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스윙 교정기를 휘두르며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노라면 다른 사람들이 골프 스윙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듣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콕킹을 아홉시 방향에서 하는 것이 좋으냐 여덟시 방향에서 하는 것이 좋으냐, 테이크백은 왼쪽 어깨로 이끌어져야 한다, 백 스윙을 할 때는 왼팔이 쭉 펴져 있어야 한다, 어드레스를 할 때 체중이 오른발과 왼발에 각 50%씩 실려야 한다, 허리는 볼에 대해서 45도 정도 돌린다, 다운 스윙시 그립이 오른쪽 허리춤에 이르렀을 때 코킹을 풀라, 체중이 오른쪽 다리에서 왼쪽 다리로 옮기는 사이에 허리를 우측에서 죄측으로 평행하게 돌려야 한다, 임팩트시에 왼손등이 목표 지점을 향하도록 한다” 등.

그 분들을 보면서 나는 사람들이 골프를 무척이나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특히 테마 레슨이라는 주제 하에 레슨 프로들이 골퍼 한 사람을 데리고 레슨하는 장면을 볼 때는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나는 골프 스윙을 할 때 분석적이고 과학적이며 기계적인 것을 기피했다. 왜냐하면 골프 스윙의 목적은 보다 멀리 똑 바로 볼을 보내는 것인데,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하려다 보면 본말이 전도되는 우를 범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장 좋은 골프 스윙은 정통적인 스윙이 아닐지라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자연스럽고 편하게 이루어지는, 그런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물론 자연스런 가운데에서도 적어도 세 가지는 지키려고 주의했다. ‘스웨이를 하더라도 머리는 언제나 볼의 뒤쪽에 남아 있도록 한다’, ‘ 백스윙시 왼쪽팔이 구부려져도 크게 상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임팩트 시에는 쭉 펴져 있어야 한다’, ‘백 스윙이나 다운 스윙을 할 때 ,절대로 보빙 업 앤 다운(bobbing up and down)하지 않아야 한다”이다. 사실, 나의 골프 스윙이 정통적이지 못한데 대한 자격지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 동안 나름의 골프 스윙을 해 오던 내가 새삼스레 레슨을 받기 시작한지 1달 정도 지난,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연일 맹렬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에 아침에 잘 나오지 않던 이 프로가 오늘 아침에는 예기치 않게 나왔다. 한편 지난 며칠 동안 이 프로가 나오지 않는 동안, 나는 연습 볼을 치기 전에 거울 앞에서 타구를 하지 않는 연습 스윙을 백번씩 하면서 이번 겨울을 보내자는 규칙을 정해 놓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혼자서 연습 스윙을 30여 번 하고 있는 중에 이 프로가 나왔다. 내가 연습 스윙을 몇 차례 더 하는 것을 지켜 보고 있던 그는 프로실로 뛰어 들어 가더니 스윙 교정용 우드 클럽을 한 개 가지고 돌아 왔다. 클럽 헤드 밑 바닥에 “Programing The Swing”이라 씌어져 있었다. 스윙이 올바르지 못 하면, 클럽 헤드의 힐에서 약 20㎝ 되는 지점의 샤프트 부분이 저절로 꺾여지도록 고안된 특수한 클럽이었다.

이 프로는 그것을 내게 건네주면서 한 번 휘둘러 보라고 권했다. 나의 골프 스윙이 정통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그 클럽을 휘두르면 매번 꺾일 것이 틀림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이 프로 앞에서 나의 스윙이 엉터리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여지없이 드러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휘둘러보는 것을 주저하였다. 하지만 어차피 레슨을 받고 있는 차에 무엇을 부끄러워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프로가 시키는 대로 그것으로 스윙을 해 보았다.

어? 매번 꺾일 것이라 생각했던 샤프트가, 꺾이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주변의 스님들이 법은 귀일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또한 가끔씩 친지들과 어울려 종교적인 토론을 할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르고자 하는 목표는 하나인데 다만 그곳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가지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도 보았다. 오늘 아침 스윙 교정기를 휘두르고 나서도 나는 ‘어떤 경지에 이르고 보면, 그 곳에 이르는 동안 보지 못했던 여럿이 모두 하나가 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입력시간 : 2005-01-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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