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만 보지마세요 촌스런 선머슴 됐거든요

드라마 ‘올인’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탤런트 박솔미. 이전의 도도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벗고 보라색 원피스 차림의 수수한 모습으로 제작발표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백기간을 ‘슬럼프’로 표현한 그는 ‘장밋빛 인생’ 후속으로 16일 시작하는 KBS 2TV 수목드라마 ‘황금사과’(김운경 극본, 신창석 연출)에서 주인공 ‘경숙’으로 출연한다.

“사실 쉬는 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잊혀질까 두려웠던 건 아니고요. 나와 봐야 늘 똑 같은 모습으로 비춰질 것 같아 쉬었어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는 제 자신을 스스로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해요. ‘또 다른 나’를 끄집어내고 싶어요.”

드라마 복귀에 대한 변이다. ‘도도한 너의 이미지를 깨주겠다. 아무 준비 없이 나와라’는 게 그를 안방극장으로 부른 신창석 감독의 말이었다. 촌스럽고 선머슴 같은, 기존의 이미지를 180도 바꾼 투박한 시골 처녀가 ‘황금사과’에서 그가 맡은 ‘경숙’이다.

“그 동안 예뻐 보이려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어요. 같은 이미지 속에 갇혀 제자리 걸음을 한 원인이었죠.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 눈밭에 던져 놓은 강아지처럼 편안하게 연기할 작정입니다.” 연기 변신에 대한 준비를 묻는 질문에 박솔미는 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바꾸었다고 답했다.

1998년 MBC 공채에서 대상과 네티즌 상을 받고 화려하게 데뷔했던 당시 “어깨에 벽돌이 두 개는 올라가 있는 기분으로 2, 3년 세월을 어영부영하며 지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어느 날 SBS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연기가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에 SBS 국장실로 찾아가 연기를 시켜달라고 했던 것이 전환점이 됐다. “그 일을 계기로 단막극 몇 편에 출연한 뒤 ‘겨울연가’에 출연하게 됐어요.

윤석호 감독님이 너무 신인이라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대본이라도 읽게 해달라고 5번을 찾아간 끝에 캐스팅 되는 행운을 잡았어요.” 지난 3년의 슬럼프도 데뷔 때처럼 성급히 극복하려고 하지 않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샘솟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름 건 대표작 만들고 싶어요"

‘황금사과’는 1960대를 배경으로 4남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시대극이다. ‘서울 뚝배기’ ‘파랑새는 있다’ ‘서울의 달’ 등 주변부 인생의 삶을 뚝배기 장맛처럼 깊고 구수하게 그려냈던 김운경 작가와 ‘태양은 가득히’ ‘명성황후’ ‘무인시대’의 신창석 감독이 호흡을 맞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올인’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제 이름이 너무 빨리 알려졌어요. 이 같은 드라마 인기에 덩달아 이름을 얻은 터라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그래서 ‘황금사과’는 꼭 연기로 심판 받는, 제 이름을 거는 대표작으로 만들고 싶어요.”

1회부터 8회까지는 그의 아역으로 탤런트 이영아가 등장한다. 이영아의 열연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부담스럽습니다.”

“편집실에 가서 촬영분을 몇 번 봤는데 이영아씨가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특히 ‘황금사과’는 경상도 지역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사투리가 중요해요. 이영아씨는 경상도 출신이라 사투리가 자연스러운데 저는 마치 제 2외국어를 하는 기분이에요.”

이영아와 그는 같은 배역을 이어 한다는 것 외에도 남다른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고교시절 체중이 70㎏이 넘어 무려 30㎏ 정도를 감량하는 처절한 다이어트를 거쳤다는 점이다. 박솔미는 그때의 독한 마음가짐으로 연기 복귀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인이자, 6월 군에 입대한 탤런트 지성에 대한 이야기에는 작은 목소리로 “열심히 하라고 응원전화는 받았어요”라며 얼굴을 붉힌다.

그러면서 연인에 대한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3년 만의 연기 복귀인데 연인보다 연기에 관심 가져 주세요”라고 거듭 강조한다. 드라마가 끝난 직후 어떤 평가를 받고 싶냐고 하자 “정말 열심히 해서 예뻐 보이는 연기자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본명: 박혜정

생년월일: 1978년 1월3일

키: 170㎝ 체중: 49㎏

학력: 상명대학교 영화과 졸업

수상: 1998년 MBC 신인탤런트 선발대회 대상 및 네티즌 인기상

2002년 SBS 연기대상 뉴스타상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