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칭찬을 아끼지 말자


운남성의 쿤밍(昆明)시 근처에 위치한 양종하이 호수 북동쪽에 조성된 춘성 CC의 두 개의 코스 가운데,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하였다는 레이크 코스의 13번 홀은 호수에서 클럽 하우스로 되돌아가는 중간 지점이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그 골프장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치를 한 눈에 즐길 수 있고, 4개의 티잉 그라운드 중 블랙티에서 플레이하는 경우 그 길이가 428야드 되는 파4 홀이다. 이 홀은 레이크 코스에서 가장 넓은 페어웨이를 가지고 있다. 또한 티샷을 할 때면 거의 언제나 뒷바람이 분다.

그래서 그 곳에서 플레이하는 골퍼라면 누구라도 마음껏 장타를 날려보고 싶은 충동에 빠지기 쉽다. 페어웨이는 블랙티에서 약 206야드 되는 지점에서부터는 퍼팅 그린을 향하여 내리막을 이루고 있다. 특히 퍼팅 그린의 중앙에서 약120야드 떨어진 지점에서부터는 상당한 급경사다. 따라서 티샷한 볼이 퍼팅 그린 중앙 지점까지의 거리가 150야드남았음을 표시하는 흰색의 야데이지 마커 근처에 떨어지게 되면, 볼은 내리막 경사를 타고 굴러서 퍼팅 그린 왼쪽앞쪽에 있는 벙커 지점까지 가기 때문에, 60~70야드의 어프로치 샷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홀의 핸디캡이 18번인 까닭은, 아마도 티 샷에 별로 부담을 주지 않는 자연 조건과 페어웨이의 이와 같은 구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티 샷한 볼이 150 야드 마커를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세컨 샷을 할 때 페어웨이에 서서 퍼팅 그린을 바라보게 되면, 이 홀의 핸디캡이 18번인 까닭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퍼팅그린의 뒤쪽은 곧 바로 양종하이 호수인 것처럼 보이고, 그 앞 왼쪽은 벙커이며, 벙커를 벗어나게 되면 절벽이다. 또 퍼팅 그린의 오른쪽은 억새 숲이다.

이 때문에 아주 정확한 아이언 샷을 구사할 수 없다면 직접 온 그린을 노릴 용기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퍼팅 그린에 가까이 가서 보면 퍼팅 그린의 오른쪽과 억새 숲 사이에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공간이 있는데다가, 설계가는 볼이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우묵한 그래스 벙커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홀컵이 어느 부분에 있는지에 관계없이 그린 오른쪽을 공략하게 되면, 쉽게 파를 할 수 있거나 파 세이브의 기회를 가지게 될 수 있다.

첫째 날과는 달리 둘째 날의 티샷은 약간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비거리가 평소의 것에 훨씬 못 미쳤다. 세컨샷을 하기 위하여 볼이 있는 곳에 가 보았더니 스프링클러의 헤드에 188야드라 적혀 있었다. 캐디에게 남은 거리를 물었더니 내리막을 감안해 160야드 정도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175야드는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어도 길어야 165야드 정도 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5번 아이언을 빼어드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음을 고쳐 그녀의 조언에 따르기로 했다. 6번 아이언으로 직접 핀을 겨냥하여 세컨 샷을 했다. 볼이 깃대 앞에 떨어지더니 홀컵 옆을 지나가서 겨우 그린 뒷쪽 끝에 멈추어 섰다. 5번 아이언을 잡고 그 정도의 샷을 하였다면 볼은 양종하이 호수의 물귀신이 되었을 것임에 틀림 없었다.

라운딩이 끝나고 나면 춘성CC에서는 골퍼로부터 함께 라운딩한 캐디에 관한 소견서를 작성해 제출하라는 요청을 하고 있었다. 13번 홀에서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주 좋았다”가 아닌 “보통이다”라는 곳에 기표를 했다. 기표하는 순간 우연히 마주 친 캐디의 얼굴에, 서운하고 의아스러워 해 하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멈칫해졌다. “왜 그랬을까? 그녀의 얼굴에 서운함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고, 왜 놀라고 있는 것일까?” 하고 반문해 보았다.

칭찬에 인색하기 때문이었다. 락카실에서 샤워를 할 때도,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그녀의 묘한 얼굴 표정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 때마다 새해에는 더 많이 남을 칭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입력시간 : 2005-01-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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