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말로치는 골프의 함정


“퍼팅을 할 때에는 볼에서 절대로 눈을 떼서는 안 된다”는 골프 철칙이 있다. 이 말이 의도하는 바는 스트로크가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헤드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보인다.

어떤 영국인이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자신의 집 앞마당에 마련되어 있던 퍼팅 그린에서 테스트를 하였다고 한다. 직경이 7㎝ 되는 빈 캔을 홀컵 대신에 땅에 파묻어 두고, 컵으로부터 30㎝ 떨어져서, 컵을 보고 치는 것과 볼을 보고 치는 것을 각각 500회씩, 도합 1,000회를 했다. 500회 가운데 100회씩 교대하는 방법으로 테스트를 하였다. 그 결과 컵에 들어가는 비율은 컵을 보고 칠 때 40%, 볼을 보고 칠 때 35%이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실제 라운딩에서도 어떤 때에는 볼을 보고, 또 어떤 때에는 컵을 보고 쳐보았더니, 1라운드의 퍼트 수를 5타 정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하였다.

이는 매우 흥미있는 실험이다. 볼을 잘 보고 클럽헤드의 움직임을 감시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것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에 나는 안도할 수 있었다. 즉, 컵을 보지 말고 볼만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본능이 억압된 방법으로부터 해방된 것만으로 정신적인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이는 골프장 주변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것이 적지 않다는 평소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반증해 주는 의미도 지녔다 할 것이다.

언젠가 아래와 같은 골프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옛날 윌리 파크와 더불어 퍼팅의 달인이라 불렸던 잭 화이트가 말한 유명한 골프 금언인 “ 귀로 퍼팅을 하세요!”라는 말을, 마치 자기 말인 양 옮기면서 어떤 프로가 비기너에게, “ 퍼팅의 비결은 스트로크를 한 볼이 홀컵 안에 떨어져서 ‘토-옹!’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절대로 머리를 들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가르쳤다. 그러자 비기너는 아주 낙담하여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러면 저는 일생동안 머리를 쳐들지 못하겠군요”라고. 아마도 이야기 속의 비기너는 퍼팅에 아주 서툰 사람이었고 그래서 프로의 말대로라면 자기는 평생 동안 머리를 들지 못할 것을 염려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러한 퍼팅의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법은 너무나 인간의 심리상태를 무시한 부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트로크를 한 결과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특히 퍼팅은 골프에 있어서 그와 같은 인간의 본능이 가장 확실하게 표출되는 샷이라고 할 수 있다. 농구 선수들이 프리드로우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그들은 농구공을 보지 않는다. 농구골대를 바라보며 거리감을 맞춘다. 프리드로우할 때 농구골대에 농구공을 집어넣는 것과 퍼팅에서 홀인시키는 것의 차이는 무엇이겠는가?

며칠 전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는 이론을 알면 골프는 저절로 된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자신은 3번 아이언을 치는 방법, 9번 아이언을 치는 방법 등, 매 클럽에 관한 스윙방법에 관한 이론서들을 탐독하여 그것들을 다루는 비법을 터득하였으므로, 연습장 한 번 가지 않고도 싱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나는 언젠가 한 번 그 사람과 라운딩을 해 볼 수 있기를 기도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평소, 골프의 속성상, 천하의 타이거 우즈라도 3개월만 골프채를 잡지 않으면, 70대를 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었는데, 그런 나의 골프관으로 볼 때, 도저히 그의 말이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동기 변호사·골프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6-02 14:13


소동기 변호사·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