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잡겠다고 휘두른 세제 정책이 원인…기재부 “빠른 경제 회복 때문”

지난해 부동산 관련 세금만 17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지난해 국세가 정부 최초 추계보다 61조원 넘게 더 걷히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오차’를 냈다. 정부는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 속도가 원인이라고 해명했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에 기인한 결과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같은 세수 풍년에도 재정 적자가 난 나라 살림은 올해 더 큰 대규모 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2021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 전망한 314조3000억원보다 29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앞서 정부가 편성한 지난해 본예산(282조7000억원)에 비하면 무려 61조4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로 역대 가장 큰 오차를 빚었다. 기재부는 세수 증가의 원인으로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세를 들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수입이 2차 추경 대비 14조5000억원이나 늘어났다는 것이 그 근거다.

예산안 8월 발표 이후 실시된 세제 개편 영향은 반영 안 돼 그러나 지난해에는 부동산 관련 세수만 당초 예측보다 14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가 1년 전보다 17조2000억원(29.3%) 늘었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전년 대비 13조1000억원이 더 걷혔고, 증여세도 1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종부세 역시 공시 가격 상승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의 인상에 따라 2조5000억원이 늘었다. 여기에 증권 거래도 활발해지면서 증권거래세(10조2556억원)도 2조원 가까이 더 걷혔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하면 총 58조5000억원이 증가한 국세 수입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점이 이 같은 세수 추계 오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20년 대비 전국 평균 19.08% 올라 2007년(22.7%)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거듭된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오르자 계속해서 세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집값 상승 억제에 나선 것이다. 이 외에도 종부세, 양도세 부담을 올리는 방식으로 세제를 개편했다. 그러나 이처럼 부동산 옥죄기 정책을 반영한 세제개편안은 재정당국의 세수추계에 반영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은 매년 3월에 확정돼 이를 기준으로 7월 각종 세금 및 부담금을 부과하지만 정부 예산안은 그 전해인 8월에 이미 발표되기 때문이다.

유경준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양도세, 종부세 등 세수 급증” 때문에 지난해 61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정도로 세수 추계가 틀린 것은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부동산공시가격센터장 유경준 의원은 국세청에서 받은 2021년 11월 기준 세목별 국세수입 실적 자료를 토대로 본예산 대비 실적 증가율이 가장 높은 세목은 양도소득세라고 밝혔다. 실제로 양도소득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는 17조2000억원이 늘어 전년 대비 29.3%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상속세와 같은 우발적 세수도 3조원 늘었다.

유 의원은 “양도세, 증여세,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가 급증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증권거래세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집을 구매하기 어려워져 주식에 자금이 몰려서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역대급 세수추계 오차의 주원인은 실패한 부동산 정책인데도 문 대통령은 ‘세수추계 오차는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상승세는 둔화했으나 추경 이후 시장이 안정화할 거란 정부의 전망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도세가 본예산 추계치 대비 두 배 이상 더 들어온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지표에 대한 부동산 시장 전망 불확실성이 커서 오차가 있었다”며 “세수 회귀모형이 양도세를 정확히 추정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세제실장 교체한 정부, 부동산 등도 추계 모형에 도입 어찌됐든 역대급 세수 오차라는 결과에 직면한 정부는 세수 추계를 도출하는 세제 업무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추계 모형을 개선하면서 사후 평가에 ‘합격(Pass)·탈락(Fail)’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문책성 인사로 지난달 세제실장을 교체했다.

기재부는 추계 모형이 기존 경제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고 모형을 다시 설계할 계획이다. 이전에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치만 활용한 반면, 앞으로는 민간연구기관의 지표도 참고하고 부동산·금융시장의 경우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이에 정부 추계를 검증할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를 설치한다. 세수는 종합소득세 신고 직후인 6월, 부가가치세 신고 직후인 8월에 추계하기로 했다. 8월 세입 예산안을 편성한 뒤 11월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필요할 경우 재추계를 진행한다. 평가 단계에서는 ‘합격·탈락’ 제도를 도입해 최근 5년 평균 오차율 5.4%, 10년 오차율 4.3%를 허용 오차율로 설정한다. 오차가 커서 탈락 평가가 나올 경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수 추계 단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후속 조치에 돌입한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날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한 데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회복기에 나타난 전례 없는 경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이런 현상을 사전에 분석해서 인지해내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업무체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변동성이 컸던 부동산 관련 자문이 강화된다. 고광효 국장은 “2021년에는 경제 상황이 바뀌어 생각지 못했던 경제 지표 관련 불확실성이 증가했고, 부동산 시장의 등락 등을 2019년 모형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세제 개편 방안…실제 공약 이어질지 아직은 불투명 이 같은 정부의 개선 방안에도 세수 관련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특히 올해 세수예측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선을 치르면서 각 후보들은 다른 방식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당정은 오는 3월 공동주택 공시지가 발표와 함께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안 발표를 예고한 바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속도도 꾸준히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높을수록 보유세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 등 부동산 세제에 대한 개편을 언급했다. 양도세는 두 후보 모두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첫 4개월은 중과를 100% 면제하고 이후 3개월은 50%, 이후 3개월은 25% 깎아 주는 식으로 시기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윤 후보는 최대 2년간 중과를 배제하겠다는 공약이다.

종부세에 대해서도 두 후보 모두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이직·취학 등 특별한 사유로 집이 두 채인 경우는 양도세처럼 ‘일시적 2주택자’로 간주해 혜택을 주는 제도를 언급했다. 고령층·저소득층에 대해서도 종부세 납부 유예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는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을 주장했는데 통합 이전에도 종부세 부담 완화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취득세는 두 후보 모두 감면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50% 감면 혜택 기준을 수도권은 주택가격 4억원 이하에서 6억원, 지방은 3억원 이하에서 5억원으로 각각 상향조정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1주택자 취득세율을 단일화하거나 세율 적용 구간을 단순화하겠다는 방식을 내놓았다.

그러나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특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공약처럼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보장도 없어 현재로서는 올해 부동산세재가 어떤 방향으로 개편될지 불투명하다. 또 각각의 법안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한편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해 7월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비판하며 입장문을 낸 바 있다. 납세자연맹은 스웨덴을 모범 사례로 들며 “세제의 중립성을 유지하며 세제의 정책적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라며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공정성을 촉구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