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우리말·이름 때문에 해프닝과 웃음 몰고 다녀

[최성은의 S 다이어리] "가수 '팀'인데요"…"몇명인데?"
서툰 우리말·이름 때문에 해프닝과 웃음 몰고 다녀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나오고, 사업가 집안에는 유난히 사업가가 많다. 이런 경우 보통 ‘피는 못 속인다’고 말한다. 비슷하게 생기고, 비슷한 식성을 갖고, 비슷한 생활을 하는 가족에게는 ‘가족 력’이라는 게 생긴다고 한다. 이러한 가족력은 사업가, 의사, 법조인들의 경우 뿐 아니라 연예계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활동하는 ‘연예인 가족’이 적지 않다.

얼마 전 콘서트를 가진 가수 ‘팀 ( Tim )’의 가족 역시 ‘연예인 집안’으로 손꼽히는데, 그다지 유명세를 타진 않아 그가 ‘연예인 가족’ 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몇 안 된다.

팀의 가족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다. 아들만 다섯인데 모두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말이 서툴다. 때문에 한국에서 팀과 함께 살고 있는 큰 형과 셋째 형, 그리고 팀(넷째)은 언어 때문에 방송을 할 때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 시원치 않을 때...?”
팀이 콘서트를 했을 때였다. 팀은 한껏 분위기를 잡고 노래솜씨를 뽐내고 있었고, 첫 번째 노래가 끝난 후 다음 곡에 대해 설명하려는 상황이었다. 집안 전체가 기독교인데다 서로가 존중하는 분위기여서 콘서트 도중에서도 팀은 가족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가 다음 부를 노래는 ‘아버지’였고, 그 노래를 부르기 위한 자신의 마음을 객석에 있는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분위기 있게 입을 열었다.

“(발음이 약간 어색한 말투로) 엄... 이 노래는 저희 큰 아버를 위해 부르고 싶은 노랜 데요 .. 엄.... 엄...”하며 한 참을 생각하더니, 계속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엄.. 지금.. 큰아버지가 많이 시원치 않으시거든요”라고 했고, 이 말 한마디로 숙연해 있던 분위기는 완전 폭소 판으로 돌변했다. 곧 자신의 말실수를 알아차린 팀은 당황해 하며 “어.. 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오해하시면 안돼요. 큰아버님 죄송합니다. 정말 많이 아프세요”라고 말한 후 계속 노래를 불렀다.

엄마의 불호령
팀의 이러한 말실수는 데뷔 초 상당히 많았다. 주로 매니저나 연예인 친구들을 통해 말을 배우기 시작한 팀은 표준어 보다 비속어를 먼저 배웠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뭐가 욕이고 뭐가 비속어인지 알 수가 없어 주변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들은 말끝마다 “에이.. 십.. 팔.. 에이.. 새끼”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도 즐거워 보여 곧 그 말이 ‘친분 있는 사이에 하는 애칭’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팀 역시 사람들을 만날 때 종종 쓰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의미가 확실치 않은데다, 매니저들까지도 알려주지 않자 마지막으로 엄마를 찾았다.

팀은 엄마에게 전화를 해 “엄마... 씨... 발... 이 무슨 뜻이야? ”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깜짝 놀라며 “어머머.. 야 이 자식아.. 기도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나중에서야 그 말이 욕이라는 걸 알았고, 그 다음부터는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라고 속으로 되새기며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잘 못 알아듣는 경우도 허다하다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작년 여름 경기 이천 삼성반도체 단지에 행사를 갔을 때의 일이다. 차 안에서 매니저와 팀이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의 연봉을 놓고 이야기를 했고, 자연스럽게 그녀들의 연봉과 자신의 연봉 차이가 화제에 올랐다.

매니저는 팀에게 “야, 얘네들은 연봉이 3000천이래”라며 약간 부러운 듯 말했다. 그러자 팀은 자신의 회사에 소속된 매니저 중 ‘연범’이란 이름을 가진 매니저와 ‘연봉’을 착각했다. 팀은 매니저에게 재차 확인을 하듯 “뭐? 연범이 형 친척이 여기서 일한다구? ”라고 해 사오정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팀의 대답에 매니저는 쌩뚱 맞은 표정을 지었고, 팀 역시 매니저가 말한 의미를 잘못 알았다는 걸 눈치채고 웃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비슷한 말의 어미 때문에 헷갈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팀의 첫째형은 ‘자위’로우 시다!
이런 말실수는 팀 뿐만이 아니다. 아리랑TV에서 MC를 맡고 있는 맏형은 한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형과 팀은 개척교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유독 ‘영어예배’를 하는 큰 형 때문에 주일 설교시간이 늘 긴장 상태다.

큰 형 역시 미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않아 모르는 한국어가 많고, 한국말이 서툴러 말을 잘못 할 때가 적지 않다. 큰 형이 목사 안수를 받은 지 얼마 되지않아 설교를 할 때였다. 큰 형이 전달하려고 했던 내용은 “하나님께서는 참 자비로우시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형은 난데없이 “하나님께서는 참 자위롭다”고 말했고, 자비와 자위가 바뀐 줄도 모르고 계속 설교를 했다. 목회를 하는 사람의 입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자 설교를 듣던 사람들은 박장대소했고, 결국 팀이 뒤편에 앉아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할 땐 두 손을 올려 X 자를 그려줘야만 했다.

한국에서 활동한지 이제 4년이 지났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 채 언어를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말 한마디를 배우면 다른 사람들에게 실수가 되진 않을까 라고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초창기에는 이름 때문에 상당히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신인 시절 자신도 말을 잘못했지만, 상대방도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 방송국 출입이 어려울 정도였다. 녹화를 하러 방송국에 들어가려고 하면 입구에 서있는 청경 들이 신분을 확인했고, “가수 TIM 인데요”라고 대답하면 다시 “어떤 팀(TEAM)인데요. 몇 명이에요”라고 재차 물었고, 팀은 다시 “가수 팀“입니다 라고 정중히 대답하면 TIM을 알아보지 못한 청경은 “몇 명이냐고요”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결국 노래 한 소절 불러주고서야 비로서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엔 TIM이란 이름 때문에 불편한 것들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Tim & Team이라는 이름과 단어가 어떤 의미에서든 좋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

최성은 방송작가


입력시간 : 2005-04-21 15:00


최성은 방송작가 kkamggic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