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왔다가 협찬 옷 챙기 '명수'펑크난 MC·게스트 대타 구하기…방송가 품앗이 백태

[최성은의 S 다이어리] 연예계 품앗이
품앗이 왔다가 협찬 옷 챙기 '명수'
펑크난 MC·게스트 대타 구하기…방송가 품앗이 백태


박명수.

우리의 일상 속에는 과거의 관습이나 사고 방식 등이 상당히 많이 그대로 남아있다. 세월은 변해도 생활의 큰 틀은 원형이 유지되어 전해져 온다.

오랜 농경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그러하다. 그 가운데 ‘향약, 두레, 계, 품앗이’등은 상부상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경 민족이 갖는 대표적인 전통이자 관습이다. 이것들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방송가도 예외가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품앗이가 성행하고 있다. 방송가의 품앗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첫 번째 - MC 품앗이
방송가에서 품앗이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인맥’이다. 서로가 바쁘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 인맥이 반드시 마당발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인맥을 중시하는 사람이 남보다 더 빨리 그리고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방송가의 정설처럼 되어있다.

방송가 품앗이의 대표격은 ‘MC 품앗이’다. MC는 프로그램의 얼굴이자 주인이기 때문에 MC가 누구냐에 따라 방송의 질이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방송을 처음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게 ‘어떤 MC를 선택할까’라는 것이다. MC는 방송이 시작되면 6개월이고 1년이고 쉴 수 없는 ‘꼼짝 마’상태에 빠지게 된다.

헌데 간혹 불가피하게 스케줄이 안 맞거나 빠질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생길 때가 있다. 해외촬영, 집안의 대소사, 교통체증 등이 그런 경우다. 이럴 때는 친한 동료 연예인들에 대타를 부탁할 수 밖에 없다. 탤런트 이훈과 개그맨 이휘재는 서로 품앗이를 해 주는 절친한 사이다.

이휘재가 ‘스펀지’ MC를 맡고 있을 때다. 불가피하게 프로를 진행하지 못할 상황에 빠졌다. 당시 제대 직후인 이훈은 ‘대한민국 1교시’ MC를 하고 있었다. 보통 제작진이 나서서 대타 MC를 구하지만, 이휘재는 직접 나서 이훈에게 개인적으로 부탁을 했고, 이훈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 후 이훈은 스케줄이 약간 꼬일라 치면 ‘친구 휘재에게 부탁을 하겠다’고 말하고는 했지만, 아직 그 품앗이 쿠폰은 사용되지 않았다.

두 번째 - 콘서트 품앗이
가수들의 품앗이는 대개 콘서트 무대에서 이루어진다. 서로가 서로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콘서트 1부와 2부 사이는 주인공은 쉬고 절친한 선후배 가수들이 무대를 이끌어 가는 시간이다. 간혹 유명한 가수들이 이 막간 무대를 장식해 게스트가 주인공보다 더 주목을 받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앨범을 낸 가수 god의 공연 때였다. god 팬들은 올림픽 체조경기장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1부가 끝나고 게스트 순서에 무대에 선 가수는 국내 최고의 ‘국민가수’ 인순이였고, 10대 god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나이와 세대 차이가 있어 과연 10대들을 휘어잡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인순이가 등장한 순간부터 내려올 때까지 무대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이휘재.

인순이의 노래가 끝난 후 god의 태우는 팬들에게 “너무나 좋아하는 선배다. 평소 존경했던 선배와 친분이 있어 콘서트 무대에 서 줄 것을 부탁했다. 너무나 기분 좋게 응해 주셨다”며 “저희도 선배 콘서트에 꼭 가겠습니다”고 약속했다.

콘서트 무대에 서는 또 다른 경우는 기획사 간의 친분에 의한 것이다. 평소 팀과 테이의 매니저는 친해 팀의 콘서트에는 테이가, 테이의 콘서트에는 팀이 단골 게스트로 출연한다.

세 번째 - 토크쇼 프로그램 품앗이
요즘 친분을 이용한 토크쇼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다. 과거 서세원 쇼의 ‘실루엣 토크’가 보여준 ‘연예인 친분형’ 프로그램이 발전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토크쇼를 출연하는 주인공에 따라 함께 출연하는 게스트?달라진다. KBS TV의 해피투게더 프렌즈는 ‘친구찾기’를 통해 연예인들의 초등학교 혹은 중ㆍ고교 친구를 찾아주고 있다. 여기서 함께 출연하는 연예인 게스트는 주인공 게스트와 평소 절친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주인공 게스트가 직접 섭외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마 전 녹화를 마친 가수 윤종신의 일이다. 친구찾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평소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개그맨 박명수를 직접 섭외했다. 그런데 녹화 당일 방송국을 찾은 박명수는 친구 윤종신의 부탁이 방송인 줄 몰랐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를 본 윤종신은 곧 자신의 협찬 의상과 협찬 안경을 건넸고,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에게 박명수의 헤어까지 봐 달라고 부탁했다. 어쨌든 아무런 사고 없이 모든 방송이 끝났다. 그런데 박명수는 출연 전 술을 사기로 약속했던 윤종신에게 정확히 저녁약속을 받아냈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입었던 협찬 받은 셔츠가 너무 맘에 든다고 이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에 윤종신은 “그것은 협찬 받은 옷이니까 안되고 똑같은 걸로 사줄게” 라고 말했다. 술과 셔츠를 약속 받은 박명수는 더 나아가 선글라스도 멋있다며 안 벗으려 했다. 윤종신은 “선글라스까지 주면 버릇 나빠 질 것 같다”며 끝내 거절했지만, 품앗이 값은 톡톡히 치룬 셈이다.


최성은 방송작가


입력시간 : 2005-06-15 16:12


최성은 방송작가 kkamggic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