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릴스탈 밸리 홍광표 사장

'평생 의사'의 못말리는 골프 사랑
[인터뷰] 크릴스탈 밸리 홍광표 사장

크리스탈 밸리 홍광표 회장은(54)은 구력 20년의 골퍼다. 핸디캡 13 정도의 '재미있게 치는' 수준의 실력이지만 골프에 대한 애정 만큼은 그 어떤 싱글 핸디캐퍼 못지않다. 오죽했으면, '평생의사'가 골프장을 직접 만들 생각을 했을까?

홍 회장은 일가 친천들에게는 어찌 보면 몹쓸 사람이다. 골프를 시작하고부터는 추석이건 설이건, 달력에 빨 간 숫자가 그려진 날은 어김없이 골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의 '골프장행'탓에 일가의 모음은 늘 평일에만 가능했다.

골프장을 만드는 동안 홍 회장은 아예 현장에서 살았다. 평생을 키워 온 병원(세란병원)일에도 잠시 신경을 놓았다. 마치 젊은 의사 시절 병원 일에 미친 듯이 매달렸던 것처럼 온 정성을 다해 골프장 건설에 애를 썼다.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다고, 홍 회장의 얼굴에는 '제대로 된 골프장을 만들었다'는 만족감이 가득 차 있었다.


- '평생의사'가 골프장을 직접 만든게 예사롭지 않다.

"의사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바뀐 건 아니다. 그러나 골프 또한 내 인생의 주요한 부분이다. 20여년전 골프를 시작한 뒤 틈만 나면 골프장을 찾았다.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 골프만큼 좋은게 없었다. 그렇게 골프를 즐기다가 5, 6년 전부터 '누구나 만족하는 골프 코스를 내 힘으로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


- 그래도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병원 증축을 시작하다 IMF 를 맞아 공사를 중단했다. 땅을 놀리기가 마땅찮아 지인의 권유로 그 자리에 골프연습장을 세웠다. 가끔 연습장에서 만나는 분드에게 '샷이 좋아졌다'고 칭찬을 했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다. 조금 과장하면 정성껏 치료를 해줄때마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골프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도 있겠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골프장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농담을 했는데, 그게 진담이 돼버렸다."


- 골프장 건설을 진두 지휘했다고 들었는데.

"고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골프장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었다. 나무 한 그루 잔디 한 포기까지 내손으로 어루만졌다.공사현장에 있다 보니 자꾸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이를테면 코스 안에 폭포를 만드는데,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 되더라. 결국 폭포를 네 개나 만들었다. 애정을 쏟아부은 때문인지 시범 라운딩 때 아는 사람이 자꾸 연습스윙을 하면서 디봇을 만들길래 은근히 화가 날 정도였다. "


- 골프장 이름도 직접 지었다고 들었는데.

"이 지역이 청정지역이다. 크리스탈 코스 3, 4, 5번 홀의 경우 홀 옆으로 1급수의 조종천이 흐른다. 말 그대로 수정같이 맑은 물이다. 또 밸리코스의 티박스는 원시림에 둘러싸여 있다. 코스가 크리스탈 밸리라는 단어 뜻과 한치 어긋남이 없다. 공사를 하는 동안 수도 없이 코스를 돌아다니다가 이 이름이 문득 떠올랐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다들 괜찮은 이름이라고 했다."


- 골프장 운영 원칙이 있나.

"고객 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최상의 코스와 최고의 서비스를 고객이 절로 자신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의사로서 쌓았던 명예와 자존심을 골프장 경영자로서도 지켜가고 싶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0-09 14:32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