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왼쪽 벽 만들기


“어, 클럽이 미끄러지네?” 가끔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올 때가 있다. 잔디가 죽어가는 겨울철에는 물론이고, 막 자라기 시작하는 봄철에 골퍼들의 입에서 자주 나온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나 그 느낌이 ‘미끄러진다’는 표현과 가장 가깝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독자들은 오래 사용해 많이 닳은 인도어 골프장의 고무매트를 떠올려보라. 닳고닳은 매트 위에 공을 놓고 스윙을 할 때의 그 감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샷을 제대로 한 듯 한데 왠지 딱딱한 느낌이 오고, 공을 치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 것, 그런 상태다.

그런데 정말 클럽이 잔디에 미끄러질 수 있을까? 원래 클럽은 잔디에서 잘 빠져나오도록, 잔디의 저항력을 조금이라도 더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점점 클럽헤드가 커지고 편안하게 디자인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몇 해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 브랜드 역시 아래에 무게 중심을 위치시켰다. 이는 클럽이 땅 밑으로 깊게 파고들어 가고, 러프에서도 페어웨이에서와 같이 공을 쉽게 띄우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

봄만 되면 유독 볼의 탄도가 낮다. 디봇도 잘 나지 않는다. 이는 특히 여성 골퍼들에게 더 그렇다. 왜 그럴까? 그 이유 역시 위에서 말한 것과 연관이 있다. 즉 클럽이 땅에서 미끄러지는 것이다.

국가대표까지 지낸, 10년 이상 골프를 친 필자도 겨울 동안 몇 달을 쉰 뒤, 아직 잔디가 채 자라지 않은 봄철에 골프채를 잡게 되면 조금은 불안하다. 하물며 아마 골퍼들은 말 할 것도 없다. 이들은 일단 겨울과 봄의 경우, 잔디 상태가 양호하지 않으므로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땅과 볼 사이에서 포근하게 받쳐주는 잔디가 없기 때문이다. 중간에 잔디가 없으면 일단은 공이 안 뜰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함에 평상시 보다 더 많은 힘을 주어 다운스윙을 하게 된다. 그러면 오른쪽 어깨가 볼 쪽으로 빨리 튕겨져 나가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볼 뒤에 있는 흙만 힘껏 때린다.

이런 필드 상태에서는 공을 뛰워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골프채가 공 뒤에서 빗자루 쓸듯이 지나간다는 느낌으로 샷을 하는 게 좋다. 마음도 편안해지고, 그러므로 무리하게 힘도 들이지 않게되므로 공의 탄도가 보기좋게 형성될 것이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클럽이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몇 달 동안 쉬었던 탓에 공을 칠 때에 왼쪽벽에 체중이 걸리는 느낌이 안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공이 가볍게 날라가는 것이다. 그것은 겨울 내내 쉬었던 겨울잠의 몫(?) 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런 점은 특별히 고치기 보단 꾸준한 연습을 하면 곧 없어지는 문제다.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혹 이 연습법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하면, 골프채가 지나가는 과정에 있어 왼쪽 허벅지가 정면을 주시하도록 하는 연습이다. 퍼팅에서 임팩트할 때 왼쪽 허벅지가 고정이 되어야 정확성이 있는 것처럼 아이언샷을 할 때에도 왼쪽 벽을 단단히 세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봄철, 첫 시작하는 라운딩에 디봇도 제대로 안나고 볼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날아가는 것을 보면 두 다리에 기운이 쭉 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실망할 필요가 없다. 앞에서 설명한 왼쪽의 벽을 만들어 주는 연습을 이틀 정도만 하면 그런 느낌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다. 혹 부지런하다면, 이 연습을 미리 한 뒤에 첫 출장에 나선다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3-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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