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엄마 게의 시범


지난 일요일 목천에 있는 우정힐스골프장에 갔다온 뒤의 일이다. 그날 오전 정보처리사 자격시험을 치루고 집에 돌아온 경영학 전공 아들놈이, 합격자 발표가 나올 때까지 무엇을 하면서 보낼 지에 대해 고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 아들에게 나는 ‘處變不驚 壯敬自强(처변불경자경자강: 상황이 변해도 놀라지 않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힘을 기른다)”이란 글귀를 들먹이면서, 해야 할 일이 산적한 젊은이가 무엇을 할까 망설이고 있는 것을 나무라는 장광설을 늘어 놓았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는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그만 두라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그럼에도 나는 배우고 익히는 일이란 흘러가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쉬지 않고 나아가지 않으면 곧 퇴보한다는 옛말을 인용하면서,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는 데 힘을 쓰라며 열을 올렸다. 나의 무모한 장광설 때문에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인 자리는 그만 서먹서먹해지고 말았다. 어색해져 버린 자리를 피하기 위해 슬그머니 일어나 아침에 가지 못했던 골프연습장으로 향하였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올해의 골프시즌도 끝났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이번 겨울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골프를 하면서 한 번도 받아 보지 않았던 레슨을 받아보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지난 며칠 동안은 골프연습장 엘리베이터 옆에 걸려 있는 프로들의 프로필을 쳐다보면서, ‘어떤 프로에게 배울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공교롭게도 그날 골프연습장에서 타석에 들어서니 그 골프연습장에서는 가장 연배가 많은 이 프로가 눈에 띄었다. 지난 4년 동안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던 그가 한 달 전부터는 아침에 보이지 않더니만, 오후에 연습장에 나왔더니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잠시 그를 불러 레슨을 받고자 하는데 사정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아침 손님들이 모두 그만두는 바람에 아홉시가 넘어 출근한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레슨을 받겠다고 하는 내가 이상하게 여겨졌는지 잠시 타석에 서서 내가 볼을 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 프로는 가장 먼저 나의 오른손 그립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는, 오른손 그립을 너무 느슨하게 쥐고 있는데, 오른손의 무명지와 장지 등 두 손가락으로 더 탄탄하게 쥔 다음, 오른손엄지손가락의 두툼한 손바닥 부분으로 왼손 엄지손가락 부분이 샤프트에 꼭 밀착되도록 강하게 압박하듯이 그립을 하라고 권했다.

그런 자세로 그립을 한 후, 백스윙 시 그 밀착된 부분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했다. 또한 테이크백을 할 때 손목이나 팔로 하지 말고 왼쪽어깨로 할 것을 권했다. 이 프로가 시키는 대로 하여 보니 어드레스시 오른손에 너무 힘이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백스윙을 하니 의외로 탑스윙에서 우려한 것과는 달리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없어졌다.

또 평소에 테이크백은 왼쪽 어깨와 오른발의 뒤꿈치 안쪽을 서로 비틀며 조이는 기분으로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 프로로부터 테이크백을 할 때 왼쪽어깨로 시작하라는 지적을 받자, 문득, 아기 게에게 바로 걸으라며 시범을 보이는 엄마 게가, 자신도 옆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입력시간 : 2004-12-0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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