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골프서적 구하기


1980년대 말의 일이다. 우연히 접한 골프 잡지에서 골프에 대한 열성도를 체크하는 질문 50문항이 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가운데 색다른 두 가지의 질문이 나의 눈에 띄었는데 골프 책에 관한 것이었다. 마이클 머피라는 사람이 쓴 ‘왕국의 골프(Golf in the Kingdom)’와 로버트 워렌윈드라는 사람이 쓴 ‘미국 골프 이야기(The Story Of American Golf)’를 읽었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곧장 교보문고에 가니 머피의 책은 입수할 수 있었으나 워렌윈드의 책은 구하지 못했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 뒤 미국 여행을 하다가 페블비치 골프장의 프로 샵에서 ‘미국 골프…’라는 책을 보았다. 값을 물으니 200달러를 훨씬 더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너무 비쌌다. 다음 여행지가 뉴욕이었으므로 그 곳에서 복사판을 구할 속셈으로 사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에 가서 그 책은 절판이 되었고, 복사판마저도 나오지 않는 사실을 알았다. 페블비치에서 사지 않았던 것을 못내 아쉬워 했었다. 이듬해 보스턴에 가게 되었다. 하버드 대학 근처에 있는 서점에 들려 법윤리학 등 몇 가지의 희귀본 책을 사면서 윈드의 책을 물었으나 역시 구하지 못 했다.

이듬해 여름에는 뉴저지의 파힐즈에 있는 미국골프협회본부에 들러 볼 기회가 있었다. 보비 죤스를 기념하는 방에 들려 그가 사용하던 책들을 둘러 보았다. 그 가운데서 ‘미국 골프…’를 발견하였다. 안내원에게 그 책을 구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뉴욕에 산다는 책 딜러의 전화 번호를 주었다.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그의 대답은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책을 찾고 있는 사이에, 일본의 어느 책에서 로버트 워렌윈드에 대해서 적어 놓은 글을 읽게 되었다. 그는 1916년 메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예일 대학과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 특히 케임브리지 대학을 다니는 동안 아일랜드에서 스코틀랜드에 걸쳐 있는 골프장을 적어도 5번씩은 돌았다고 한다. 그는 벤 호겐과 더불어 ‘모던 골프’라는 책의 저자로서도 유명하단다. ‘더 타임즈’라는 잡지가 특집으로 편찬한 ‘20세기의 인물’이라는 책은 그에 대해서 이렇게 적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버나드 쇼에 비견되는 문호이다. 골프에 관한 그의 해박함은 유명하다. 지적이고 미려한 문장으로 엮어 놓은 그의 명저들은 미국인 사이에 널리 애독되고 있다. 골프의 마력에 대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지만 그를 넘을 만한 이는 아무도 없다’고.

그 후 서너 해 뒤에 드디어 그 책을 가지게 되었다. 그 책은 1948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내가 손에 든 것은 1952년판이었다. 브리티쉬 오픈에 다녀 온 모 기자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골돌품상을 돌다가 그 책을 발견했다고 하면서 선물로 준 것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10여년이 지난 2004년 7월, 나는 로얄트룬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오픈을 직접 관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거기서 기념품을 팔고 있는 매장에 들렸다가 우연히 ‘미국 골프…’를 발견하였다. 1976년도 판이었다. 나는 두 말하지 않고 구입하였다. 그러자 주인인 듯한 사람이 나를 찾아 와 명함을 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전혀 예기치 않은 항공 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발신자란에는 ‘로드 맥이완 골프 북스, 스코틀랜드’라 기재되어 있었다. 봉투를 뜯어 보니 그 속에는 1,321권에 이르는 골프책의 목록이 들어 있었다.

입력시간 : 2005-02-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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