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마다 마술 활용 프로그램 인기, 에피소드와 함께 성장

유치원에서 망신 당한 초보마술사
[최성은의 S 다이어리]
방송사마다 마술 활용 프로그램 인기, 에피소드와 함께 성장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흔히 ‘마법 속에 빠진 것 같다’ 라고 표현을 한다. 굳이 사랑을 ‘마법’이라 비유하는 이유는 ‘마법’이란 단어 자체가 그만큼 특별하고, 황홀하고, 뭔가에 홀린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 거다.

그렇다! ‘마법’은 그야말로 사람들을 기분 좋은 상상에 빠지게 하고, 보면 볼수록 그 매력 속에 푹 빠져버리게 하는 특별함이 있는데, 간혹 마술의 특별함처럼 TV 프로그램도 상황과 추세에 따라 인기를 얻고, 주목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그를 콘서트 형식으로 만든 개그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모든 방송사에서 고전 개그프로그램들을 콘서트화 했고, 연예인들의 심리와 입담을 확인할 수 있는 ‘심리토크쇼’ 프로그램이 유행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심리토크의 형식을 빌어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듯 프로그램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유행 코드와 유행의 아이템’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최근 들어 많은 이들이 상상력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마술 (Magic)’ 코드가 방송가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 종 방송 프로그램들도 ‘마술’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는데 대표적인 케이스로 KBS ‘대한민국 1교시’의 ‘매직스쿨’과 SBS의 ‘유쾌한 두뇌검색’이란 프로그램인 것이다. 매주 마술을 주제로 방송을 만드는 두 프로그램은 소위 말해, 요즘 뜨고 있는 3세대 마술사들 (이은결, 최현우, 루)을 활용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있다.

특히, 얼짱, 몸짱, 마술짱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고,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마술사 ‘루’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줘 그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고 있는데, 9년차 경력의 루도 지금처럼 인기를 얻기 전까진 힘든 일들이 참 많았다고 한다.

누구나 초보시절은 있다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운전을 하게 될 때, 꼭 뒷 창문에 ‘초보운전’이라는 푯말을 붙인다. 초보니까 알아서 피하고, 알아서 조심하라는 소리인 것이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초보시절은 있기 마련인데, 최대한 빠르고 자연스러운 게 생명인 마술사들에게 유독 초보시절은 기억하기 싫은 황당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고 한다.

프로 마술사인 루 역시 초보시절 공연 때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황당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마술을 한지 약 2년차 (1년 조금 넘었을 때 ) 였을 때였다. 아는 지인의 부탁으로 마술을 배운지 2년 만에 최초 무대에 서게 되었다. 헌데 처음으로 마술을 선보여야 할 장소는 바로 ‘유치원’이었다. 알고 있던 사람 “딸 유치원에 와서 공연을 꾸며줄 수 있겠느냐?”며 아주 간단한 부탁을 했던 것.

“유치원생인데 뭐 어때? 시험삼아 한 번 해보자”란 생각과 함께 흔쾌히 공연요청을 받아 줬고, 얼마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최초 공연이자 ‘유치원 공연’을 하게 되었다. 막상 유치원에 도착한 루는 생각만큼 인원도 적고, 어린 관객이어서 그리 두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곧장 아이들을 상대로 공연에 들어갔다. 마술에서 실수란 존재하지 않은 법!! 헌데 아무리 연습을 했어도, 난생 처음 하는 공연인지라 긴장을 하게 되었고, 어린 관객이지만 내심 초조하고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처음 공연인지라 떨리는 거겠지?”라는 생각에 최대한 심호흡을 했지만 벌벌 떨리는 손이 루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루의 행동 하나 하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보여줘야 할 차례가 왔다. 준비한 마술은 ‘비둘기’가 나타나는 마술 이였고, 어리둥절한 상태 였지만 비둘기가 멋있게 루의 손등 위에 앉기만 하면 성공리에 공연을 마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성공하기만 학수고대하면서 마지막 피날레를 보여주려고 비둘기를 손등 위에 올렸다. 헌데 비둘기 역시 연습이 미흡했던지 손등 위에 앉기는커녕 루의 어깨를 타고 머리위로 올라가 마술사의 머리 꼭대기 위에 착지를 한 것이었다. 보통 프로마술사 같으면 그렇게 해서 마무리를 지었을 터, 하지만 루는 평소 비둘기 공포증이 있었고, 그 당시 겨우 비둘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는데 비둘기가 맘대로 말을 안 듣자 당황을 ?나머지 “(무서움에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를 연발하며 소리를 쳤던 것.

자신이 마술사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고, 그런 모습이 아이들에게 노출되자 아이들은 루를 비웃었다. 비둘기 때문에 당황하고, 아이들에게 망신을 당하자, 유치원 선생님은 곧 비둘기를 루의 머리 위에서 내려줬고, 아이들은 “와.. 선생님 최고다!” 라는 말과 함께 선생님을 향한 박수가 쏟아졌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직후, 유치원생들로부터 “어.. 마술사가 비둘기도 무서워하네” 라는 말을 들어야 했지만 프로마술사가 된 요즘 가끔 슬럼프가 올 때면 처음 했던 공연 테이프를 보며 마음을 다잡아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그 때의 망신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프로가 된 나에게도 초보 시절은 있었다”고 했다.

마술.. 아무에게나 통하는 건 아니다
보통 마술사 1, 2년을 수련하면 작은 공연활동으로 ‘마술사’ 실전 수업을 하곤 하는데, 루가 마술을 시작한지 4년차 때였다고 한다.

어떤 바에서 행사를 주최했고, 루가 행사의 초대 마술사로 갔을 때였다. 바에는 남녀 커플들이 하나 둘씩 들어왔고, 삽시간에 모든 자리가 예쁜 커플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곧 마술 공연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루는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플을 선정해 준비해 온 ‘거미마술’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었다. 거미마술은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백지 카드에 거미줄이 생기고, 곧 거미가 여자의 손등에 나타나게 하는 마술이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하면 효과가 100% 인 마술이었다.

선정된 커플이 정말 잘 어울렸던 터. 때문에 ‘두 사람만을 위한 마술’, 곧 거미마술을 하게 되었고, 아무것도 없었던 빈 카드에 거미줄이 쳐지자 그 상황에 여자는 너무 놀라워하는 것이 였다. 분위기도 좋았고, 여자의 반응도 좋았기에 루는 “ 이제 거미만 나타나면 더욱 반응이 좋겠지? 기대하시라” 라는 말을 속으로 되새겼고, 곧 그 여자에게 “거미줄을 털면 거미줄이 없어질 꺼다”라는 멘트와 함께 그녀의 손등에 모형거미를 붙여 놨던 것.

마술사의 말에 그녀는 거미줄을 털기 시작했고, 이어 자신의 손등에 나타난 거미를 보자 거의 기겁을 하며 놀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루와 주변 사람들은 예상외로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남자친구가 “뭐 하는 짓이야!” 라며 더욱 흥분을 했고, 루의 멱살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곧 행사 관계자들은 정리를 하기에 이르렀지만, 루 역시 예상외로 화를 내는 남자에게 기분이 나빠져 “다른 관객들은 재밌게 보는데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 저는 재밌게 해드리려고 했다 ”며 약간의 기분 나쁨과 서운함을 토로했고, 재차 주변인들의 말림 속에 상황이 수습되었다고 한다.

아무도 그 남자가 화내는 이유를 몰랐던 터. 곧 그 남자는 “나의 아내다. 지금 현재 임신 중인데 이런 식으로 놀래 키면 어떻게 하냐?”며 아내의 상황을 설명했고, 그제서야 그 두 사람이 부부임을 알았다고 한다. 임신 3,4 개월이라 겉으로 보기엔 전혀 임산부의 모습이 아니 였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술을 했던 루 역시 미안한 마음에 결국 서로에게 사과를 했고 마무리를 지었다고 한다.

그 후, 그 커플이 있는 자리에서 새로 들어온 다른 커플에게 똑같은 마술을 선보이자, 거미 마술의 재미를 눈치채고 웃으며 마술을 즐겼다고 한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커플을 상대로 마술을 할 땐 “혹시 사귀는 사이세요? 결혼하셨어요?”라는 말부터 묻고 마술을 시작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처음 마술을 시작했을 땐 내성적이고 남 앞에 나서지 못하는 성격을 고치기 위해 마술을 배웠다는 ‘루’. 지금 현재 프로마술사가 된 후 느끼는 마술의 매력이자 좋은 점은 어딜 가든, 어떤 자리에 있든 늘 주목을 받는다는 것과, 주변인들에게 특별 대우를 받는 다는 것이다. 더불어 마술을 배우기 전엔 ‘여복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술을 배운 후 여자 복이 저절로 생기더라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재미와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놀라운 마술.
하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이들도 즐거운 마술이 요즘 시대의 최고 트렌드임이 분명하다. “마술사도 가수나 연기자 못지 않은 엔터네이너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마술 사 루의 말처럼 더욱 많은 마술사 들이 탄생되어 이 세상이 온통 웃음과 즐거움으로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성은 방송작가


입력시간 : 2005-04-13 14:22


최성은 방송작가 kkamggic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