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感과 배짱, 그리고 여유


“어떻게 하면 빨리 골프를 잘 칠 수 있을까요?” 아마추어를 상대로 레슨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사실 골프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정석도 중요하지만 정석 못지않게 ‘나만의 감(感)’ 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골프 정석과 나만의 감’. 물론 이 둘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면 좋겠지만 프로가 아닌 이상 아마 골퍼들이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오히려 아마 골프들에게 ‘골프 정석과 감’은 서로 상반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석대로 하면 ‘감’이 없어지고, 나만의 감으로 치면 정석 골프를 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어쩌면 아마 골프의 영원한 딜레마일 수도 있다. 내 느낌. 나만의 감으로만 골프를 칠 수 있다면 골프가 얼마나 편할까?

골프에 왕도는 없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나은 길은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도 먹는다고 골프 스윙에서 정석이 중요하지만 결국 점수가 형편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연습 시간이 없는 아마 골퍼들에 있어 정말 필요한 4가지 원칙을 조언하려고 한다. 사실 정석대로 하면서 그 안에서 내 느낌을 찾으면 금상첨화이지만 시간에 쫓기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연습을 못하는 아마 골퍼 일수록 골프 방송은 제일 열심히 본다. 열심히 인도어 연습장에 나가는 아마 골퍼는 의외로 골프 방송을 안 본다. 우선 아마 골퍼들은 골프 방송을 시청하면서 홀컵 가까이에 공을 붙이거나 먼 거리에서 퍼팅한 공이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그것이 마치 내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기쁨을 누린다.

아마 골퍼들은 방송을 볼 때 조금이나마 프로 선수의 리듬을 배우려고 하지만 절대 보는 것만으로는 골프가 늘 지가 않는다. 골프는 자신의 근육 속에 스윙의 관성을 정확히 오랫동안 기억시키는 사람만이 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는 절대 늘기가 어렵다. 차라리 그 기쁨을 같이 느껴 자신감을 상승 시키는 편이 더 낫다.

두 번째 매일 취침 전에 30분씩 퍼팅 연습을 해야 한다. 퍼팅은 그 날의 라운딩 점수를 좌우한다. 다소 억지춘향처럼 생각될 지 모르지만 퍼팅이 안 되면 샷의 흐름도 끊어진다. 퍼팅 연습은 ‘하늘이 두 쪽 나도 해야 된다’는 마음 자세 때와 ‘그냥 해야 하는 것’하는 자세 때와는 근육에 입력되는 강도가 틀려진다.

연습을 할 때 지나치게 편안한 마인드를 가지면 실전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연습을 하다보면 필드에서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긴장된 순간에도 제 실력이 나온다. 정말 연습할 시간이 없다면 양팔을 옆구리에 붙이고 흔들기만 해도 안정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배짱 있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안 되면 어때, 내가 프로 선수도 아닌데’ 하는 마음으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 골프는 연습을 한다고 해서 점수를 보장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럴 바에는 오히려 자신있게 칠 수 있는 ‘배짱’이 필요하다.

대회 때를 보면 항상 잠을 뒤척이거나 연습을 못해 반 포기 상태에서 칠 때 코스 레코드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기대치가 높아선지 좋은 기록이 안 나온다.

마지막으로 못치는 것을 당연히 받아 들이는 것이다. 못 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수록 골프는 잘된다.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골프는 더 안 된다. 참으로 힘든 생각이고 받아들이고 싶진 않지만 그런 마인드가 골프를 잘 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 네 가지만 꾸준히 지켜도 골프에 있어 기본 마인드는 굉장히 잘 갖춰진 것이다. 연습 못해 불안에 떨며 골프를 치는 것과 배짱 마인드로 ‘연습을 못했으니 퍼팅이나 놓치지 말자’며 편하게 치는 것 중 필자라면 당연히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래 봐야 컨디션 좋아 베스트 스코어 나오지 않는 이상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단 마음만은 편하고 즐거워진다.

출장이 잦아 연습할 시간이 나지 않는 아마 골퍼들. 부킹된 시간을 기다리며 불안에 떨지 말고 멋있는 프로의 퍼팅 장면을 연상하며 골프를 즐기는 것이 어떨까. 그러다 보면 기분 좋은 파퍼팅이 나올 수 있다. 연습할 시간이 없다면 이 네가지 사항만 지켜줘도 즐거운 라운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골프는 내 마음속에 있다. 즐길 수 있는 여유도 내 마음인 것이다.

박나미


입력시간 : 2003-09-30 15:13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