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경부 보조금 폐지 이어 2~3년 후부터 저공해차 대상서 제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혁신성장 빅3(BIG3) 추진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차(HEV)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은 판매량 증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법은 HEV의 개별소비세액이 100만원 이하면 전액을, 100만원을 초과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감면해 준다. 정부는 그동안 HEV를 저공해차로 보고 구매를 장려키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르면 2년 후부터 저공해차를 전기·수소차로만 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EV와 액화석유가스(LPG) 세제 지원이 중단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고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 HEV 판매 대수는 22만대를 기록하는 등 전체 친환경차 판매량의 64%를 차지하고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車업계 “2030년까지는 HEV 보급 확대 필요”

정부는 2024년부터 LPG와 압축천연가스(CNG)차를, 2025년부터 HEV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부터 친환경 내연차를 저공해·친환경차에 포함해 지원 중이지만 차종 다양화, 충전 인프라 확충 등 차량 보급환경 개선에 맞춰 구매 보조금, 세제 지원을 전기·수소차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혁신성장 빅3(BIG3) 추진회의’에서 “LPG·CNG차는 2024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고 HEV는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다만 온실가스 저감효과,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해 부품업체 지원 등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기업들은 정부의 저공해차 보급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고 이에 정부도 꾸준히 저공해차 보급목표를 상향해 왔다. 하지만 국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환경부 보조금 500만원이 지난해부터 폐지되고 이번에 구매 보조금, 세제 지원을 전기·수소차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대상기업 10개사는 2020년 환산실적 기준으로 총 32만8000여대의 저공해차를 보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보급목표는 2016~2018년간 연평균 판매량의 15%(22만4047대)였으나 실제 이들 기업이 판매한 저공해차는 22% 수준으로 당초 목표보다 7% 포인트를 넘어섰다.

차종별 분포는 1종 전기·수소차가 6만7000대(4.5%), 2종 HEV가 11만4000대(7.6%), 3종 LPG·휘발유차가 14만8000대(9.9%)를 차지했다. 기업별 실적을 살펴보면 르노삼성을 제외한 총 9개사가 2020년 보급목표를 달성했고,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체 보급 대수의 72%(23만7000대)를 차지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0)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측면에서 본다면 HEV는 무공해차가 아니라는 것이 환경부와 환경단체 등의 입장”이라며 “정부는 2~3년의 시한을 준다고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충전 인프라 역시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2030년까지는 HEV 보급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전한 HEV 인기…전기·수소차 전환 지연에 대비해야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여전히 HEV를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HEV 인기가 국내에서 치솟고 있다. 자동차 통계 전문기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HEV 비중은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신차 판매가 18만6245대로 전년보다 21.8% 증가했다. 새로운 전기·수소차가 출시되고 있지만 HEV 인기는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차는 싼타페, 투싼, 코나 등의 HEV 모델을, 기아는 쏘렌토, 스포티지, 니로 등의 HEV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XM3의 HEV 모델을 올해 하반기 국내에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 HEV는 해외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발표한 ‘2022년 최고의 고객가치상’ 차종별 총 11개 부문에서 6개 부문을 수상했는데, 이 중 2개 상이 HEV 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전현주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제조사 입장에서 순수 전기차가 보편화되기 전 단계에서 온실가스규제, 기업평균 연비규제,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등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HEV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기존 승용차 중심이었던 HEV 모델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세제, 통행료, 주차할인 등의 각종 친환경차 혜택을 받으면서 가격,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등 현재 전기차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성의 대안으로 HEV를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환경규제 강화 추세 속에서 주요국은 전과정평가(LCA) 방식의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규제가 도입되면 제품의 생산·사용·폐기·재활용 등 생애주기 전체에 걸친 환경영향이 고려될 것으로 보여 HEV가 재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들은 HEV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수준의 생애주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진 것으로 분석하는 등 LCA 방식 규제 도입시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이호 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수소차로의 전환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HEV와 전기·수소차의 공존이 일정기간 지속될 수 있어 정부 정책 및 기업 전략에 LCA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경우 2035년 신차 중 HEV 비중을 50% 제시했고 일본의 경우 LCA를 고려한 장기목표를 강조함과 동시에 2030년 HEV 비중을 30~40%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