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제비논어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이런 글귀가 있다.

“ 유야, 내가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른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실로 아는 것이다.{유(由)아, 회여지지호(誨女知之乎)인저.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하고,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함이, 시위지야(是爲知也)니라}”마치 소크라테스의 “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떠올리는 글이기도 하다.

내가 이 글귀를 처음 알게 된 시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이었다. 한영선이라는 한문선생님이 계셨다. 그 분은 수업시간에 본 수업에 들어가기 전 언제나 똑 같은 말을 반복하여 말씀하시었다. 밥을 먹을 때는 천천히 오래 씹어서 삼키고, 똥을 눌 때에는 빨리 시원스럽게 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비도 논어를 하는데 항차 사람이 논어를 몰라서야 되겠느냐는 말씀이셨다. 그러면서 한선생님께서는 입을 오므리고 논어를 한다는 제비흉내를 내보이셨다. “지지위지지하고 부지위부지함이 시위지야니라!” 라고. 즉, 한선생님의 말대로라 하면, 평상시 "지지배배지지배배" 하고 울던 제비가 논어를 할 때에는 ,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위지”라고 운다는 것이었다. 한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그 후 논어를 자주 읽게 되었고 그 덕택에 논어 가운데 상당부분의 글귀를 암송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이 글귀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살아오는 동안 명심하며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몇 안 되는 글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한편, 골프는 신사의 운동이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를 지칭하여 그가 신사라고 한다면 그가 품위있고 정직하며 자제력 및 정정당함을 가지 사람임을 상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골프는 정직과 자제의 경기라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골퍼는 대체적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골프가 사치와 가진 자의 타락을 상징하는 운동이고, 골프장은 암흑가의 사람들이 판을 치는 놀이마당이거나 생태계를 혼란시키는 환경파괴의 온실로 비쳐져 왔다. 그래서 골프문화는 개혁의 걸림돌로서 늘 사정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사 이래 가장 신사의 운동이라 말하여지는 골프가 왜 우리 사회에서는 이 지경이 되었을까?

무엇보다도 먼저 그 책임은 골퍼들의 탓에 있다. 우리나라 골퍼들 가운데에는 신사가 아니라 오로지 사회적으로 행세하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신사로서의 품위를 지키기를 꺼리면서도 골퍼가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하여 골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관료주의의 잔재가 가시지 않은 이 사회에서 벼슬하지 못해 안타까운 사람들이, 골프를 하면 무슨 벼슬이라도 하는 것인 양 거드름피우는, 그런 골퍼가 많다. 그래서 골프는 탐관오리들을 혐오하는 데 이골이 나 있는 민초들로부터의 비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골퍼들의 이런 경향은 그들이 골프를 할 때, 지나친 경쟁으로 이어진다. 즉, 우리 나라의 많은 골퍼들은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과시하고 상대에게 보이기 위한 골프를 한다. 그 때문에 그들이 골프를 하는 동안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스코어다. 골프장 풍광을 감상하는 일이라든가, 샷메이킹이 어찌되었다든가, 핸디캡 1번홀에서 버디를 했다든가, 티샷에 OB를 내고도 보기를 했다든가 등 스코아를 기록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런 골퍼들에게는 논외가 된다. 그날의 도우미가 스코어를 잘못 기재하여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되면 버럭 화를 내는 골퍼도 이런 부류의 골퍼이다. 골프장에 가자고 하면, 동반자들이 골프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고 먼저 묻는 골퍼도 그런 부류의 골퍼에 속할 것이다. 물론 “ 골프를 아는 것만으로는 골프를 좋아는 것보다 못하고, 골프를 좋아는 것은 골프를 즐기는 것보다는 못하다.(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니라) ”는 말이 시사하는 바는, 그런 골퍼들에게 있어서는 쇠귀에 경읽는 격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런 골퍼들은 제비논어도 모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입력시간 : 2004-05-27 15:4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