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흥부와 놀부'

[영화 되돌리기]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미국판 '흥부와 놀부'

최근 유럽에서는 유로 밀리언 로또 복권에 당첨된 한 프랑스인이 로또 사상 최고액인 3천 5백만 유로(약 46억원) 되는 1등 당청금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유로 밀러언 로또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3개국이 공동으로 만든 복권으로 앞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로또가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복권은 합법적으로 적은 금액을 통해 오로지 운으로 거액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극히 낮은 기대치를 지녔다는 특징이 있긴 하다. 로또 복권의 예를 들자면 45개의 숫자 중 중복을 허용하지 않고 6개를 고르는 가짓수는 45C6, 즉 1등은 1/45C6(1/8,145,060) 의 확률이라는 얘기다. 자주 나왔던 숫자라든가 1,2,3,4,5,6처럼 연속된 숫자를 제외하는 등 조금은 확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할 수 있지만, 불행히도 복권 추첨은 독립 시행이며, 각 숫자끼리도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그런 방법은 없다.

시행이 늘어날수록 1~45 각 숫자들은 같은 확률로 당첨 숫자에 들어가게 될 뿐이다. 만일 약 81억 원(45C6×1000 원)을 투자해 모두 사들인다면 무조건 당첨이 되겠지만, 그러려면 7일 내내 1초에 14장(45C6/(60×60×24×7))을 구입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정말로 운이다. 그럼에도 사게 되는 건 혹시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나에게 찾아올 지 모를 대박의 꿈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 영화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It Could Hppen To You)’는 제목부터 유혹적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찰리(니콜라스 케이지)는 웨이트리스에게 복권에 당첨되면 당첨금의 반을 나누어 주겠다고 덥석 약속해 버린다. 그리고 그에겐 400만 달러에 당첨되는 행운이 찾아 오게 된다. 경찰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언제나 사람들을 돕는 찰리는 돈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기에 웨이트리스 이본(브리짓 폰다)과의 약속을 거리낌 없이 지킨다. 갑작스럽게 생긴 거액에도 그는 성실하게 경찰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기부금도 선뜻 내놓는 천사형 인간인 것이다. 심지어 부상을 입어 가며 시민을 돕기도 하여 어느덧 뉴욕의 유명 인사가 되어 버렸다.

이런 찰리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그의 부인 뮤리엘이다. 당첨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불릴 것인가에 혈안이 되어 있는 뮤리엘에게 남편이란 거추장스런 존재일 뿐이었다. 결국 뮤리엘은 돈 때문에 이혼과 복권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건다. 재판에게 지게 된 찰리는 뮤리엘의 요구대로 이본에게 준 금액까지 모두 잃는다. 다행히도 이 영화는 ‘흥부와 놀부’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선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결말을 지닌 따뜻한 영화이다. 진부할 수도 있고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찰리와 이본의 로맨스를 적절히 소화해 내어 편안하다.

행복은 경제적인 가치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모두 깨달았음에도 여전히 실천에 옮기기엔 쉽지 않은가 보다. 니체는 “알맞은 정도라면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도를 넘어서면 소유가 주인이 되고 소유하는 자가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주객이 전도되어서 인간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사실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자주 가는 가게의 주인이 한국인 부부이다. 배우는 한국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우리말이 똑똑히 들린다는 점이다. 요즘은 그런 일이 자주 있지만 1994년 영화치곤 드문 일이다. 또 얼마전 니콜라스 케이지가 한국계 웨이트리스 출신 앨리스 김과 결혼하여 한국을 방문했다는 점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2-23 13:37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