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神도 못말린 '우즈 쇼'


2005년 마스터스대회 마지막 날. 16번 홀에서의 타이거 우즈의 칩샷을 두고 언론에서는 하나같이 “신기의 샷”또는 “마법의 샷”이라며 극찬했다. 15번 홀까지 타이거 우즈는 13 언더, 크리스 디마르코는 12 언더였다. 16번 홀에서의 티샷 결과 디마르코의 볼은 홀 컵에서 5m 정도 떨어져 온 그린 됐고, 우즈의 볼은 퍼팅 그린을 오버했다.

그 상황에서 우즈가 칩샷한 볼은 칩인됐고, 디마르코의 버디 퍼팅은 홀 컵을 살짝 비켜 지나갔다. 동타가 될 가능성이 순식간에 두 타 차이로 바뀌었다. 갤러리들은 거의 직각으로 꺾여 홀 컵을 찾아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신기의 샷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또 그 때문에 타이거 우즈가 우승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우즈의 16번 홀에서의 칩샷은 신기의 샷이라기 보다는 다시 해보라고 하면 할 수 없음이 틀림없는 그런 샷이었다고 생각한다. 골프 기량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렇다. 이는 타이거 우즈가 그날 10번 홀에서 마치 서툰 주말골퍼처럼 어프로치 샷하면서 헤매는 것을 보고서도 그를 비웃지 않았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날 13번 홀의 홀 컵은 퍼팅그린의 오른쪽 앞쪽에 뚫려져 있었다. 따라서 퍼팅그린 앞쪽의 페어웨이에 안전하게 레이업을 하게 되면 서드 샷이 짧을 경우 볼이 그린 앞을 흐르고 있는 ‘레이의 개울’에 빠질 위험이 있었다. 반대로 길어서 볼이 홀 컵을 넘어가는 경우에는 내리막 퍼팅을 하거나, 퍼팅그린을 벗어나지 않도록 백스핀을 강하게 걸어야 한다.

그러면 첫째 날 타이거 우즈가 이글을 노리고 퍼팅 했던 볼이 개울에 빨려 들어갔던 것과 같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레이의 개울을 넘기지 않고 퍼팅그린 앞쪽의 페어웨이에 레이업을 하게 되면 세컨 샷하는 데에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겠지만, 서드 샷을 하는 데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형세였다.

또한, 세컨 샷에서든 서드 샷에서든 볼이 홀 컵을 지나 퍼팅그린을 넘게 되면 내리막 어프로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로지, 퍼팅그린 왼쪽에 있는 벙커 주변으로 볼을 보내는 경우에만, 비록 온 그린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린 앞쪽 페어웨이에서 보다는 훨씬 안전하게 어프로치할 수 있는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 디마르코는 투 온을 노리지 않고 레이업을 했다. 즉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안전하게 레이 업을 했다. 반면 타이거 우즈는 메마른 솔잎과 말라 비틀어진 작은 나뭇가지로 덮여 있기는 했지만 거의 맨땅과 다름없는 지점에서 퍼팅그린 앞쪽 페어웨이부분으로 레이업 하지 않고 과감하게 그린 왼쪽을 향하여 세컨 샷을 쳐냈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디마르코가 아멘코너의 위세에 눌려 있는 반면 우즈는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한 차이점으로 해서 만일 디마르코가 우승한다면 그것은 실력보다는 골프신이 타이거를 시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가 16번 홀에서 칩샷한 볼이 홀인 되는 것을 보고 타이거를 시기하던 골프신마저도 마침내 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갤러리들에게 더 멋있는 쇼를 보여 주기 위한 골프신의 신묘한 연출의 결과에 불과한 것들이라고 여겼다.

소동기 변호사·골프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4-26 14:50


소동기 변호사·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