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시지프스 신화와 레슨


골프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던 1984년 이래 지금까지 거쳐 온 골프연습장은, 뉴욕제과 뒤쪽에 자리하고 있던 제일골프연습장, 서초동 법원의 북쪽에 있던 신반포골프연습장, 학동공원 아래쪽에 위치해 있던 논현종합골프연습장, 그리고 양재동의 교육문화회관에 있는 뻬띠앙뜨골프연습장 등 4곳이다.

제일골프연습장과 신반포골프연습장은 개발로 인하여 연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다니지 못하게 되었고, 논현종합골프연습장은 10여년을 넘게 다니다가 중간에 운영자가 바뀌는 바람에 다니지 않게 되었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5년 이상을 빼띠앙뜨골프연습장에 다니고 있다.

이렇게 골프 연습장에 다니는 동안 많은 골퍼들을 만났다. 물론 지금 다니고 있는 연습장에 와서도 적지 않은 수의 골퍼들을 만났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들 어디 가서 연습하고 계시는지, 그 분들 가운데 대부분을 만나보지 못한 지 벌써 여러 해가 되었다.

이처럼 지난 20여 년 동안 거의 매일 아침 골프 연습장을 다니면서 수많은 골퍼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골프 연습장을 계속하여 다니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건강해야 한다. 연습장에 나오시던 분들 가운데 상당수의 골퍼들이 중간에 골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골프 연습장에 안 나오시는 것을 목격하였었다.

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여야 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누리지 못하게 되면, 본의 아니게 골프 연습장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았다. 여전히 골프를 사랑하는 열정이 식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뻬띠앙뜨골프연습장에 다니면서 가장 오랫동안 만나고 있는 사람 중에 손 선생님이 계시다. 그 분의 직업은 의상 다지이너로서 골프를 시작한 지는 3년여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뻬띠앙뜨연습장에 다니는 내가, 요즘 거의 매일 아침 만나는 너더댓 명의 골퍼들 가운데 한 분이시다. 오늘 아침에도 6시 30분경 연습장에 나와서 나의 타석으로 다가와 커피 한 잔 하시자고 말씀하셨다.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빼어 들고 손 선생님을 따라 휴게실에 들렀다. 그러자 손 선생님께서 말을 꺼냈다.

“ 저는 요즘 다시 고민에 빠져 있어요. 지난 8월경 처음으로 100파를 했을 때부터 골프에 무척이나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저를 가르치는 프로님께서 지난주부터 거리를 조금 더 내기 위해서 라고 하면서 스윙을 어떻게 하라고 말한 뒤부터, 골프가 안 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제는 필드에 나갔었는데 도대체 아무것도 되질 않는 것이에요. 제가 지금까지 무엇을 배우고 익혔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문뜩 시지프스의 신화를 떠올렸어요.

골프 스윙을 익히고 있는 저의 모습이, 마치 산꼭대기에 돌을 밀어 올려 놓자마자 다시 굴러 내려와 버려 또 다시 힘들게 밀어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형벌을 받고 있는, 시지프스의 처지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변호사님, 저는 도대체 언제까지 레슨을 받아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글쎄요…. 골프를 시작하신 지 3년은 되셨지요? 처음 뵈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레슨을 받아 오시더군요. 그렇지만, 머리나 입으로 골프를 한다면야, 프로보다 훨씬 더 잘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나요? 이제부터는 좋은 레슨프로를 찾기 보다는, 오히려 골프 친구를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는 그 친구들과 즐겁게 골프를 하다가, 어쩌다가 한 번씩만 스윙을 체크해 보세요. 그것도 친구들이 먼저 손선생의 스윙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지적해 올 때만 말이죠.”

입력시간 : 2004-11-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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