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안과 밖] 눈물먹은 햄버거의 인생역전을 기대한다


성경에 '돌아온 탕자' 얘기가 있다. 더 이상 그는 탕자가 아니다. 새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돌아옴보다 어떻게 변했는가가 중요하다. 여기 돌아온 세사람이 있다. 이들은 말썽꾸러기로 떠난게 아닌 점에서는 집 떠난 탕자와 다르다.

정민태, 조진호, 정민철은 스스로 떠남을 선택한 이들이다. 미래에 탕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오늘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가능성이 현실로 얼굴을 내밀었다. 미국과 일본으로 꿈을 갖고 떠났지만 돌아오는 길은 초라했기 때문이다.

2000년 '도쿄 정벌'을 꿈꾸며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에 입단한 정민태. 그는 20승 투수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중간계투로 가끔 얼굴을 내밀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17경기에서 1패(방어율 6.41)만을 기록하며 퇴출시는 아픔을 맛봤다.

'일본은 없었다' 그는 코칭스태프와 불화로 출전기회조차 잡지 못하며 객지에서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이제 현대로 돌아온 그는 5억원으로 연봉 랭킹 3위다. 지난 11일 하와이안리그 최종전을 3이닝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올해 그에게 한국은 있을까. 요미우리의 거인이 아닌 진정한 거인이 돼야 한다.

눈물의 햄버거를 먹지 않은 사람과는 메이저리그를 논하지 말라. 수많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온르도 메이저 입성을 기다리며 햄버거를 먹고 있다. 미국인뿐만 아니라 각국의 선수들도 있다. 박찬호와 김병현은 이 경쟁을 뚫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다.

우리가 이들의 성공신화에 열광할때 아메리카 드림을 접은 조진호가 있다. 메이저리그 보스턴에서 뛰기도 했던 그다.

그런 그가 실패로 자신의 미국행에 마침표를 찍기는 싫었을 것이다. 시간으로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그에게는 다른 마침표가 남아있다. 화룡정점. 자신의 야구인생에 멋진 점을 찍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지난 1월 한 스포츠신문이 조사한 '국내 U턴파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를 쌓을 선수는 누구일까'라는 설문에서 조진호가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완성하는 새로운 야구 인생의 한 점을 기대한다.

"J 스치는 바람에 J 그대 모습 그리면…" 노래 'J에게'는 J에 대한 단심가다. J는 돌아올까. 정 민철의 복귀무대는 떠났던 사람의 초라함 그 자체였다. 7승13패 방어율 5.35. 시즌 초반 거듭난타를 당하면서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두번 죽은 그였다. 일본에서 좌절감이 한국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열심으로 극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드니 마무리 훈련부터 넉 달여 동안 주어진 훈련 스케줄을 대부분 소화해냈다. 제주 전훈 도중에는 심한 독감에 걸려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도 단 하루만 훈련을 걸렀을 정도다.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두려움 없는 사랑'일 필요하다. 용감한 사람만이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올해 결과는 그의 마음에 달려있다.

"너희가 게 맛을 알아?" 게 맛은 게를 잡는데 수고한 사람만이 알듯이 실패의 쓴맛을 본 사람만이 승리의 참 맛을 안다. 이들 3인방의 '인생역전'을 기대한다.

입력시간 : 2003-10-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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