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新星의 힘

[영화되돌리기] 폰 부스
떠오른 新星의 힘

요즘 배용준과 조승우를 보면 새삼 스타의 브랜드 파워를 실감한다. 영화 ‘외출’은 배용준이 출연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제작 단계에서 이미 70억 달러에 일본 수출 계약이 체결됐고, 뮤지컬 ‘헤드윅’은 조승우가 출연하는 공연의 경우 예매 첫날 모두 매진이 된다. 반면 무명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는 개봉 전부터 가슴을 졸인다.

그런데 간혹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배우가 제작 당시에는 무명이었지만 개봉할 때쯤 스타가 되면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영화들이 있다. 박해일이 무명 시절 찍은 ‘질투는 나의 힘’은 흥행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개봉이 연기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후 찍은 멜로성 짙은 ‘국화꽃 향기’가 먼저 개봉돼 인기를 얻으면서 ‘질투는 나의 힘’은 신인 배우 박해일을 홍보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다.

할리우드에서는 콜린 파렐이 이와 비슷하다. 콜린 파렐은 주드 로와 함께 현재 할리우드에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배우에게도 무명시절이 있었다. 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타이거 랜드’와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찍은 ‘하트의 전쟁’으로 할리우드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조엘 슈마허 감독은 또 한번의 기회를 줬다.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탐을 냈던 인기 시나리오 ‘폰 부스’가 그것이다.

‘폰 부스’(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일어나는 공포 스릴러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 래리 코헨이 영화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과 이야기하는 도중 떠오른 아이디어로, 영화화하는 데만 무려 30년이 걸렸다. 감독과 배우를 선정하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던 이 작품은 최종적으로 슈마허와 파렐이 맡았고 12일 동안 촬영했다. 하지만 개봉은 쉽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9ㆍ11 테러로 어수선하기만 했다. 게다가 미국 전역에서 연쇄 살인과 총기 난사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또 주인공 콜린 파렐도 대중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조연급이었다. 그런데 희망의 불빛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왔다. 구세주는 스티븐 스필버그. 콜린 파렐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톰 크루즈와 대척점에 선 인물을 연기한 콜린 파렐은 쫓기는 톰 크루즈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풍겼다. ‘폰 부스’는 개봉하자마자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콜린 파렐은 하루아침에 주연급 흥행 배우가 됐다.

‘폰 부스’의 인기는 전적으로 콜린 파렐의 힘일까. 대답은 ‘그렇다’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의문의 전화를 받고 실체도 알 수 없는 존재와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 콜린 파렐. 그는 러닝 타임 81분 영화의 98% 이상 장면에 등장한다. 주인공의 공포심과 긴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지루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콜린 파렐은 호연을 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관객 마음잡기에 성공했다.(물론 네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다른 인물들을 찍어 긴박감을 더한 촬영이 한몫을 했지만)

하지만 그도 최근 ‘알렉산더’의 흥행 실패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대작을 이끌어갈 주연급 배우로서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흥행 보증수표들도 하루아침에 부도수표가 되는 게 영화판의 일상사이고 보니,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스타급 배우로 성장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5-04 13:45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