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내 차에 오징어가 타고 있어요"


개그맨A가 최근에 자동차를 외제차로 바꾸었다. 주변 사람들이 부러운 마음으로 비싼 차니까 조심해서 몰라는 등 한마디씩 해주었는데 이런 우려와는 반대로 그는 희희낙락이었다.“내가 조심할 필요가 없어. 다른 차들이 알아서 피해간다니까. ”

그의 말인즉, 국산차를 타던 때와는 확 달라진 상황에 스스로도 놀랄 정도라는 것이었다. 눈에 띄는 외제차 때문에 혹시라도 괜히 옆에 달라붙어 시비를 붙는 일은 없을까 은근히 걱정도 됐었는데 일단 거리에 그의 차가 뜨면 다른 자동차들이 슬슬 피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어디다 주차를 시킬 때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짜고짜 머리부터 들이미는 얌체족들이 많았는데 그한테만은 예외라 주차시킬 때도 여간 편한 게 아니라고 했다.

“나도 그랬었거든. 전에 외제차가 지나가면 실수로 부딪쳐서 흡집이라도 생겨봐. 그 수리비가 얼마야? 다들 겁나서 알아서 피해주더라구.” 말은 된다. 편안한 승차감은 제쳐두더라도 다른 자동차들이 슬슬 피해가니까 교통사고의 위험이 훨씬 줄어들었다는 안도감 때문에 운전자로서 마음이 편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교통사고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서 안전운전, 방어운전을 해도 느닷없이 달려와 박는 데는 손쓸 도리가 없는 것이다. 나 역시 십년 쯤 전에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상하게 자잘한 교통사고가 많더니 한번은 아주 큰 사고가 나서 폐차 직전까지 갔던 적이 있었다. 인기 댄수가수였던 강원래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상식없는 차 때문에 큰 사고를 당했던걸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정말이지 아차 하는 순간에 모든 꿈과 미래가 한 순간에 날아가는 것이 교통사고이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감수하고 각오해야 하는 시한폭탄같은 위험요소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지만 연예인들의 경우는 그리 녹록치만도 않다.

연예인B는 누가 봐도 얌전하고 안전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방어만이 최대의 공격이라는 운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었는데 한번은 아주 지저분한 상대에게 걸렸었다. 쌍방과실이 분명한 가벼운 접촉사고였는데 B를 알아본 상대 운전자는 ‘오라, 너 잘 걸렸다’ 하는 식의 마구잡이로 덤벼들더란다.

연예인이 무슨 죄인도 아니건만 얼굴이 팔렸다는 죄로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밀어붙이는데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것이다. 연예인이라서 운전도 건방지게 하냐는 둥, 돈 많이 벌었을테니 사고를 낸거냐는 둥 사고의 핵심과는 거리가 먼 상식 이하의 언행으로 길길이 날뛰며 오히려 경찰서에 가서 해결하자고 난리를 쳐댔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이라도 경찰을 불러서 해결을 하고싶었는데 좋은게 좋다싶어서 수리비와 약간의 합의금을 조건으로 해결을 봤다. 상대 운전자와 붙어봐야 자신의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아서 억울한데도 참아야 했다고 B는 울분을 터뜨렸다.

하지만 연예인이어서 다 억울한 일만 당하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C는 오히려 연예인이어서 덕을 봤다. 밤늦게 차를 몰고 가던 중 길을 몰라서 머뭇거리다가 옆 차와 사고가 났다. 명명백백한 자신의 실수인지라 큰일났다 싶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데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차에서 뛰어내린 상대 운전자는 C를 알아보더니 십년지기를 만난 사람처럼 반가와 했다.

“제가 팬이거든요. 찌그러진거요? 괜찮아요. 어차피 여기저기 찌그러진건데 뭐. ” 심야에 길거리에서 사인해주고 악수하고 안심하라는 격려까지 받으며 헤어졌다면서 연예인이 되길 정말 잘했다고 C는 감격스러워 했다.

얼마 전 거리에서 어떤 냉동 트럭이 ‘ 오징어가 타고 있어요’ 라는 웃기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걸 본 적이 있다. 트럭에 해산물을 싣고 다니는 트럭인 모양인데 운전자의 유머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이런 운전자처럼 조금씩 여유있는 자세로 운전을 하면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천국이라는 오명을 조금은 벗어던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장덕균


입력시간 : 2003-09-30 14:38


장덕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