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의 생생 골프] 그린 주변 벙커 샷


지난 6월 말 US오픈 대회에서 우승한 김주연의 환상적인 벙커 샷 버디를 기억하시나요.

메이저 역사상 가장 극적인 마지막 승부 샷이라는 평가가 많았죠. 제가 보기에도 정말 대단했어요. 하지만 당시 주연이는 덤덤한 모습으로 “평소처럼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소의 연습. 이것이 긴장이 극에 달한 순간에도 빛을 발한다는 게 새삼 증명된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그린 주변 벙커 샷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해요.

아마추어 골퍼들 중 많은 분들이 제일 부담스러워 하는 게 벙커 샷입니다. 샷의 기술 자체가 다른 샷과 다르고, 무엇보다 거리와 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말씀이세요. 선수들처럼 스핀을 거는 분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일단 벙커에서 나오기만 하면 “나이스 아웃”을 외치지요. 벙커 샷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사실 주연이 경우처럼 우승여부를 가르는, 혹은 반드시 파 세이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냥 탈출에만 의미를 둔다면 일반적인 샷보다 쉽습니다.

먼저 뒤 땅을 치세요. 특히 벙커 샷이 부담스러운 분은 이렇게 외쳐보세요. “뒤 땅을 치자”라고요. 머리로 아무리 이해해도 막상 샷을 할 때 털끝만큼이라도 의심이나 불안감이 들면 그 샷은 성공할 수 없으니까 그냥 편하게 “뒤 땅이다”라고 생각하시라는 말이에요. 이게 흔히 말하는 볼 뒤 5㎝지점을 치라는 말과 똑같아요. 물론 페어웨이 벙커에서는 볼만 깨끗하게 쳐내야 한다는 것은 다 아시죠.

그럼 얼마나 강하게 뒤 땅을 쳐야 할까요.

흔히 익스플로젼(explosionㆍ폭발) 샷을 해야 한다는 말 때문에 무조건 강하게 볼 뒤 모래를 쳐야 한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나요. 물론 그린 주변 벙커 샷에선 볼 뒤 모래가 폭발하는 힘으로 볼을 내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핀 위치에 따라 강약 조절이 필요하죠. 또 강하게 모래를 내리 찍는다고 무조건 볼이 튀어 나오는 것도 아니랍니다.

선수들의 벙커 샷 장면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제 사진을 보셔도 됩니다. 임팩트 순간 모래가 양탄자처럼 얇게 떠지고 있죠. 이 모래들은 자연스럽게 벙커를 떠나 그린에 뿌려지게 되지요. 이때 모래가 떨어지는 부분이 볼의 착지 점이 되어야 합니다. 볼 뒤의 모래가 자연스럽게 그린에 뿌려질 정도의 힘이면 되겠죠. 모래가 뿌려질 위치를 상상하면 볼이 떨어질 지점을 선정하는 것도 쉬워집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한다면 라운드 전 볼 없이도 벙커 샷 연습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연습 벙커 안의 모래에 선을 그어놓고 임팩트 지점을 설정한 다음 선의 5㎝지점 뒤를 때려 모래를 일정한 지점에 뿌리는 연습을 하세요. 이렇게 몇 번 연습하면 임팩트를 정확하게 할 수 있고 거리감도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실 거에요. 라운드 전 10번 정도의 연습이라면 충분히 벙커 샷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거에요.

라운드 중 벙커 샷을 하기 전에도 연습을 한번 하면 좋겠지만 절대 안 되는 것은 잘 아시죠. 벙커에서 샷하기 전 클럽이 모래에 닿으면 바로 벌타랍니다.


정리= 김진영 서울경제 골프전문 기자


입력시간 : 2005-08-11 16:51


정리= 김진영 서울경제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