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星 르브론 제임스 vs 카멜로 앤서니

차세대 NBA 코트의 지배자
新星 르브론 제임스 vs 카멜로 앤서니

올 겨울 한국 프로농구(KBL)에는 참신한 얼굴이 안 보인다. 서장훈 김주성 등 기존 톱스타들과 특급 용병들이 판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신인들의 활약은 도통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국내 사정과 달리, 미국 프로농구(NBA)에서는 지금 슈퍼 루키들이 펼치는 흥행쇼로 코트 열기가 잔뜩 달아 올랐다. 그 중심에 버티고 선 신인은 바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포인트가드 르브론 제임스(18ㆍ203cm), 덴버 너기츠의 스몰포워드 카멜로 앤서니(19ㆍ203cm).

'뉴 넘버원-투'로도 불리는 두 신인은 단순한 새 바람이 아닌, 다음 세대 코트의 지배자 후보로 단숨에 떠올랐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신인왕도 다투고 있는 두 선수를 비교한다.


소속팀 전력 급상승 견인

'골든 너기트'(golden nugget). NBA 전문가들이 앤서니를 부르는 애칭이다. 덴버 너기츠 입장에선, 말 그대로 굴러온 '금덩어리'라는 뜻이다. 덴버는 앤서니를 데려오면서 지난해 승률의 두 배는 물론, 챔피언십 진출까지 노리는 등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3순위로 프로에 뛰어든 앤서니는 1순위로 지명됐던 최대어 제임스에 조금도 꿀리지 않는 대활약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아직 팀별로 10여 경기밖에 안 치른 시즌 초이지만, 22일 현재 앤서니는 득점에서 경기당 평균 16.7점으로 17.5점의 제임스에 근소하게 뒤지고 있을 뿐이다. 반면 리바운드에선 경기당 평균 7.0개로 6.5개의 제임스에 오히려 앞서고 있다.

다만 어시스트에선 경기당 2.5개로 제임스의 6.7개에 많이 처지고 있는 게 사실. 전체적인 기록을 종합 평가했을 때, 제임스가 앤서니에 비해 한 발짝 앞서가는 양상이지만 길고 짧은 것은 시즌이 끝나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앤서니와 제임스는 이미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였다. 한 학년 차이는 경쟁에서 아무런 걸림돌이 아니었다. 당시에도 두 선수는 초고교급 실력으로 소속 학교를 이끌며 용호상박의 대결을 펼쳤다.그러나 1년의 시차를 두고 고교를 졸업한 둘의 행보는 서로 달랐다.

앤서니는 대학 진학을 선택했고, 신입생으로서 자신의 소속팀인 시라큐스대를 전미 대학농구(NCAA) 챔피언으로 올려 놓는 주역이 됐다. 반면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로 평가 받는 제임스는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 바로 프로에 직행했다. 그것도 고졸 출신으로는 사상 초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그렇다면 프로에서 다시 맞붙은 두 선수의 경쟁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까. 바야흐로 제임스의 시대가 열렸음을 성급하게 선언한 이들이 많지만, 뜻밖에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앤서니를 올해의 승자로 꼽고 있다.

바로 그의 '빅 매치 경험'을 높이 산 때문이다. 예비 NBA 선수들이 기량을 다투는 전국 규모의 '광란의 잔치' NCAA 챔피언십에서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끈 실력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것이다. 실제로 앤서니는 폭발적인 플레이로 코트를 휘젓는 '킹' 제임스에 비해 화려함이나 파괴력은 덜하지만, 게임을 풀어가는 노련미나 세기에서는 오히려 낫다는 평가다.


팀승리 우선하는 성숙함

이런 차이점은 '르브론 대 카멜로의 대결'로 지칭됐던 11월5일 클리블랜드-덴버전에서 잘 드러난 바 있다. 제임스는 이날 7득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 3블록슛 등 전 부문에서 알찬 성적을 올린 반면, 앤서니는 14득점, 6리바운드 등에 그쳐 대체적인 열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93-89로 덴버의 승리. 물론 팀의 리더인 앤서니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상대 센터를 파울 트러블로 몰아 넣는가 하면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며 동료들에 많은 찬스를 열어줬던 것. 코칭 스태프는 이런 점을 들어 "앤서니는 단순한 득점포 이상의 역할을 해준다"며 칭찬한다.

이처럼 다른 색깔과 커리어로 NBA 무대를 달구는 앤서니와 제임스이지만 한편으론 비슷한 점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공통점은 둘 다 '애늙은이'라는 것이다. 통상 어린 스타들은 종종 자아도취에 빠지기 쉽지만, 이들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모두 개인 플레이보다 팀워크를 우선하고, 자신의 성적보다 팀의 승리를 더 챙긴다는 평판이다.

때문에 주변에선 이들의 실력에 한번 놀라? 성숙함에 다시 한번 놀라기 십상이다. 진정한 스타는 능력 못지않게 인성이 받쳐 줘야 탄생한다.

그런 점에서 앤서니와 제임스는 이미 그릇을 갖춘 셈이다. 남은 것은 '뉴 넘버원-투'라는 찬사에서 '뉴'라는 딱지를 떼는 일뿐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3-11-25 15:56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