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행소녀의 로맨스

최근 대한항공이 14년 만에 승무원 유니폼을 바꿔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청자색과 베이지색의 이 유니폼은 이탈리아의 세계적 디자이너 지안 프랑코 페레가 디자인한 것으로 세련되면서도 은은한 동서양의 조화가 특징이다.

기존의 구태의연한 재킷과 무릎 길이의 스커트, 짧은 목 스카프의 답답한 조화에 비해서 분명 파격적인 행보지만 사실 각 나라마다 이보다 더 파격적이고 기상천외한 승무원 유니폼은 이미 많이 있었다.

1966년 미국 브래니프 항공의 여승무원 복장은 디자이너 에밀리오 푸치가 디자인한 싸이키델릭한 패턴의 의상이었다.

모자에서 원피스, 스타킹까지 모두 독특한 격자무늬가 그려져 있어 보기만 해도 눈이 아플 지경이다. 영국의 Bmi baby 항공사의 승무원 복장은 너무나 편안한 티셔츠에 바지. 겨울에는 두툼한 점퍼를 걸쳐 실용성을 높였다.

1970년 미국의 알레게니 항공은 항공사 이름이 빼곡히 인쇄된 원피스를 입어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했고 이란과 부르나이는 차도르와 같은 머리스카프를 둘러 승무원 복장에도 문화적 차이를 드러냈다.

(수집가 클리프 머스키트의 홈페이지 WWW.Uniformfreak.com 에서 시대별로, 나라별로 독특한 230여가지 여승무원들의 복장을 볼 수 있다.)

기본 정보를 이 정도를 갖추고 영화 '뷰 프롬 더 탑(View from the top)'를 보면 여주인공의 복장에 의구심을 떨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시골 소녀 기네스 펠트로는 시에라 항공에 취직하면서 몸에 딱 달라붙은 비닐소재의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중요한 것은 가슴을 유난히 강조하는 노출. 시에라 항공의 모토가 바로' 사자머리, 짧은 치마, 그리고 미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황당한 유니폼이 있을까 싶지만 클리프 머스키트의 홈페이지를 보면 그리 황당무계한 설정은 아닌 것 같다.

실버스프링스라는 조그만 마을에 살던 도나(기네스 펠트로)는 뉴욕항공의 베테랑 여승무원 샐리 웨스턴의 자서전 “My life in the sky'에 감명 받고 국제선을 타는 유명한 승무원이 되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의 첫 직장은 승객의 대부분이 도박사와 알코올 중독자들인 3류 시에라 항공사. 도나는 터무니 없는 대우와 열악한 작업환경에 속에서도 마음 맞는 동료들을 만나 일류 항공사 취직을 준비한다.

그 사이 멋진 남성 테드를 만나 사랑을 키우지만 동료와 함께 뉴욕의 로얄 항공사에 취직하면서 둘은 헤어지게 된다.

로얄 항공사에서 교육을 받은 도나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지방발령을 받고 또다시 낙향하게 된다. 점점 멀어지는 국제선 승무원의 꿈. 하지만 그녀의 사랑과는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결국 뛰어난 실력으로 뉴욕 본사에서 국제선 여승무원이 되는 도나는 사랑과 일 사이에서 방황하며 진정한 인생의 항로를 선택한다.

냉정하게 말해 이 영화는 기네스 펠트로가 초미니 승무원 복장을 입고 말도 안되는 오버연기를 하는 모습 외에는 큰 볼거리가 없다.

우아를 떨며 영국 귀족처럼 행세하는 기네스 펠트로의 망가진 모습을 보기가 그리 흔치는 않으니 말이다. 또한 미국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불리는 마이크 마이어스의 사팔뜨기 연기도 억지스럽기만 하다.

기네스펠트로의 영화 이력에 오점으로 남을 만한 영화지만 그녀의 팬이라면 스타의 암울한 기억도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보면 좋겠다.

사족 하나! 기네스 펠트로의 섹시한 비닐 미니스커트 복장에서부터 티셔츠 스타일의 승무원복까지 전 세계 승무원들의 복장에 대한 호기심을 풀었다면 이번엔 전 세계 항공사가 제공하는 식사메뉴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Airlinemeals.net에서는 승객 메뉴에서 승무원 메뉴까지 모두 확인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