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드라이버로 겨울나기


날씨가 추워지자 드라이버 하나만 들고 연습장에 다니고 있다. 타석을 배정받기 위하여 프론트에 갔더니 아가씨가 캐디 백을 매고 있지 않은 모습이 이상하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타석에 올라가서 몇 차례인가 연습 스윙을 하고 있으니 모처럼 이 프로님이 나왔다. 이 프로도 드라이버 하나만을 달랑 들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서 이 프로에게 내가 드라이버 하나 만을 들고 나오는 까닭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비교적 열심히 골프를 한 사람치고 엘보우를 앓아 보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나도 두어 차례 엘보우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 경위를 분석해 보고 나서 겨우내 볼을 매트위에 올려놓고 치게 되니, 그게 팔꿈치를 상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인 듯 싶었다. 골프는 체력을 증강시켜주는 운동은 아닌 듯 하였다.

그런데 체력이 좋지 않으면 골프를 잘 할 수 없다. 그러나 골프를 잘 할 목적으로 체력을 단련시키기 위하여 골프 연습이외에 다른 운동을 추가로 하려하니 시간 제약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몇 해 전 겨울에는 큰 골프 스윙을 다듬고 체력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드라이버만을 치면서 한 철을 보냈었다. 처음에는 숨이 차고 힘이 들어서 20여분 밖에 칠 수 없었다.

그러다 횟수가 점점 늘게 되자, 드라이버로 연습할 수 있는 시간도 따라서 늘어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이듬해 봄에는 체력이 여간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 나는 매년 겨울이 되면 드라이버만으로 스윙 연습을 해 오고 있는 것이다. 티업 하고 연습하니 그 때 이후로 엘보우도 앓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 프로와 둘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뒷 타석에서 듣고 계시던 분이 드라이버만 연습하게 되면 다른 샷의 감은 잊어 버리게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날씨도 추운데 휴게실에 가서 커피나 한 잔 하자고 제안하고 나서, 휴게실로 그 분을 모시고 가서 이런 말을 했다.

골퍼들이 라운드할 때 드라이버 샷과 퍼팅 중 어느 쪽에 심리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하여 많은 골퍼들이 퍼터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이유로는 한 라운드 중 드라이버 샷은 14번임에 반하여 퍼팅의 횟수는 36번인 사실을 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퍼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드라이버 샷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까?

골퍼들은 클럽 가운데서 퍼터보다는 드라이버를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다. 골프 클럽 제조 회사들은 매년 새로운 드라이버를 개발하느라 혈안이 된다. 골프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결같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보다 10야드만 더 나가는 드라이버는 없을까 하고 짬만 나면 골프샵을 기웃거리는 버릇을 가지게 된다. 상대방이 롱 퍼팅을 성공시키는 것을 보게 되면, 누구나 순간적으로 기가 꺾일 것이다.

그렇지만 비록 기는 꺾였을지라도, “ 어쩌다 운이 좋아서…”라고 자위하면서, 다음 홀에 이르러서는 안정을 찾아 플레이를 계속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매번 드라이버 샷이 상대보다 짧은 경우를 상상해 보라. 설상가상으로 상대방은 자로 잰 듯이 먹줄 같은 드라이버 샷을 날리고 있는데, 자신의 드라이버 샷이 OB 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이런 경우 대부분의 골퍼들은 아마도 십중팔구 골프채를 싸 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한 좌절감에 빠져 버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퍼팅보다는 드라이버 샷에 훨씬 중요한 의미를 둔다. 골프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드라이버 샷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타가 아니라도, 드라이버 샷을 잘 해야만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드라이버가 잘 되면 다른 샷은 크게 염려되지 않는 법이다.

입력시간 : 2005-01-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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