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Oh! No'는 없었다

[스포츠 안과 밖] 과거의 고리를 끊은 복수혈전
2003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Oh! No'는 없었다

싸움은 싸움을 부른다. 9·11테러로 시작한 싸움은 이라크 침고응로 이어졌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시작인지는 알 수 없다. 복수는 뫼비우스 띠와 같기 때문이다. 복수는 피를 부르기 때문에 비난 받는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스포츠는 복수로 이루어진다. 끊임없는 다툼은 스포츠의 미학이다. 또 복수는 승부의 발전을 가져온다. 복수가 치열할수록 더욱 극적인 스포츠가 탄생한다.

스포츠에서 복수는 통쾌함 그 자체다. 카타르시스를 낳는다. 합의된 규칙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또 복수는 승패의 결과가 다가 아니다. 극적인 각본과 연출이 따를 때 복수는 그 맛을 더한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각본은 있다. 미 프로레스링(WWE)의 각본에 열광하는 미국인은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까지 각색했다.

미국의 국내 체전으로 이 대회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스포츠 행사였다.

어디나 그 연출에는 주연 배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배우는 연기에 따라 우상으로 태어난다. "Oh! No"는 오노의 감탄사는 두 가지 뜻을 가졌다. 미국에는 감격적인 놀라움을, 한국에는 충격ㅈ거인 절망을 뜻했다. 김동성은 연기력세서 아폴로 안톤 오노에 밀렸다.


비극을 희근으로 반전 시키다

그런 면에서 지난 3월22일은 '와신상담'이라는 고사성어가 어울리는 승부였다. 유례없는 금메달 만들어주기와 네트즌의 분노가 광풍처럼 일어났던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의 복수였다. 따라서 이번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는 차가운 빙상을 녹이는 뜨거운 복수외 장이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고 했나. 아니다. 속편 '복수혈전'이 올라갔다. 무대는 미국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옮겨졌다.

2003년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 1500m 결승이다.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은 연기력 부족을 절감했는지 캐스팅을 강화했다. 개인기(?)부족은 빙상도 마찬가지인가보다.

6명이 결승에 올랐다. 우리 선수들은 안현수, 송석우, 이승재가 나란히 올라갔다. 오노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과장된 연기는 우리 체질에 맞지 않는다. 우리 세 선수들은 완벽한 호흡으로 오노를 융단폭격(?)했다.

정다하고 합의된 플레이에 오노는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안현수, 송석우, 이승재는 1위부터 3위까지 차지했다. 지난 전편에 비극을 속편으로 희극으로 반전시키는 순간이었다.

대회 최종결과 안현수와 최은경이 남녀 개인종합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송석우와 김민지는 각각 동메달을 차지했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결과다. 단순히 상대를 넘어뜨리는 복수가 아닌 자기 성장이다. 잃어버린 최은경 같은 10대 선수들이 되찾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보이는 결과다.

만약 김동성이 오노를 물리치고 구원을 풀었다면 또 과거에 묶이는 복수는 계속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안현수가 과거를 끊고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는 점에서 우리 쇼트트랙의 미래는 밝다. 되찾은 금메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에서 한 얘기처럼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3-10-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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