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단가 인상 요구한 골조업체, 원청인 건설사와 분쟁 본격화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 모습.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지난 2일 건물의 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전국의 전문건설업체(이하 골조업체)들이 집단적으로 작업을 거부하고 나섰다. 골조업체는 시공에 필요한 원자재와 인건비가 올 들어 급격히 상승했으니 원청인 건설사에 도급 단가를 올려달라고 호소하면서 지난 2일 전국 40여 곳에서 작업을 거부했다. 초유의 건설현장 셧다운(공사 중단) 사태다. 건설사들이 협상에 나서자 골조업체들도 하루 만에 각자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적정 공사비 인상분을 놓고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해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자재비?인건비 일제히 폭등... 중소기업이 타격 더 커

골조업체가 건설사에 공사비 단가 조정을 촉구한 것은 지난달부터다. 전국 184개 전문건설사들로 구성된 철근콘크리트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 2월 국내 100대 건설사에 공문을 보내 건설현장의 자재가격, 인건비 급등으로 인해 공사대금 부족, 공기준수 곤란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호소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작년과 비교해 자재비는 철물과 각재 및 합판의 경우 50%, 기타 잡자재는 40%씩 올랐다. 작업자 인건비 역시 ▲알폼(알루미늄 거푸집) 시공 30% ▲형틀 재래식 15% ▲철근 시공 10% 순으로 올랐다. 건설사가 지불하는 공사비는 고정돼 있기 때문에 원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골조업체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3일까지 “협의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취지로 연합회 측에 확약서를 제출한 건설사는 총 55곳이다. 이중 시공능력평가 순위(2021년 기준) 10위 내 기업인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DL E&C ▲한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본사가 직접 확약서를 썼다. 삼성물산은 서울반포 현장, GS건설은 여의도 현장에 한해 확약서를 썼다.

골조업체들은 하도급대금을 20%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급격한 대금 인상은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금 인상에 따른 분양가 상승 등 소비자 불만 요인이 증가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발주하는 공공 개발의 경우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하청 단가를 조정할 수 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물가에 맞춰 공사비도 따라 오르는 납품 단가 연동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 개발은 그런 장치가 없다보니 온전히 원청의 배려심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골조업체들이 모여서 단가를 올려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도 건설 현장에 따라 계약 방식이나 단가의 차이가 크다”라며 “20%라는 숫자를 일괄적으로 관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규모에 따라 셈법도 뚜렷하게 갈린다. 가령 아파트 단지 단위로 사업을 수주하는 대형건설사의 경우 철강, 레미콘 등 핵심 자재를 제조기업에서 일찍이 대량으로 구입해 조달하고 있다. 골조업체에는 공사 용역만 맡기는 식이라 인건비만 협상하면 된다.

반면 건물 한 개 단위로 시공하는 건설사는 조달까지 맡기다보니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 효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의 타격을 비교적 줄인 반면 조달 역량이 떨어지는 건설사일수록 물가에 크게 영향 받는 양극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는 구매 부서에서 주요 건설 자재들을 미리 계약을 해놓고 날짜에 맞춰서 받아오기만 하면 되는 구조다”라며 “반면 구매력이 부족한 건설사들은 자재를 시중에서 사서 쓰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중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분양은 이미 했는데 자재비?인건비가 요즘처럼 뛰면 타격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도 휘청...골조업체 벼랑 끝 위기

골조업체와 건설사의 갈등을 빚은 건설자재 가격 상승세는 해외 공급 체인 여건이 악화하면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시멘트는 필수 재료인 유연탄 가격이 동북아 기준 지난해 3월 79달러에서 올해 2월 190달러 수준까지 2배 이상 올랐다. 지난 1월 쌍용C&E와 한일·한라·삼표·성신양회 등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레미콘 업체들에 톤(t)당 7만8800원인 시멘트가격을 쌍용C&E는 9만3000원, 삼표시멘트 9만4000원, 성신양회 9만2500원으로 17~19% 인상하겠다고 통보하고 협상 중이다. 여기에 국내 시멘트 업계 75%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유연탄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경제 제재로 국내 수입이 중단되면서 공급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철근의 원료인 고철 스크랩은 국제 가격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톤당 60만원을 넘어섰다. 현대제철의 철근 기준 가격은 지난해 1월 톤당 70만원 선에서 현재 99만1000원으로 30만원가량 올랐다. 다음 달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골조업체들은 생존의 위기를 호소하며 맞서고 있다. 민간 개발의 하도급은 계약 당시 물가를 기준으로 결정한 도급액을 다시 고치기가 어렵다. 1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인 건설업의 경우 원자재나 노임이 오르면 1~2년 전 기준에 묶인 하청업체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매달 2억원씩 적자보면서 공사하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인건비와 관련해서는 업계에서 근로자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에게 노임을 제공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같은 작업에 필요한 인건비 부담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주장이다.

골조업체는 근로자가 근무 시간을 채우면 고정된 보수를 주는 ‘일당’ 방식과 현장의 공사 진척도에 따라 지급하는 ‘도급 임금’ 방식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인건비를 부담한다. 일당제는 노동조합이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사업주는 성과와 무관하게 돈을 주다보니 근로자 태만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가 늘면서 노조가 골조업체에 노조원 고용과 일당제를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김학노 철근콘크리트연합회 회장은 “철근·레미콘은 원청이 부담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골조업체들이 대체로 자비로 조달하고 있는 거프, 잡철물, 합판은 공사비 재정산 시 인상이 필수다”며 “인건비는 도급 임금 때는 일한 만큼 보수를 주니 사업주가 떠안는 리스크가 없었는데, 노조가 등장하고부터 일당제가 자리잡고 수익성이 떨어져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운 업체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