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레슨은 짧고 정확하게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할께요. 오늘까지 배운 것 더 연습 하세요” 일반적으로 골프 레슨이 끝날 때 하는 말이다. 레슨 시간은 이미 한시간이 훌쩍 넘었고, 프로는 옆자리의 아마추어에게로 자리를 옮긴다. 하지만 레슨을 마친 아마추어 J씨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역력하다. 뭐가 그렇게 아쉬운 지 레슨을 끝내고 나서도 이것저것 물어 보기에 여념이 없다. 진작 물어 보지….

보통 레슨이 끝나면 아마 골퍼들은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그날 배운 것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이다. 한시간 이상 레슨을 받았는데도 모르겠다는 것은 ‘머리는 이해가 가도 몸이 이해를 못했다’는 뜻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 하면 몸에 ‘감’ 이 안 온 것이다. ‘감’이 안 오면 그 다음 레슨 받을 때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게 된다. 적어도 레슨이 끝날 때쯤에는 조금이라도 감이 와야 한다.

그렇다면 아마 골퍼들은 레슨을 오랜 시간 받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짧게 받는 것이 좋을까?

미국에서는 한가지 동작을 지적 하면서 정확히 30분 중 10분은 설명을 하고, 나머지 20분은 ‘Beautiful Shot!’, ‘Not Bad’ 정도만 가르치고 끝낸다. 그리고 나선 각자 혼자 연습한다. 유독 국내 골퍼들만이 프로가 ‘감’을 찾을 때까지 지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옆에서 스윙을 지켜보는 연습 방법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만약 프로 선수처럼 정신적인 불안으로 인한 기대감이 아니라면 말이다.

인간의 뇌는 정확히 15분이 지나서 같은 말을 반복하면 더 이상 정보 입력이 안 된다. 오래 지속적으로 레슨을 받는 것은 오히려 처음 레슨을 받는 속도보다 몸에 오는 느낌이 더디다. 그래서 골프는 첫 레슨이 굉장히 중요하다.

뇌에선 이미 입력이 됐기 때문에 스스로가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몸도 생각대로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레슨을 받았는데도 못 고치는 아마 골퍼들은 대개 머리에만 저장이 돼 있는 경우다.

흔히 못 고치기 힘든 병을 고질병이라고 한다. 고질병은 항상 지적을 받지만 고치기가 훨씬 힘들다. 이미 몸에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새로운 동작을 배우면 연습량을 늘려서라도 초반에 제대로 해야 한다. 초반에 제대로 몸으로 체득하지 못하면 영영 고질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골프다.

그렇기 때문에 레슨은 짧게, 그대신 정확히 받아야 한다. 또 레슨을 받은 즉시 끝내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깊이 파고 들어야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골프에서는 레슨을 자주 오래 받는 바람에 고질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아마 골퍼들은 레슨 받은 동작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급히 다른 레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골퍼는 동작에 자신이 없어 다시 레슨을 받는다.

그럴 때 프로가 “동작이 제대로 안되잖아요”라고 말하면 그 즉시 뇌에서는 ‘또 안되는구나’ 하는 정보를 입력시킨다. 그렇게 되면 스윙이 잘 될 리가 없다. 그래서 레슨은 가급적 정확히 받아야 하며 최대한 단점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좋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이처럼 아마 골퍼들은 매번 스윙 뜯어 고치기에만 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연습장에 와서 안 되는 것을 고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매번 지적만 받으면 현상 유지도 힘들다.

대부분 아마 골퍼들은 안 되는 동작을 고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너무 두려워한다. 안 되는 것을 오랫동안 지적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힘들게 유지 하느니 과감히 새 동작을 배우는 것이 훨씬 골프를 생산적으로 배우는 지름길이다. 골프를 잘 치려면 이유를 불문하고 빨리 고치고, 빨리 받아들이며, 빨리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박나미


입력시간 : 2003-09-30 15:14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