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엿하고 바꾼 언저리 뉴스


사람에게는 누구나 습관이라는 게 있다. 때가 되면 밥을 먹고 해가 져서 깜깜해지면 잠자리에 드는 것과 같이 밤9시가 되면 TV를 켜고 9시 뉴스를 본다. 군부 독재 시절에 방송보도가 통제된 상황에서도 진실을 보도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9시 뉴스를 볼 수밖에 없었다.

9시 뉴스 앵커출신 중에는 신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국회의원으로 진출한 사람도 꽤 있다.그만큼 여러시간 대의 뉴스 중에서 9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요즘엔 9시 뉴스를 보기 싫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니 보기가 겁난다는 것이다. 최근 9시뉴스에서 보도한 내용들이다

*심야에 귀가중인 여대생을 납치해 1억원의 몸값을 받아낸 뒤 살해하고, 사체를 한강에 버리려던 납치범 두 명이 붙잡혔습니다.

*손녀 살해를 사주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자가 사건 발생 이후 3년 만에 결국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며느리와 정을 통해 오다 당시 5살 난 손녀에게 목격되자 불륜관계가 탄로날 것을 염려한 나머지 며느리를 부추겨 살해토록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카드빚에 시달리던 대학 중퇴생이 카드빚을 갚아달라고 행패를 부리다 할머니와 어머니를 목졸라 살해하고 형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달아났습니다.

*지난 4일 새벽 전남 무안군 삼향면 덕치마을 부근에서 중학생 딸을 납치한 유괴범을 아버지가 잡으려다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다시는 듣고싶지 않은 섬?한 내용들이다. 이제 정통 9시 뉴스를 개그로 포장한 9시 언저리 뉴스식으로 느껴보자. 9시 언저리 뉴스가 9시 뉴스를 누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지난 9일 오후 10시경 대방동의 한 PC방에서 20살 김모군이 채팅으로 알게 된 여고생 이모양을 번개로 불러내 구로동의 한 여관으로 유인하여…, 고스톱을 쳤습니다.

#오늘 오후 10시경 여의도의 한 호프집에서 동료들과 회식을 하던 32살 이모씨와 30살 김모씨가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 급기야 심한 몸싸움까지 벌이던 중 김씨가 이모씨의…, 닭다리를 뺐었습니다.

#지난 24일 지하철 여자화장실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몰래카메라를 찍던 20살 김모씨가 카메라의 플래쉬가 터지는 바람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동영상기능을 몰랐답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경 서울 중구 모 빌딩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42살 최모씨가 커피숍의 운영난을 비관하고 온몸에 기름을 뿌리고 이 빌딩의 옥상에 올라가…, 선탠을 했습니다.

#명문대 교수를 사칭하고, 결혼을 빙자해 여성들에게 금품을 뜯어 온 30대 카사노바가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경찰수사 결과 이모씨는 자신을 명문대 교수라고 속인 뒤 비서, 유학 준비생 등 미모의 여성만을 대상으로 이같은 행각을 벌였다고 하는데요, 형님! 존경해요~ 한 수 가르쳐 주세요~

#지난 5일 경기 양평경찰서는 지방도로에 설치된 교통표지판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 넘긴 30대 김모씨를 검거했습니다. 김모씨는 지방도로에 설치된 교통표지판 6개를 떼낸 뒤 고물상에 팔아…,엿 3개를 받았습니다.

#지난 5일 오후 11시경 천호동에 사는 20살 최모씨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고생 김모양을 자신의 자취방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한 뒤 김모양이 잠들자…, 얼굴에 낙서했습니다.

장덕균


입력시간 : 2003-09-30 14:40


장덕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