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맞는 것일까? 최근 들어 방송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다 막상 뚜껑을 열고난 후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나타내는 드라마들이 늘고 있다. 소문난 잔치로 꼽히는 대표적인 드라마가 MBC 수목드라마 ‘슬픈연가’. 20일까지 총 6회가 방송된 ‘슬픈연가’는 1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19일 5회 방송, 20일 6회 방송에서 각각 13.8%, 13.9%(TNS미디어리서치 집계)를 기록한 ‘슬픈연가’는 전주의 4회 방송(16.0%)때 3% 포인트 떨어졌다. 총 20부작으로 시작한 ‘슬픈연가’는 이미 4분의 1가량은 방송된 상태라.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상으로 발돋음할 계단을 찾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방송가 안팎의 평가다.

‘슬픈연가’는 ‘몸짱 스타’ 권상우, 김희선 등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톱스타 2명을 기용하고, ‘올인’의 유철웅 PD가 연출을 맡았으며 제작비 70억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또 병풍에 휩쓸린 송승헌이 주연에서 탈락하고 연정훈이 그 대타로 기용되는 등 촬영 당시부터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는 점에서 볼 때 13%대의 시청률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SBS의 월화 드라마 ‘세잎클로버’는 더욱 처참하다. 방송 전부터 섹시스타 이효리의 데뷔작이라는 이유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던 ‘세잎클로버’이지만 17일 첫 방송과 18일 2회 방송에서 각각 13.0%, 12.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을 보였다. 웬만한 화제 드라마는 첫 회 시청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15~16%대의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슬픈연가’와 ‘세잎 클로버’의 공통점이라면 시청률 부진 탓이 모두 연기자들이 아닌 스토리상의 문제라는 것. ‘슬픈연가’의 권상우와 김희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연기를 해온 톱스타라 지금에 와서 연기력 부재라고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따르고, 실제로 이들의 연기력에 대해 문제 삼는 언론 기자들이나 비평가들도 그다지 많지 않다. 결국 ‘슬픈연가’의 부진은 드라마 자체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중도 탈락한 송승헌이 주연을 맡았을 당시 호주에서 촬영된 ‘슬픈연가’ 예고편 격인 30분짜리 뮤직비디오가 공개될 때까지만 해도 마치 영화를 보듯 박진감과 김장감, 그리고 애틋함이 느껴져 본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4회 방송까지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에 머물러 있었고, 아직 건우(연정훈 분)는 혜인(김희선 분)을 만나지도 못하고 있으며, 5회 방송에서는 준영(권상우 분)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혜인이 미국에 온 게 전부다. 따라서 예고편인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느려 터진(?) 전개 방식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쌓여 회가 갈수록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세잎클로버’의 형편도 다를 바 없다. 이효리가 첫 연기 데뷔 신고식을 치루며 ‘무난하다’는 연기력 평가를 들은 반면 역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이야기 전개에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려 빠르고 경쾌한 KBS 2TV ‘쾌걸 춘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슬픈연가’나 ‘세잎클로버’ 제작진은 “아직 초반이라 주인공들의 애정관계와 그에 따른 갈등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시청률 부진 이유를 들고 있지만, 두 드라마 모두 방송되기 전에 이미 기득권을 유지하며 잘 나가는 ‘해신’, ‘쾌걸춘향’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 더 깊게 생각했다면 초반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그 시선을 계속 붙잡을 수 있는 ‘무기’를 내세웠어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슬픈연가’와 ‘세잎클로버’도 시간이 지나면 갈등관계가 본격화하고 그 과정을 거쳐 클라이막스에 다다르겠지만, 그때까지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만들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게 뻔하다.

이재은 대중문화리포터 yedam-


입력시간 : 2005-01-24 16:29


이재은 대중문화리포터 yeda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