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무대서의 값진 라이브 경험, 개그 전성시대 연 컬투

[최성은의 S 다이어리] 생뚱맞은 애드립으로 인기 대박
대학로 무대서의 값진 라이브 경험, 개그 전성시대 연 컬투

‘원조’가 각광 받는 세상이다. 원조 음식점, 원조 이발소, 원조 휘트니스 센터 등 어디를 봐도 ‘원조’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후배 가수들이 선배들의 원조 노래를 리메이크 해 성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보면 다양한 공연이나 해외의 많은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좋은 아이템들을 골라 시각을 바꿔 새로운 아이템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 과거에 성공했던 프로그램을 현재의 유행코드에 맞게 새롭게 변형하기도 한다.

현재 개그를 콘서트화해 큰 인기를 얻고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와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는 대학로에서부터 시작됐다. ‘개그 콘서트’의 원조는 1996년부터 대학로에서 라이브 공연으로 자리를 잡은 ‘컬트 삼총사’다. “ 미친 소 인거져~”“그건… 그때그때 달라요~” 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컬투’(정찬우 김태균)는 예전 ‘컬트 삼총사’( 정찬우, 정성한, 김태균)의 맥을 이으면서 대학로의 개그 붐을 유지하고 있다.

개그 라이브 공연의 최고봉이라는 개그맨 정찬우와 김태균. 이들이 오늘날 위치에 오르기까지에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라이브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신인시절 숙명여대 총학생회에 직접 전화를 걸다
개그맨으로 데뷔를 한 지 딱 1년 만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는 개그 콘서트와 같은 라이브 공연보단 개그맨들이 하나 둘씩 짝을 이뤄 펼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고, 컬트 삼총사와 같은 단체 팀이 생기기 전이였다. 1995년만 해도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개그를 한다는 것을 방송사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컬트 삼총사가 출연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 이였다. 그래서 컬트 삼총사는 곧 다른 방법으로 개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바로 라이브 공연이다.

컬트 삼총사가 결성되고 첫 공연을 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1995년 대학교 축제가 시작됐던 무렵 이들은 대학생 및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대학교 섭외에 나섰고 무작정 숙명여대 총학생회에 전화를 걸었다. 막내 김태균은 총학생회 대표에게 “안녕하세요. 저희는 컬트 삼총사라는 팀인데요, 숙명여대 축제 기간동안 공연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정중히 물었다. 상대방은 “ 네? 어디라구요? 컬트 삼총사요?” 라며 옆에 있는 학생들에게 “컬트 삼총사라구 알아?”라고 물었다. 이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컬트 삼총사는 무료로 숙명여대 무대에 섰고, 여대생들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이 후 이들은 대학교 축제 뿐 아니라 불우이웃돕기 공연 등 기회만 주어지면 장소와 상황을 불문하고 무대에 섰다. 이런 무료 공연을 통해 라이브의 묘미를 느낀 이들은 대학로에 무대를 마련했고 지금까지 11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지금은 유료가 되었지만 신인 시절 이들을 좋아했던 적지 않은 팬들이 아이 엄마가 되어 지금도 공연장을 찾고 있다.

대학로에서 탄생된 “ 그때그때 달라요~”
대학로에서 개그 콘서트를 시작한지 10여 년이 지난 컬투는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을 상당 수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끝난 ‘그때그때 달라요’코너도 이미 라이브 무대에서 검증 받은 후 TV에서 재활용한 것이다. 이 코너를 만들기 한달 전, 컬투는 무대에서 말을 주고 받고 있었고, 그러던 중 김태균이 정찬우에게 갑자기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예상치 못한 영어 질문에 당황한 정찬우는 얼버무리다가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애드립을 쳤다. 정찬우의 자연스런 애드립은 객석에게 상당한 재미를 줬고, 이에 고무돼 ‘영어로 질문 하는 코너’를 추가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찬우는 머리에 장미꽃을 꽂고 나왔다. 김태균이 그 모습을 보고 “대체 꽃은 왜 꽂았죠?”라고 물었고 정찬우는 “코디들이 꽂아 줬~쪄”라며 장난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객석은 발칵 뒤집힐 정도로 좋아했고, 그 공연 이후 정찬우의 꽃 아이템은 하루는 백합, 하루는 카네이션, 하루는 해바라기 식으로 점차 종류를 달리하게 됐다. 마지막 해바라기를 꽂고 등장한 정찬우에게 김태균은 “꼭 미친 소 같~쪄”라고 말했고, 그날 이후 정찬우의 별명은 ‘미친 소’가 됐다. 이 공연은 크게 성공했고, TV에서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코너로 재 탄생했다.

컬트홀 무대는 아이디어 천국
컬투는 최근 대학로에서 WANTED라는 공연으로 후배 개그맨들을 양성하고 있다. 개인기 위주보다 노력과 땀이 밴 기획개그를 중심으로 후배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WANTED 공연에는 컬투, 리마리오가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기획개그’를 잠깐 들여다보자.

* WANTED에서

세 명의 개그맨들이 조그만 기타를 들고 나와 노래를 한다.

(♬ 택시 안에서 이런 일 생기면 황당하겠네.) 손님 : “아저씨! 홍대가요?”/아저씨: 네. 가요 타세요. / 손님: 전 홍대 안 가는데요.

(♬ 정육점에서 이런 일 생기면 황당하겠네.) 정육점 주인 : 오늘 장사도 안되고…./ 손님: 아저씨, 고기 좀 주세요./주인 :(좋아서) 뭘로 드릴까? /손님: 삼겹살이요./주인: 얼마나 드릴까요?/손님 : 3톤이요.

(♬ 택시 안에서 이런 일 생기면 황당하겠네.) 손님 :아저씨 홍대 가요? /택시기사 : 에이, 홍대 안 간다고 하려고 그러지. 두 번은 안 속아./ 손님 : 이번엔 아닌데. 홍대 갈 꺼 예요./기사:그래요. 타세요.( 홍대 도착해서) 기사: 다왔습니다. 홍대./손님: 얼마예요? /기사: 2,500원이요./손님:(주머니 뒤지는 척) 어, 근데 돈이 없네./기사: 에이, 내 이럴 줄 알았어./손님 :그 대신 이거 받으세요./ 사 : 뭔데요?/ 손님 :돼지고기 3톤이요.

땀과 열정으로 만든 웃음
올해로 개그맨 생활 11년째를 맞은 개그 듀오 컬투. 그들은 ‘개그에는 신동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노력과 땀과 열정이 있어야 진정한 웃음을 전달할 수 있는 개그맨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또 하나가 있다. 진정으로 코미디언들이 대접 받는 사회가 그것이다. 독도 살리기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빈곤 개그) 여러분~ 도와주세요!”

최성은 방송작가


입력시간 : 2005-04-26 15:57


최성은 방송작가 kkamggic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