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과유불급(過猶不及)


어떤 연구심이 강한 골퍼가 유명한 프로들이 쓴 골프 기술서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 치웠다. 그리고 나서는 그들의 장점만을 한 개씩 골라 자신의 것으로 삼고자 노력했다. 클럽 전속의 프로가 그 골퍼가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감탄하여, “ 정말로 훌륭한 폼이십니다. 스탠스와 어드레스는 해리바든 그대로이고, 백스윙은 죠지던컨이며, 톱스윙에서의 순간적인 정지는 아르노 마시이며, 다운스윙은 에이브미첼이고, 팔로우스로우는 보비죤스입니다” 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회원 한 사람이 프로에게 물었다. “ 그러면 멘탈사이드는 누구를 닮았나요?”“ 물론 월터하겐입니다” “그렇다면 천하무적이로군요” 라고 그 회원이 말하자 프로는 다음과 같이 혼잣말 하듯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저런 스윙으로 아직도 100을 깨지 못하고 있으니 골프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아침 연습장에 갔다가, 어떤 레슨 프로가 이미 뼈가 굳어진 중년의 초심자를 붙들고 그의 어깨와 허리를 무리하게 돌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 머리를 절대로 움직이지 말고 어깨와 허리를 이 정도로 돌리지 않으면 안 돼요. 또한 힘을 주지 않고 완전하게 힘을 뺀 릴랙스한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앞에 든 이야기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떠올린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더러 골프스윙에 대하여 물어오는 경우에 나는 그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옛날 옛적에 곽탁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직업은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돈과 권세가 있는 사람, 풍경을 감상하기 좋아하는 사람, 과일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앞 다투어 그를 자기네들 집으로 청했다. 다른 동업자들이 곽탁타가 하는 대로 따라 해 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이 그 비결을 묻자, 곽탁타는 이렇게 대답했다.

“ 나에게 나무가 잘 자라고 무성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나무의 자연스런 성장법칙에 따라서 본성을 충분히 살려 주었을 뿐이지요. 대체로 나무는 뿌리를 쫙 펴주어야 하고, 흙을 골고루 북돋아주어야 하지요. 옮길 때에는 원래 덮었던 흙을 같이 옮겨주고 흙들을 잘 다져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무를 자꾸 건드려서 귀찮게 하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이러면 나무는 스스로의 성장 법칙에 따라서 본성 그대로 살아 남게 되지요. 따라서 나는 그저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열매를 일찍 열리게 하고 풍성히 맺게 하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무뿌리들을 칭칭 꼬이게 만들고, 옮겨 심을 때에도 새 흙을 덮어주며, 흙을 북돋울 때에도 많거나 적게 덮어 줍니다. 또한 나무에 대한 지나친 애착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나무를 돌보기도 하고 심지어 손톱으로 나무껍질을 벗겨서 살아 있는지 살펴보기도 하며, 나무를 흔들어서 뿌리가 든든히 자리 잡았는지 보기도 하는데, 이러면 나무는 점차 자신의 본성을 상실하고 맙니다. 이는 나무를 사랑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무를 해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무를 걱정하는 행위가 오히려 나무를 해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한 저를 따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나는 골프 레슨도 나무를 옮겨 심는 일과 마찬가지로 배우는 사람의 체형과 성격에 맞는 형태가 자연스럽게 전수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4

입력시간 : 2004-09-14 16:24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