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주전확보·청소년 세계 4강 견인 중책, 기대·우려 교차
박주영, 두 마리 토끼 잡을까 대표팀 주전확보·청소년 세계 4강 견인 중책, 기대·우려 교차
‘축구천재’ 박주영(FC서울)이 마침내 본프레레호에 승선했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걸머질 그가 어떤 포지션을 맡게 될지,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독일월드컵 최종 예선 두 경기(우즈베키스탄 및 쿠웨이트전)에서 큰 역할을 해낼 지 팬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박주영을 청소년ㆍ성인 대표팀에 동시 발탁한 것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성인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청소년대표팀의 4강 신화 재연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는 칭찬부터 “너무 혹사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괴물 킬러의 출현 3~4명을 가볍게 제치는 환상적인 드리블,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어떤 위치에서도 슛을 날리는 골결정력, 빈 공간을 향해 찔러주는 날카로운 패스와 스피드 등 이전 토종 킬러들과 차원이 다른 괴물 선수의 출현에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킬러부재에 시달리는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번졌다. 박주영의 기세는 최근 들어 질풍 노도 그 자체다.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는 본프레레 감독의 논평에 무력시위라도 하듯 프로데뷔 무대인 올해 K리그 삼성하우젠컵에서도 6골을 터트리며 관중몰이를 거듭했다. 그가 나오는 경기마다 평소의 2배 이상 관중이 몰렸고, 방송도 그의 경기를 생중계하기 위해 긴급 프로를 편성할 정도가 됐다. 본프레레 감독도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이제는 성인 무대에서 체력과 몸싸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박주영 VS 이동국 하지만 박주영의 플레이는 탁월한 위치 선정 덕에 골을 넣은 이동국과는 달리, 놀라운 드리블에 이은 슈팅으로 스스로 골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박주영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이미 이동국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주전경쟁 박주영은 자신감이 넘친다. “대선배님들과 함께 뛸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힌 그는 “공격 포지션은 어디서 뛰어도 상관없이 다 자신 있다. 왼쪽 사이드 공격수도 대학 때 많이 해봐 돌파하는 것도 문제없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면면을 볼 때 주전자리를 꿰차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성인 대표팀 경험이 없는 선수보다는 검증된 선수를 선호한다. 우선 스리톱의 중앙 공격수에는 ‘본프레레호의 황태자’인 이동국이 1순위로 꼽힌다. 중원을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의 경우 유럽무대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박지성(PSV에인트호벤)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
때문에 박주영이 노려볼만한 곳은 최전방 좌우 윙포워드다. 때마침 왼쪽 측면의 설기현(울버햄프턴)이 군사훈련 때문에, 오른쪽의 이천수(울산)도 4주의 군사훈련을 마친 뒤여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최근 독일 2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일본 J리그에서 부활포를 쏘아올린 안정환(요코하마), 정경호(광주)등과 자리싸움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에도 오른쪽 공격수는 스피드가 뛰어난 차두리, 왼쪽 공격수는 안정환에게 각각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안정환은 중앙 공격수로도 나설 수 있다. 물론 본프레레 감독은 박주영의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안정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본프레레 감독의 특성상 박주영에게 선발 보다는 조커를, 그것도 왼쪽 날개 공격수를 맡길 공산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선발 투입가능성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 이춘석 코치는 “현재 이동국과 함께 투톱을 세우거나 설기현이 빠진 왼쪽 공격수가 고려될 수 있다”며 “포지션은 24일 이후 훈련이 시작된 뒤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옥의 강행군 아무리 펄펄 나는 약관의 나이라지만 잦은 비행기 이동과 그에 따른 시차, 중동의 무더위 등을 고려하면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원정 2경기는 한국의 월드컵 진출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중압감도 클 수 밖에 없다. 박주영은 “월드컵 최종예선이나 세계청소년대회나 모두 중요하다. 양쪽 다 잘 뛸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 할 것이다. 체력적 부담은 크게 없다”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소속팀 FC 서울의 이장수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컵과 올림픽에 모두 발탁됐다가 큰 부상을 당했던 김남일(수원)의 예를 들며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관건은 체력 관리다. 박주영이 제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실망스런 플레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우선 젊기 때문에 회복도 빠르지만 체력 안배 등에서 노련한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 한번 무너지면 2~3일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컨디션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대표팀이 원정 2연전에서 승수 쌓기에 실패해 본선진출 결정이 8월 최종전까지 미뤄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청소년 팀도 예선전부터 고전한다면 중압감은 가중될 수 있다.
월드스타로의 도약계기 하지만 기대에 못미칠 경우 과연 양쪽에서 모두 뽑은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는지에 대한 질책이 쏟아질 것이 뻔하고, 본인의 심적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박주영이 한달여간의 강행군을 통해 대표팀에서의 성공과 83년 멕시코 청소년대회 이후 청소년팀의 4강 견인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입력시간 : 2005-05-1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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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 기자 hu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