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소녀 앵커 성공기

프랑스 국영방송 TF1의 24시간 뉴스채널에서 오전 뉴스를 담당하는 앵커 멜리사 퇴리오(Melissa theuriau).

미스 프랑스 출신인 그녀는 눈에 띄는 외모에 앵커로서는 파격적인 의상으로 아침마다 남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 파격적이냐 하면, 민소매나 가슴까지 깊게 파여 가슴골이 드러나는 의상, 어깨가 시원하게 파진 라운드 스웨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의상을 입고 뉴스를 진행한다.

(www.theuriau.com/en) 이 때문에 한 남성 팬은 멜리사 퇴리오가 있어 프랑스인이란 게 자랑스럽다고 너스레를 떨 기도 한다. 이처럼 프랑스 뉴스의 파격적인 행보는 뉴스가 점차 연성화하면서 뉴스 진행자가 스타화 혹은 연예인화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 앵커와 전문 MC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방송인들이 스타화 한다.

인터뷰의 여왕 바바라 월터스와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경우는 스타성이 연륜과 함께 가는 미국 언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물론 미국에서도 얼굴 예쁜 진행자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자질이 함께 거론될 때 비로소 진정한 스타가 될 수 있다.

1970년대 미국 NBC의 스타 앵커였던 제시카 사비치가 바로 자신의 외모와 자질만을 믿고 앵커를 꿈꾼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스타였다.

펜실베니아의 시골에서 태어난 그녀가 어떻게 워싱턴까지 진출하게 되었는지, 그 성공스토리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셸 파이퍼 주연의 영화 ‘클로즈 앤 퍼스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제시카 사비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아란나 내쉬의 소설 ‘골든 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속 탤리의 삶은 사비치의 삶에서 큰 성공 스토리만 따왔을 뿐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제목 ‘업 클로즈 앤 퍼스널’은 미국 방송 용어인 ‘밀착취재’를 의미한다. 영화는 지역 방송국의 사무 보조원으로 취직한 주인공 탤리 애드워트가 기자로서의 취재력을 인정 받으면서 앵커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물론 그녀 성공의 가장 핵심 키워드는 사실 그녀의 외모도 자질도 아니었다. 그녀 옆에서 그녀를 이끌어준 매력적인 뉴스 프로듀서 워렌이 있었기에 비로소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신데렐라 스토리일 법도 하지만 뉴스 현장에서 그녀가 발휘하는 취재력은 단연 인정 받을 만했고 당당한 진행 솜씨 역시 그녀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자신만의 매력으로 점점 국영 방송국 앵커로 성장해 나가는 탤리. 그녀는 점차 워렌의 품을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새의 날개를 꺾지 않고 훨훨 날아가게 해준 워렌은 독선적인 작업 스타일로 인해 예기치 않게 직장을 잃는다.

성공한 여자 옆에는 언제나 성공한 남자의 자리만이 마련돼 있는 법이기에 워렌은 재기를 준비하고 그 사이 탤리는 취재차 들어간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본의 아니게 폭동 과정을 생중계 하게 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스타 앵커가 된 탤리를 뒤로 하고 파나마로 취재를 떠나는 워렌. 미국의 파나마 침공을 감지하고 특종을 잡으러 떠난 워렌은 한 명의 남자로서가 아니라 정의로운 언론인으로서의 인생을 선택하게 된다.

영화의 옥의 티라면 미국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연설장면이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대표적 미국적인 얼굴로 여겨지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셸 파이퍼가 정의로운 미국 언론을 대변하려는 듯 하는 모습이 조금 껄끄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 방송인의 연륜과 스타성이 함께 가지 않는 우리 풍토에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이 통하는 미국의 방송 시스템을 눈여겨 보면 좋겠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뉴스앵커와 전문 MC가 분화되지 않아 아나운서의 정체성마저 모호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예능프로에 진출한 아나운서가 연예인화 하는 일이 최근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젊은 시청자들에게만 지나치게 집착해 나날이 경박해지는 TV가 아나운서마저 일개 연예인으로 전락시키는 건 아닌지, 아나운서의 전문성에 대한 고민 부재가 아쉽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