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월드컵 견인 일등공신천부적 골감각으로 골잡이 계보 이을 재목 입증

박주영 시대 개막, 우린 그를 영웅이라 부른다
한국축구 월드컵 견인 일등공신
천부적 골감각으로 골잡이 계보 이을 재목 입증


‘과연 박주영이다.’

독일 월드컵 진출을 결정짓는 죽음의 원정 경기에서 ‘천금의 골’로 한국 축구를 살린 그는 축구 팬 뿐 아니라 온 국민들에게 확실한 ‘축구 천재’가 탄생했음을 새삼 각인 시켰다. 밤 잠을 설쳐가며 TV 앞을 지켰던 많은 국민들은 오랜만에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듯한’ 통쾌함마저 느꼈다. 한 잠을 못 잤지만, 아침 출근ㆍ등교 길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고, 하루 종일 박주영과 한국 축구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그는 이제 온갖 비리와 추문 등으로 ‘재미없고 짜증나는’ 세상에 ‘재미’와 ‘상쾌함’을 던져주고 있다.

박주영(20ㆍ서울)은 원정 두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 ‘축구 천재’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면서 한국축구의 큰 별로 떠올랐다. 그는 6월3일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경기종료 직전 기적과도 같은 동점 골로 본프레레호를 수렁에서 구하더니, 9일 쿠웨이트전에서도 신기에 가까운 개인기로 4-0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로써 박주영은 이동국 안정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우뚝 섰다. 지금까지 A매치 데뷔 전부터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은 선수는 최순호 김주성 정재권 이천수에 이어 5번째다.

이번 월드컵 최종 예선은 어쩌면 박주영 스토리의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의 시선은 벌써 1년 후에 열리는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에 고정돼 있다. 박주영은 쿠웨이트전을 마친 직후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어 기분이 좋지만 골보다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된 것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예선과 본선은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한때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고 평가했던 본프레레 감독도 “처음 A매치에 나서는 거라 부담이 컸을 텐데 아주 잘해 줬다”며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를 잡게 됐다”고 흡족해 했다.

침착한 경기운영에 타고난 대담성
그는 공격수에 있어 절대 필요한 차분함과 대담성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 약관이라는 나이를 훨씬 뛰어넘는 침착한 경기운영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예상치 못할 정도로 과감하게 돌파하고, 상대 수비가 아무리 거칠게 나와도 흥분하는 법이 별로 없다. 골을 넣고도 요란한 세레모니는 펼치지 않는다. 그저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감사할 뿐이다. 그는 ‘축구 선교사’가 장래 희망일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이런 것들이 그의 진가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를 보고 관중들이 열광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박주영은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에 시달려온 한국축구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올 초 카타르 초청 8개국 청소년축구대회에서 9골을 기록했고, 올 시즌 K리그 FC서울에 입단해 모두 9골(컵 대회 6골, 정규리그 3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단순히 골만 잘 넣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스트라이커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환상적인 드리블과 탁월한 공간 침투 능력, 자신이 원한 곳으로 정확하게 논스톱 슛을 날릴 수 있는 천부적인 감각을 지녔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박주영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부터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공격라인의 어떤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 팬들이 박주영에 더 열광하고, 내년 독일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주영에 대한 평가는 국내에서만 높은 것이 아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그를 다뤘던 국제축구연명(FIFA) 홈 페이지(www.fifa.com)는 9일자(한국 시간)에서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청소년축구 MVP인 박주영이 한국 축구의 화두로 떠올랐다며 카타르 청소년축구, K리그, 월드컵 최종 예선 등에서 보여준 그의 놀라운 활약을 자세히 소개했다. 또 모든 전문가들이 그를 차범근의 뒤?이을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여기고 있다며 그의 성장 과정과 뛰어난 지능, 티에리 앙리(아스날)와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의 장점을 담고 싶다는 그의 소망도 곁들였다.

대표팀 원정경기를 성공리에 마친 박주영은 9일 동료 김진규(20ㆍ이와타)와 함께 네달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 제 2탄을 준비하고 있다. 1983년 이후 22년 만에 세계 청소년 선수권 4강 기적을 재연하자는 것이다. “대표팀에서와 똑같이 청소년팀에서도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하는 박주영이 쏘아올릴 ‘새로운 희망’이 기다려진다.


박진용 기자


입력시간 : 2005-06-15 19:11


박진용 기자 hu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