하게 수익을 가져간 것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떳떳하다”고 했다. 아울러 한 대표와 A씨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사적인 관계라 우리가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입장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매출채권은 사업장별로 적립을 하는 게 원칙이다. ‘광양중마’ 사업장은 이미 300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는데 다른 사업장에서 180억원 가량 수익이 예상된다고 120억원만 계상한 것은 이런 원칙에 분명히 어긋난다”며 “제3자가 봤을 대 대손처리를 줄여 의도적으로 분식을 한 거라고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회계사는 “만약 위성도시건설이 다른 사업장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광양중마’ 사업장 손실을 메꿔주겠다고 약정했다면 다른 사업장 수익을 끌어서 대손충당금을 줄이는 게 가능할 수는 있다”며 “다만 위성도시건설과 디큐브개발이 회계 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았다면 이는 채무기업이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다는 객관적인 증거이며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는 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지분 3%이상 소유자 없어 회계장부 열람 못하는 허점 악용”

한편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대우산업개발의 이 회장과 한 대표, 재무담당자 1명을 외부감사법 위반 및 배임·횡령, 탈세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번 의혹에 대해 대우산업개발 지분을 3%이상 보유한 주주가 없어 내부 회계 장부를 열람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산업개발 경영진의 조직적 분식회계로 규정하고 위장계열사를 활용한 배임, 횡령, 탈세 등 혐의에 대해 수사당국에 조사를 촉구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